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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수장 증설공사 현장.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 철제빔을 옮기고 있다.
취수장 증설공사 현장.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 철제빔을 옮기고 있다. ⓒ 조경국
섬진강 하류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증설 공사가 진행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던 광양시 다압 취수장(하루 취수량 55만톤)이 다음 주에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돼 하류지역 주민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2001년 10월부터 전남남부 동부권의 순천시 등 3개 시 2개 군의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다압 취수장 확장공사를 실시해왔다. 그러나 광양시 진월면 등 섬진강 하류지역 주민들은 바닷물 유입 피해 등의 이유로 환경평가를 재실시할 때까지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29일까지 한달 동안 공사를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수자원공사는 이같은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한 달 동안 공사를 전면 중단했으며, 광양시 섬진강 취수장 건설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위원장 이기태)는 순천 제일대에, 하동군 대책위(위원장 최석봉)는 진주 산업대에 환경영향평가를 맡기기로 하고 4일 대책위와 수자원공사간의 협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수자원공사가 증설공사를 계획대로 진행하려 해 대책위와 지역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대책위가 요구했던 기간 동안 공사를 중지해 더 이상 공사를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나, 정확한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진 이후에 공사를 재개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수자원공사 "증설 후 문제없다" VS 대책위 "섬진강과 주민 피해 뻔하다"

이기태 대책위원장은 4일 "하루 25만톤의 물을 퍼올리던 취수장을 55만톤 규모로 증설하면 섬진강 하류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며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다면 몇 년째 염해 피해로 고생하고 있는 시설 재배 농가들의 한숨만 늘게 생겼다"며 취수장 증설에 반대했다.

또 "수자원공사 측에 종합적인 환경영양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취수장 공사를 재개하는 것은 섬진강 하류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주민들의 생활터전을 빼앗는 것"이라며 "독립성이 보장된 환경영향 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공사를 중지해줄 것"을 요구했다.

광양 환경련 김윤필 사무차장은 4일 "대책위의 요구대로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실시한 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 후에 증설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며 "수자원공사측에서 내놓은 환경조사 결과가 믿을 수 있다면 대책위에서 다시 환경영향평가를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수자원공사의 부실한 환경영향조사를 비난했다.

수자원공사의 한 관계자는 4일 "현재 진행중인 취수장 건설은 취수구를 드러내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기존 취수장(하루 취수량 25만톤 규모)을 이전 증설하는 것"이라며 "주민이나 시민단체에서 문제삼고 있는 30만톤 증설 부분과 관련한 염해 문제 등은 주암댐과 섬진댐에서 증가된 취수량만큼 방류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수장 증설과 관련 수자원공사 측에서 제시한 환경영향 분석 및 저감대책에 따르면 "사업시행으로 인해 유량이 같을 경우 섬진강 수위의 변화는 없을 것"이며 "취수장 건설에 따른 하천내 상하류의 홍수위 변화는 미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이 같은 수자원공사의 조사자료을 믿지 않고 있다.

섬진강 하류 7∼8년 째 바닷물 피해 심각, 재첩·전어 어획량 급감

바닷물 피해를 입고 있는 진월면 시설재배 단지. 섬진강 제방으로 부터 400m 이상 떨어져 지하수를 끌어 올려야 하는 곳도 있다.
바닷물 피해를 입고 있는 진월면 시설재배 단지. 섬진강 제방으로 부터 400m 이상 떨어져 지하수를 끌어 올려야 하는 곳도 있다. ⓒ 조경국
현재 진월면 중도마을에서 비닐 하우스로 수박농사를 짓고 있는 이광우 씨(37)는 4일 "섬진강 제방 근처에서 퍼올리는 지하수에 염분이 섞여나오게 된 것이 벌써 8년이 넘었다"며 "현재는 제방에서 400미터 이상 떨어져서 물을 퍼올려서 농사를 짓고 있는 형편인데 취수장 증설은 농사를 짓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닥쳐올 피해를 걱정했다.

취수장 공사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진월면의 경우 현재 430여 가구가 시설 재배를 하고 있다. 그러나 무절제한 모래채취, 광양제철 준설공사 등으로 인해 매년 바닷물 피해를 입고 있으며 일부 마을에는 식수에도 소금기가 있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실제 시설재배 농가뿐 아니라 재첩·전어 등이 생계수단인 어민들도 걱정도 태산이다. 10년 전만 해도 진월면에서 재첩잡이로 수익을 얻었던 사평 등 15곳의 마을 중에서 현재까지 재첩을 잡고 있는 곳은 7 곳 밖에 되지 않고 그나마 채취량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또 전어잡이도 예전보다 못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바닷물 피해가 나타나게 된 원인은 대략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무절제한 골재채취, 광양제철소의 대규모 준설 공사, 섬진댐·주암댐의 건설로 인한 유수량 감소 등이 바닷물이 계속해서 섬진강 상류로 밀려들어가는 현상을 낳고 있다고 환경단체 등은 분석하고 있다.

섬진강 피해는 하루 이틀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누적된 것이다. 전남 동부지역의 3개시 2개 군에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취수시설을 확장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환경을 무시된 무분별한 개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섬진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눈앞의 이익보다는 보전에 더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 다압 취수장 증설 공사를 바라보는 지역주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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