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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장미 꽃송이에 에워싸인 사진 속 그는 여전히 천진스레 웃고 있었다. 오로빌 공동체의 작업장이다. 그가 '동양의 명의'로 통했다는 오로빌. 곳곳에 희철이 흔적이 있었다. 작년 이맘때 그를 수습하러 인도에 갔을 때 오로빌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그와 나누었던 동화 같은 일화들을 들려주었다. 그의 순박한 꿈과 이웃사랑이 남긴 흔적들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커 보였다. 다들 눈물과 그리움으로 그를 회상했다.

제단의 촛불이 너울거릴 때 그의 넋인가 싶었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야마기시공동체의 특강 동기생 종우가 진행을 맡았다. 서울에서 온 그는 준비모임에서 정한대로 가볍고 즐거운 (추도)기념축제가 되게 하였다. 가족친지에게 당황스럽지 않게 하면서도.

그가 연극을 하는 친구라서 그럴까? 영성적 교감도가 높아지면 누구나 다 그럴꺼야. 진지하면서도 저토록 즐거울 수 있는 추도식.
미련도 아쉬움도 한 점 남김 없으리라. 희철이 영혼의 산뜻한 천도를 위해 참석자들의 원기가 한껏 고양되었다.

내가 세어보니 52명이 참석하였다. 전주시내에서 10여키로 떨어진 임실군 경각산 중턱 '불재 도예원'은 희철이가 다녀가기에 좋은 곳이다.

추도 모임 장소 한 번 잘 정했다. 이곳 운영자 이병창 목사님과 우리는 사랑과 일치가 샘솟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수도 없이 밤을 새웠었다.

주일 대예배 때 스님을 모셔 법문을 듣기도 하는 이 목사님은 진보교단 기장에서조차 파문당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여전히 목회을 통해 더 많은 중생들을 인도하고 있다. 이날도 춤새라피를 응용한 '춤기도'를 보여 주셨다.

그가 남긴 많은 기록들을 정리하여 이쁘게 장식까지 하여 참석자들에게 Mountain 이라는 명상음악 CD 와 함께 나눠 주었다.
그의 영원한 도반, 연희씨가.

연희씨에 대한 친가 / 시댁 식구들의 신뢰와 지지는 희철이 장례 때도 목격했던 바다. 주목되는 대목이다. 다들 춤을 추었다. 촛불처럼 춤추었다. 한 분이 먼저 춤을 추자 다들 일어나서 몸 안으로 희철이를 받아 들이면서 그와의 반가운 재회를 이렇게 춤추었다.

"어? 연희 누나가 희철이 형보다 더 크네?"
새삼스런 농담이 아닌데도 모두 다 웃었다. 처음 듣는 말인 듯. 십 몇년 전. 신혼여행가서 찍은 촌스런 포즈들을 손가락질하며 놀려대기도 하였다.

50컷 정도의 사진을 슬라이드로 만들어 빔프로젝트로 상영하였다. 연희씨는 사진이 바뀔때마다 설명하기 바쁘다. 남편이 사진으로만 남겨지면 저렇게 신명이 나는 법일까 하는 불경스런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도 여전히 한 길 함께 가고 있는 도반임에랴~~

죽은자는 제쳐놓고 산 자들은 숙명처럼 음식을 먹었다. 채식뷔페를 하는 희철이 친구네가 김밥과 반찬 재료를 제공하겠다 하여 오후 4시부터 친구/후배들이 우루루 몰려가서 김밥을 말고 찬을 만들었다. 이 헌신적이고 혈육과도 같은 선배/동료/후배들.

내가 생면부지의 전라도 땅에 7년 전 문득 와서 정착하고 제법 선배노릇 해 가며잘 지내는 것은 다 이들의 공덕이다.

"영원한 우리의 짝꿍! 두부와 막걸리!"

남원에서 말 술을 가져온 친구 덕에 펄펄 살아 뛰는 생 막걸리를 마실 수 있었다. 입에서 녹는 묶은 김치는 누가 가져왔는지조차 물어 볼 여유가 없을 지경이었다. 백설기는 제삿상임을 환기시켜 주었다.

'불재 도예원' 마당으로 나온 참석자들은 준비 된 사물을 치면서 시원한 산바람 맞으며 바람처럼, 나뭇잎처럼 축제를 벌였다.

여러 해 나랑 동고동락 해 온 내 디지탈 카메라 받데리가 아쉽게도 운명하시어 더 이상 담지 못했다. 오늘은 익산에 있는 영묘원에 참배간다. 나는 먼저 산을 내려왔다. 희철이가 따라왔다. 노트속엔 페이지마다 내 좋은 후배 희철이가 꽃 피어나고 있다. Mountain 선율속에서도…

보리님도 명상가도 운동가도 아닌 그냥 '희철'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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