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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필승 코리아 오 필승 코리아 오 필승 코리아 오·오·오오래~ "

자리를 떠날 때 목이 쉬지 않았다면 마치 매국노가 될 것만 같은 열광의 자리가 인사동 가나아트 앞 길에서 있었다. 윷판을 통해 하나되는 자리.

토요일과 일요일은 다른 날에 비해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늘 물건을 파고 사는 행위가 많고 이색적인 것을 찾아 몰려드는 사람들 일색이다. 그 가운데 울릉도 호박역을 직접 팔거나, 줄까지 서서 먹어야하는 호떡이 여름인데도 호황이다.

한쪽에선 키위나 토마토, 딸기를 갈아주는 시원한 쥬스가 팔리기도 한다. 또한 좁은 자리에서 새소리가 나는 악기를 불며 사람들을 끌기도 하고 직접 만들었다는 수공예품이나 이국적 향을 느끼게 하는 아로마향초와 뿔초를 팔기도 한다.

이렇게 돌아다니다보면 눈에 피로가 오고 사이사이 그림을 보게되면 어딘가 편히 앉아 쉬고 싶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후배와 이것저것 보고 헤어진 뒤 풍물가락이 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신명을 부르는 풍물가락과 사람들이 유난히 많이 모인 곳이라 발돋움을 하며 올려다보니 이렇게 재미난 판을 왜 이제 왔나 싶었다.

개량한복을 입고 줄달린 모자를 눌러쓴 사람이 윷을 놓을 자원자를 찾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거리에 윷판을 만들어놓고 통나무로 윷을 만들어 지게에 지게 한 후 장작윷을 놓게 하는 행위였다. 의외로 외국인은 너무 좋은지 친구까지 불러들인다. 사람을 말로 세우고 한 경기는 벌써 막바지에 이르렀는지 바닥엔 1:1의 승부가 적혀있었다. 외국인 셋이 지나도록 승부가 나지 않았는데 마지막 40대 초로 보이는 아줌마가 윷을 잘 놓아 처음엔 윷을 나중엔 모를 놓아 2:1로 미국이 승리를 거뒀다. 사회를 본 사람은 승부와 상관없이 하나가 되어 월드컵 선전을 응원한 사람들에게 승리를 돌리는 재치를 보였다. 윷을 놓기 전에 풍물 가락으로 뜸을 준 후 결과가 났을 때 한 바탕 응원이 있다.

아이들은 아예 바닥에 질퍽하게 앉아 태극기를 들고 춤을 춘다. 어떤 형태로든 하나되는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생각하니 마음은 뿌듯했다. 사람들이 돌아간 후 주최측인 "시천주"의 주모(이은서)를 만나 이 행사의 동기를 들어보았다.

" 인사동에 문화공간이 많지 않은데 월드컵을 맞이하여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시발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매주 토요일 오후 3:30분부터 두어시간 계속되는데 이번이 두번째라고 한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정서는 통하는지 매우 즐거워하는 외국인을 보니 세계는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윷을 놓고 난 후 주모가 떠주는 막걸리 한사발 주욱 걸치고 나면 그 순간 무엇이 부러울까. 사실 나도 자원해서 윷을 놓고 막걸리 한 잔 얻어마시고자 했지만 주모로부터 매실차 한 잔 얻어마심으로 감사했다.

시천주는 지난 해 12월에 문을 열었는 데, 사람이 있고 밥과 차가 있는 , 시와 술이 샘솟는 공간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이들은 녹색대학(http://www.ngu.or.kr.)을 준비하는 사람들이었다. 녹색대학은 깨끗하고(clean), 생태적인(green), 살맛나고(romantic), 옴살스런(holistic) 이란 표어를 갖고 있다. 2003년 3월 지리산 자락에서 먼저 시작할 예정으로 있는 데 관심있는 이들은 위 사이트를 참조하기 바란다.

앞으로 시천주에서는 윷놀이뿐만 아니라, 거리 백일장도 할 예정이라는데 벌써 그들은 삼행시 짓기와 돌 잔치를 통해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주고 정을 찾을 기회를 차분히 갖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더욱더 재미난 사실은 매월 첫째, 셋째 일용일 오전 10시부터 5시까지 개방하는 데 무료로 차를 준다고 하니 차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너무나 기쁜 일이다. 이때 자신이 갖고 있는 차를 들고 가 나눠먹거나, 맛나는 술이 있다면 함께 풀 수 있는 곳이면 더더욱 좋으리라.

함께 나누고 어우러지는 것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모인 곳이 아닌가 싶다. 이 곳에 가면 환경은 물론 시인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은 어디서든 만난다고 한다. 그리하여 인연의 끈은 더 단단해진다고 한다.

오늘 인사동 거리를 다니다 무심코 들른 쉼터에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혼자만의 것이 아닌 함께 나누는 맛도 즐겨보시라.

덧붙이는 글 | <윷놀이>

척사(擲柶) 또는 사희(柶戱)라고도 한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전해오는 한국 고유의 민속놀이로 대개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날까지 즐긴다. 부여족(夫餘族) 시대에 5가지 가축을 5부락에 나누어주어 그 가축들을 경쟁적으로 번식시킬 목적에서 비롯된 놀이라고 하며, 그에 연유하여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에 비유한다.

윷은 박달나무나 붉은 통싸리나무로 만드는데 '장작윷(가락윷)'과 '밤윷'의 2가지가 있고, 관서(關西)·관북(關北) 지방에서는 '콩윷(팥윷)'이라 하여 검정콩이나 팥알 2개를 쪼개어 4개로 만들어 노는 것도 있다. 장작윷은 지름 3cm쯤 되는 나무를 길이 15cm 정도로 잘라 이것을 둘로 쪼개서 4개로 만든 것이며, 밤윷은 작은 밤알만하게(길이 1.8cm, 두께 1cm 가량) 만든 것이다. 

밤윷은 주로 경상도 지방에서 사용하는데 통상 간장종지 같은 것에 넣어 손바닥으로 덮어 쥐고 흔든 다음 속에 든 밤윷만 땅바닥에 뿌려 던진다. 콩윷은 대개 토시 한짝을 세워놓고 오른손에 콩알(팥알)을 쥐고 흔들어 토시 속으로 던져 넣는데, 토시가 없을 때는 종이로 토시 모양을 만들어 세우기도 한다. 

장작윷은 부녀자들의 경우 주로 안방에서 요나 담요 등을 깔고 놀며, 남자들은 사랑방이나 마당 또는 큰길가에서 가마니나 멍석을 깔고 높이 1m 정도로 던지면서 즐긴다. 던진 윷쪽의 하나(지방에 따라 2개)가 멍석 밖으로 나가면 그 회는 무효로 한다.

윷놀이의 말판은 한쪽이 5밭씩으로 정사각형 또는 원형의 20밭과, 중앙을 정점으로 하는 X자형(원형판은 十자형)의 5밭씩 도합 29밭이며, 윷을 던져 땅에 떨어진 모양에서 하나가 젖혀지면 '도'로 한 밭씩, 2개가 젖혀지면 '개'로 두 밭씩, 3개가 젖혀지면 '걸'로 세 밭씩, 4개가 모두 젖혀지면 '윷'으로 네 밭씩, 모두 엎어지면 '모'로 다섯 밭씩을 갈 수 있다.

앞에 가던 상대편 말을 잡거나, '윷', '모'가 나오면 한 번 더 할 수 있으며, 이렇게 하여 4개의 말이 상대편보다 먼저 말판을 돌아오는 편이 승리한다. 또 한꺼번에 2개 이상의 말을 함께 쓸 수도 있는데, 이것을 '업'이라 하여 보다 능률적이기는 하지만 상대편 말에 잡힐 경우에는 더욱 불리하게 된다. 윷놀이는 인원수의 제약을 받지 않으나 보통 4명이 서로 편을 갈라서 하는 것이 상례인데, 이때는 각 편 사람들이 서로 섞바뀌어 윷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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