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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를 맥빠지게 하는 것은 단연 지역 분할 구도에 따른 정당공천제라 할 수 있다. 예컨대 특정지역에는 민주당 후보가 출마할 염두도 못내고, 다른 지역에는 한나라당 후보를 찾아 볼 수 없다.

내가 살고 있는 대구광역시와 이웃 경상북도에는 한나라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가 결과가 거의 뻔한 선거를 치루게 되어있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승리를 낙관한 나머지 방송 토론을 기피하다시피 함으로써 시민들의 '알 권리'를 사실상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6월 5일 저녁 대구문화방송에서 진행된 경상북도 도지사 토론회에는 '한나라당 방침'이라는 이유로 이의근 한나라당 후보(현 경상북도 지사)가 불참한 가운데 무소속 후보 한 명만이 나와 토론하는 황당한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의근 후보 좌석을 공석으로 놔 둔채 사회자와 패널이 토론을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한나라당이 언론과 시민의 눈마저도 두려워하지 않는 엄청난 세력이 되었다는 전율을 느낀 사람이 많았다.

이보다 앞선 대구광역시장 토론회의 경우에도 한나라당 후보가 '한나라당 방침'을 내세워 KBS토론을 기피한 끝에 어렵사리 토론회를 치뤘으며, 대구기독교방송과 오마이뉴스가 기획한 토론회는 결국 '한나라당 방침' 때문에 토론회가 무산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특정 정당의 후보가 토론회를 기피하는 것이 뭐 대수냐고 반문할 지 모르지만, 민주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토론회를 통한 정보제공과 유권자 선택 기회 제공이 절실히 필요한 점을 알아야 한다.

시민들이 후보자에 대한 생생하고도 자세한 정보를 얻는 길은 언론 매체를 통해서이기 때문에, 언론매체를 통한 후보자 토론회는 진정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다.

'한나라당의 방침'이 어떤 계산 하에서 정해진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러한 방침은 기본적으로 시민과 언론을 무시하는 오만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한나라당의 방침'이 무소속 후보의 정견 발표의 기회마저 빼았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한나라당은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대구문화방송에서 이의근 한나라당 후보를 불참시킨 채 진행한 토론회는 한나라당과 시민을 각성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장악한 당이 어느 정당이 되었건 지금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 언론사 토론을 기피하는 것은 어떠한 논리로도 그 오만함과 치졸함을 정당화시킬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선거에 임하는 '한나라당의 이상한 방침'이 중앙당의 결정으로 일방적으로 시달되고, 이 방침에 따라 지방정치 지망생들이 중앙당을 눈치를 보는 현재의 선거 구도는 그 자체가 반지방자치적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그 해괴한 방침'을 철회하고 적극적으로 방송토론회에 나서서 시민들 앞에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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