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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四月)이라 맹하(孟夏:비 온 초여름) 되니 입하(立夏), 소만(小滿) 절기(節氣)로다.
비 온 끝에 볕이 나니 일기도 청화(淸和)하다.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로 울고, 보리 이삭 패어나니 꾀꼬리 소리한다.
농사도 한창이요, 잠농(蠶農:누에치기)도 방장(方長:이제 막 한창)이라.
남녀노소 골몰(汨沒:한 일에 몰두함)하여 집에 있을 틈이 없어,
적막(寂寞)한 대사립을 녹음(綠陰)에 닫았도다.


이것은 조선 철종 때의 정학유(丁學游:정약용의 둘째 아들)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중 4월령의 일부분이다. 오늘은 24절기 중 ‘소만(小滿)’으로 이 시기 농촌의 정경을 그대로 읊은 것이다. 농가월령가는 1년 12달 동안 농가의 행사를 월별로 나누어 교훈을 섞어가며 농촌 풍속을 표현하고, 농사를 장려한 노래이다.

우리민족은 원래 농경민족으로 1년의 삶이 농사와 함께였다. 1년 중 설날, 대보름, 단오, 한가위 등의 명절과 입춘, 동지 등 24절기는 한국인의 삶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그것을 우리는 ‘세시풍속(歲時風俗)’이라 부른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우리 조상들의 이 삶이 일부 명절 외에는 점점 외면되어 가는 게 현실이다.

이 때에 학고재에서는 사진작가 황헌만 씨의 사진과 민속학자 정승모 씨의 글을 담아 <한국의 세시풍속>이란 책을 내놓았다. 황헌만의 사진 405점은 현재 우리 민족이 지키고 있는 세시풍속과 사라질 위기에 있는 세시풍속의 현장을 찾아 기록을 남긴 것으로 30여 년 동안 전국을 누빈 결과물인데 문화 지킴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우리의 세시풍속을 월별로 정리하고, 절기와 농사, 놀이 등의 의미를 밝혀놓았다. 또 사진과 함께 각 과정에 대한 정승모의 친절한 설명은 우리가 바로 이 세시풍속의 현장에 와있다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이다. 민족 모두의 명절인 설날과 추석 풍속은 물론이고 소라실 장승제, 기지시 줄다리기, 은산별신제, 청도 소싸움, 강릉 단오제, 밀양 백중놀이, 태백산 천제(天祭)의 모습 등을 생생한 천연색 도판으로 접할 수 있다.

이러한 기록들은 우리의 세시풍속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며, 단순히 사진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이루어질 일은 아닐 것이다. 4철 모두 농촌의 현장에서 살아야 될 일과 동시에 각 지방의 동제(洞祭), 민속놀이, 농사일 등을 섭렵해야만 가능한 일임이 분명하다.

이 책은 글보다는 아름답고 섬세한 사진들이 더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어 300쪽을 단숨에 읽어버릴 수 있다. ‘은산별신제’의 사진은 정말 생생하며, ‘쥐불놀이’, ‘횃불돌리기’의 사진은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고, 동지 팥죽을 보면 침이 꿀꺽 넘어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우리 조상들의 세시풍속은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다. 우리 민족은 누구나 이 책을 애장서로 만들기를 권한다. 그런 다음 우리 조상들의 세시풍속을 오늘에 다시 살려낸다면 재미있고, 아름다운 그리고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한국의 세시풍속> / 학고재
사진 : 황헌만
서라벌예대 사진과 졸. 중아일보 출판사진부 기자, 서울문화사 사진부장 역임.
사진집 - '장승', '초가', '조선땅 마을지킴이', '도산서원'
글 : 정승모 
한국정신문화원 박사과정 수료. 국립민속박물과 학예연구사 역임.
현재 지역문화연구소장. 저서 '시장으로 보는 우리 문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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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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