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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을 하루 앞둔 5월 30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한국전력 본사 앞이 시끄럽다. 한국전력 본사 앞은 강남구 선거연락사무소를 설치하려는 사회당 선거운동본부와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들로 복잡하다.

건너편에는 월드컵 국제 프레스센터가 있어 월드컵 취재를 준비하고 있는 내외신 기자들로 복잡하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월드컵을 맞이하는 풍경이 사뭇 다르다.

오후 2시경 사회당원 30여명은 한전 본사 앞에 자리를 깔고 앉아 '합법적인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경찰과 발전노조원들을 탄압하는 한전'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전 본사 안에는 청원경찰들이 사회당원들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 주위에는 선거연락사무소 설치를 막기 위해 경찰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회당 이은영 대변인은 29일과 30일에 있었던 일을 기자에게 전했다.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67번지 소재 한국전력 본사 앞마당에 선거연락사무소를 설치하려고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를 했습니다. 합법적인 서울시장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 선거연락사무소를 설치하려고 했는데, 한전 측에서 '본사 앞마당은 한전의 사유지이기 때문에 설치할 수 없다'며 막더라고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한전 서문 앞 인도에 천막을 설치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경찰이 와서 '도로를 점유하면 안 된다'며 천막을 강제로 철거해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선거출마자와 운동원들이 많이 다쳤습니다. 어디에서 선거운동을 해야할지."

선거법 상에는 공유지에 선거연락 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으며, 선거 연락사무소는 옥내외를 가릴 것 없이 설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 경찰이 '도로를 점거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합법적인 선거운동을 막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사회당의 입장이다.

경찰의 천막철거에 대해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공원에도 천막을 치며 선거운동을 하는 것도 허용되는데 도로에 선거연락 사무소를 설치한다고 해서 문제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다.

이은영 부대변인은 "올 한해 동안 열심히 싸웠지만 아직도 발전노조원들은 한전의 탄압을 받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면서 "월드컵 기간동안 외국인들에게 '이것이 한국의 실상'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 이 곳에 선거연락사무소를 설치하려고 했는데 이것을 막는 것을 보니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이 폭로되는 것이 싫은가 봅니다"고 말했다.

사회당은 한전 앞을 지나가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영문으로 제작된 팸플릿을 전달했다. 외국인들은 팸플릿을 유심히 보면서 한전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외신기자들도 관심을 가지고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사회당은 선거연락사무소 설치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모든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한전 본사 앞에서 노숙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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