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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몰락은 막아야 한다. 그러나 지방의 몰락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막는가에 대해서는 신중한 담론이 필요하다. 또 지방에 대한 적극적 투자가 구체적으로 지방의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최근 지방의 일각에서 수도권의 인구, 경제, 교육의 집중 현상을 시정하라는 강력한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을 막을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 마련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일자리와 기회, 그리고 대중 문화가 번창하고 있는 수도권으로 가고 싶어하는 인간의 보편적 욕구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생각 끝에 그들은 지방분권과 적극적 지방투자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지방분권과 적극적 지방투자로 지방이 살아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지방 분권과 투자는 지방정부와 소수 지방기득권의 입지만 강화시킬 수 있다.

지방이 몰락하는 이유는 지방정부의 권한이 적어서도 아니며, 지방에 대한 투자가 적어서가 아니다. 권한과 투자를 증대시켜주어도 그것을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는 협력 체제와 개방적 자세가 미흡하다는 점이 근본 문제이다.

지방의 여론은 일부 성장 연합 세력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피해에 가장 민감한 기득권 집단이며, 폐쇄적 연고에 의해 움직이는 집단이기 때문에 권력의 공유나 열린 담론의 전개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

한심한 일이지만 지방에는 내부 비판도 없고 내부 교류도 없다. 모두가 자기 것 지키기에 급급하며, 개방과 교류를 위한 협력네트워크의 구성에는 별 관심이 없다. 지방과 수도권과의 근본적인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마땅히 지방살리기의 핵심주제는 열린 참여와 협동 네트워크 형성이어야 한다. 그리고 지방에 대한 투자와 분권은 참여와 협력네트워크 형성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의의를 가져야 한다. 현 상태에서의 지방분권은 지방정치의 과오를 촉발시킬 수 있으며, 투자의 증가는 선심성 사업 발주나 일회성 소비로 치달을 수 있다.

지방 정부에 대한 지원은 주민 및 시민단체와의 열린 정책 네트워크 구성 여부에 따라 차등화 돼야 하며, 교육부문에 대한 지원은 학교별 지원이 아니라 협력적 교육네트워크 및 지역 학술재단의 설립 등과 같은 공유적 개념의 교육 지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경제적 지원도 개별 기업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경제협력망의 구성에 대한 것이라야 한다. 문제는 참여와 협동의 네트워크에 대한 실천이
지방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기 힘들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실로 걱정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작은 도시로 갈수록 열악해지는 지방자치능력과 주민참여네트워크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참여 자치의 기제를 만드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지방의 지식인과 시민단체가 직접 나서야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지방화선언이 자칫 지방 정부와 보수 기득권의 이익을 대변하도록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우선 필요한 작업은 지방의 혈액순환을 막는 연고주의와 보수주의를 타파하는 일이며, 동시에 주민참여와 협동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활력을 증진시키는 일이다.

무릇 지방화선언은 지방의 경제를 수도권 같이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지방이 수도권을 능가하는 품격 있는 참여자치를 하는 일에 치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방살리기가 우리 수준에서 가능해지고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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