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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4일에 열렸던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오늘 이야기는 '식은 밥'이라 타박할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언젠가는 데워 먹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서 점검 차원에서 꺼내 들었다. 원래는 <딴지일보>가 제공해야 할 메뉴인데, 요사이 김어준 총수께서 '일망타진 이너뷰' 때문에 바빴던 것 같아 내가 총대를 맨다.

지난 5월 관훈클럽과 방송기자클럽 토론에서 이회창 대통령후보는 1997년의 소위 '창자 발언'을 해명했다. 해명 요지를 추려보자. 이 후보는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막말'을 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불리한 기사를 쓴 기자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은 없었고 "싸우면서 한 말도 아니었다." "농담으로 한 말로 그리 심한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회창 후보가 문제의 발언을 한 사실 자체를 인정한 데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닌 언론인 단체 토론회였던 만큼 잘못 거짓말을 했다가는 뒷감당을 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중앙일보 이연홍 기자가 <월간중앙> 6월호 기사에서 전후 상황을 제법 자세하게 밝혀 놓았기 때문에 사실 그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려웠던 탓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 후보가 그런 '농담'을 한 건 사실이다. 여기서 '농담'이라고 하는 것은,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정말로 기자의 '창자를 뽑아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하겠다고 한 만큼, 이건 어디까지나 '농담'으로 봐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 지난 5월 22일에 열렸던 이회창 후보 관훈토론 초청 토론회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런데 문제는 '농담' 그 자체가 아니다. 정말 '뜻 없는 농담'이었다면 어째서 이회창 후보는 그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을까. 누가 물어보지 않아서 그랬다고? 천만의 말씀. 누군가 물어본 사람이 있다. 그때 이회창 후보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안면 몰수하고 본인에게 물어본 사람이 누구일까? 대한민국에서 그런 '후안무치 인터뷰'를 할 인물이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 말고 누가 있으랴. 딴지일보의 '대선후보 (궁금증) 일망타진 이너뷰'는 정치인 인터뷰의 최고봉이다. 나는 이렇게 재미있고 무지막지하며 핵심을 찌르는 인터뷰를 다른 언론매체에서는 본 적이 없다.

김어준은 2001년 1월 9일 오후 4시, 여의도 부국증권빌딩 11층,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의 후원회 사무실에서 이 인터뷰를 했다. 참모가 넷 배석했고 녹음도 했다. 관련 발언을 발췌해서 옮겨 본다.

김어준: 97년 대선 당시, 신문 방송 기자 모임 자리에서 기자 두 명이, 이건 별로 하고 싶지 않으신 말씀이겠지만….
보좌관: 격한 말씀 하셨던 걸 말씀하시는 거죠?
김어준: 아, 예, 뭐. 창자를 씹는다는 창자론도 거론되고.
이회창: (크게) 에이고! (웃음)
김어준: 씨를 말린다는 표현도, 뭐 그런 말을 하셨다는데.
이회창: 나한테 직접 그 말을 들었다고 한 사람이 있습디까? 허허….
김어준: 직접 듣진 않았는데 그 자리에서 그랬다고 하더라고 하는….
이회창: (작게) 에이고…. (웃음)

김어준: 전혀 사실무근입니까?
이회창: 전혀 없어요. 근데, 그 당시는 우리가 신한국당에 이른바 그 칠룡 팔룡 구룡 해가지고 경선 후보들이 많이 있었고, 서로간의 그런 어떤 비방하는 말 같은 것들을 하고 다니니까 경계를 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그런 얘기가 한 번 언론에 나오고, 나도 그 걸 보고 그런 말이 나온 걸 알았는데. 그런 식의 표현은 한 적이 없습니다.
김어준: 그러니깐, 비슷하게 오해할 말 같은 것도 없었다?
이회창: (고개를 흔들며) 그런 기억이 없는데….
김어준: 그 이야기 듣고 저희는 뭐, 곱창을 좋아하시는 줄 알았습니다.(웃음)

이런! 이회창 후보가 <딴지일보>에 '거짓말'을 한 것이다. 공당의 대통령 후보가 사석도 아닌 언론 인터뷰에서 거짓말을 하다니!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새빨간 거짓말'을 듣고서도 시비 거는 언론이 없다. <딴지일보>조차 잠잠하다. 이상하다. 혹시 <딴지일보>는 선관위가 인정하는 '언론기관'이 아니라 그런가? 김어준 총수한테 물어보자. 어이, 당신. 속아 놓고도 왜 가만히 있어? 당신 언론인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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