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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1인당 학생수의 허상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교육통계에 있어서 우리나라 대학 강사의 경우 교수로 취급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교수 1인당 학생수가 30명 정도 한다면 이 통계는 대학강사를 제외하고 산출한 것이다.

만일 대학강사가 그대로 '교원'이라고 인정되고 그에 따라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셈하면 우리나라도 교수 1인당 학생수가 선진국 못지 않은 15명대로 줄일 수 있다.

실제로 각 대학 강사 위촉 관련 규정에 따르면 교수 임용 자격과 사실상 아무런 차이가 없다. 학생들 입장에서 본다 하더라도 당연히 그래야 맞다.

하지만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강의를 담당하는 '교수'들은 강사의 10배 내지 30배 정도의 보수를 받는 교수와 교수의 10분의 1 내지 30분의 1 정도를 보수로 받는 강사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이 대학당국과 교수들도 교수의 10분 1 정도의 보수만을 받는 강사들에게 교수와 동일한 자격과 강의의 질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교육통계뿐만 아니라 국제기관이나 외국정부의 요청으로 대학교원수 통계를 밝힐 때에도 우리나라 정부는 대학강사의 수는 제외한다.

우리나라 대학강사야말로 대학교육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인데도 대학강사는 통계적으로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 못하다.

교원 아닌 강사가 강의(?)

이들이 평균적으로 주당 5시간 정도의 강의를 담당한다고 할 때 대학강사가 받는 보수는 시간당 2만 원 선이다. 그럼 이들이 받는 연봉은 얼마인가?

주당 5시간, 한 학기 16주, 1년 두 학기, 시간당 2만 원, 이렇게 계산하면 된다. 결과는 연봉 320만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고 이들은 실업수당을 받는 것도 아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고 할 때 우리나라 대학교육개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아야 할까?

영국엔 우리나라와 같은 형태의 대학 시간강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나라도 시간강사 제도를 없애야 하는가? 정확히 없애야 한다.

방법은 무엇인가? 교육관련법상 이들을 '교원' 범주로 인정하면 된다. 현재 조교도 교원으로 되어 있는 실정인데 강단에 서는 강사는 교원이 아니다. 그 외의 방법들은 모두 이 문제를 호도한 것이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학강사 문제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으며 기회 있을 때마다 그 해결을 위한 정책 추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대통령은 이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한 채 임기를 마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교육부 혹은 교육인적자원 장관에게 대학강사 문제 해결을 당부하였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아무런 해법조차도 제시된 바 없다.

김 대통령도 사립대학에 대해서 전혀 손을 댈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심지어 교육 당국이 강사실태 문제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해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는 것조차 김 대통령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강사노조

그래서 "교수와 (사립) 대학당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교육당국은 "김 대통령의 대학강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채근" 때문인지는 몰라도 얼마 전 강사실태조사의 일환으로 연구용역을 발주하였다.

그런데 교육 당국의 발주자 선정태도가 가관(?)이었다고 한다. 교수노조처럼 법외 노조도 아닌 전국대학강사노조(위원장 : 임성윤 성균관대 강사, 약칭 전강노)라는 합법노조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당국은 강사에게는 용역을 줄 수 없으며 '교수'에게만 용역을 줄 수 있다 하여 전강노와는 무관하게 '교수'에게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발주하여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번 연구용역만 그런 것이 아니다. 웬만한 연구용역건이 모두 그렇게 되어 있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이를 해소하는 노력을 하고는 있으나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강사가 교육관계법상 교원으로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풀려는 어떠한 시도도 절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한편 전강노에 따르면 교육당국이 발주한 이번 실태조사 설문지에는 강사들이 처한 현장에 대한 상황파악도 안된 설문 문항들이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강의하는 대학에서 가입되어 있는 사회보장제도는 무엇입니까?" "출강하시는 대학의 복지제도와 관련하여 개선하여야 할 문제점에 대하여 적어주십시오" 등과 같은 설문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각 대학은 교육부와 마찬가지로 '교원' 아닌 강사들을 교육의 주체로 그리고 학교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근로자라면 모두 보장받는 사회보장제도를 대학강사들은 전혀 받고 있지 못한 현실조차 고려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과거 일부 대학들이 국회의원의 설문조사에 강사들이 사회보험이나 직장예비군/직장민방위에 가입하고 있는 것처럼 '불성실하게' 응한 적이 있는 것과 유사한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강사노조, 열악한 보수 개탄

영국에는 우리나라와 같이 대학교육의 절반 가량을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교육법상 '교원'이 아닐 뿐만 아니라, 연봉 3백여만 원 수준에 불과한 형태의 대학 시간강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국강사노조(NATFHE)는 강의와 연구를 담당하는 모든 선생(우리나라 교수와 강사)들이 조직대상이 되며 현재 조합원은 6만여 명에 이른다.

여기에는 연구원, 평생교육기관, 교도소 재소자 교육기관 등에서 교육을 담하고 있는 사람들까지도 포함되어 있으며 초중등 교사 노조와는 별도이다.

한편 영국에서는 강사노조와는 별도의 교수노조는 따로 구성되어 있지 않으며 강사노조에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영국강사노조야말로 교수노조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국강사노조는 주로 강사급 대학선생들의 보수나 근무조건 개선을 위해 일하고 있다.

그런데 영국의 대학선생의 보수와 수당이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 등지와 비교하였을 때 선진국 중에서는 가장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해서 대학교육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려는 노동당 정부에 대해 강사들의 보수 인상 문제에 관심을 신경을 써주도록 촉구하고 나섰다.

즉 지난 1월 15일자 영국강사노조 자료(아래 표 참조)에 따르면 영국의 대학강사와 연구원의 경우 15개국 중에서 10위권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이 자료는 영국대학강사노조가 를 바탕으로 하여 작성한 것이다. 이 분석자료는 영국 대학 선생의 구매력은 스페인과 이탈리아보다 뒤지며, 그리스, 멕시코, 터키보다 겨우 앞서는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대학강사노조의 이번 조사는 '포괄지출예산지출검토보고서'에 수록되어 정부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번 조사에서 영국 대학의 선생이 평균 연봉 2만1800 파운드(한화 4300여만 원)인데 반하여 1위를 차지한 캐나다는 7만2700 파운드(1억4500여만 원)를 기록하였다.

영국도 보수 열악

영국에서 대학선생의 봉급수준은 다른 유사한 공공서비스 부문 근로자보다 임금수준이 더 뒤져 있으며 현재에는 노동시장 봉급 전체순위에서 하위 30% 대에 속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영국에서는 대학 선생의 임용과 유지는 점점 더 큰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영국에서는 특히 화학, 물리학, 교육학 등 일부 전공분야의 경우 대학선생들이 10년 내에 절반 이상이 그만둘 예정으로 있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영국대학강사노조 사무총장 폴 매크니 씨는 영국 정부가 2010년까지 18세에서 30세 사이에 속하는 젊은이들 중 50%를 대학에 진학시키도록 하며, 이렇게 해서 사회적 배제 문제에 대처하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도, 대학 졸업생 수준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대학생들은 우수한 학력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수한 가르침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받아야 합니다. 대학 강사에 대한 저임금으로 인해 세계적 수준의 학자들을 유치할 수 있는 대학의 역량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대학 선생의 봉급수준에 비하여 영국 대학의 선생들은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강의뿐만 아니라 연구에도 매진해야 하는 기대수준은 높으면서도 봉급이 낮다면 계산에도 맞지 않으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입니다."

영국정부에 대해 대학선생 봉급 개선 요구

이번 영국대학강사노조는 정부에 제출한 '포괄적 지출예산 검토보고서'는 대학의 보수 수준을 개선하며 대학선생 내부의 남녀 차별을 해소하고 정부측 대학교육 확대 목표 달성에 필요한 대학선생 수급을 맞추기 위해서는 총 6억 7천 5백만 파운드가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영국에서는 독립적 위상을 갖추고 잇는 기구에서 작성된 베트 보고서가 제시한 권고내용에 맞게끔 대학선생의 봉급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매년 추가로 총 4억5천만 파운드(한화 약 9천억 원)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그 내역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학선생 봉급에 있어서 남녀간 16%에 이르는 봉급 차이를 해소하는데 1억5천만 파운드가 필요하다. 둘째, 수천 명에 이르는 임시직 파트 타임 선생들을 그나마 최소한 선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고용조건 수준으로 맞추도록 하는데 5천만 파운드가 소요된다.

셋째, 2010년까지 18-30세에 속하는 젊은이의 50%를 대학에 진학시키도록 하겠다는 영국정부의 목표를 매년 추가로 1만5천 명씩의 학생을 대학에 진학시키도록 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매년 1천 명의 대학 선생이 추가로 더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매년 2천5백만 파운드가 더 필요하다.

그 외에도 영국 대학강사노조 측은 앞으로 3년 동안 대학을 확장과 신입생 증원에 맞게 적정한 재정지원을 하며, 대학선생의 질을 보장하고, 건물과 기타 인프라 등을 보수하거나 새로 마련하며, 연구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12억 파운드가 더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현실

우리나라에서 대학강사 아닌 일반 교수조차도 연봉 1억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진 않을 것이다. 교수 연봉 수준은 대학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3천 만원에서 7,8천만 원 선일 것으로 추산된다.

대학강사는 연봉 3백여만 원 선에서 허덕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학강사들은 대학교육의 절반을 거머쥐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교육에 대해 대학의 학생과 교수들은 물론 교육당국을 포함하여 이를 제대로 직시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강노 역시 극소수 대학강사들만이 참여하고 있다. 노조참여조차 할 수 없는 온갖 악조건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대학선생봉급 국제비교표(1998년 기준)>
(단위는 파운드, ()는 한화(1파운드=2천원으로 계산함))

1. 캐나다---------72,700 (145,400,000)
2. 이탈리아-------72,400 (144,800,000)
3. 미국-----------56,100 (112,200,000)
4. 핀란드---------47,100 (96,200,000)
5. 호주---------- 39,900 (79,800,000)
6. 프랑스---------34,500 (69,000,000)
7. 노르웨이-------31,200 (62,400,000)
8. 독일-----------24,800 (49,600,000)
9. 스페인---------24,900 (49,800,000)
10. 영국----------21,800 (43,600,000)
11. 그리스--------20,800 (41,600,000)
12. 멕시코--------18,400 (36,800,000)
13. 터키----------18,200 (36,400,000)
14. 일본----------16,500 (33,000,000)
15. 체코----------11,500 (23,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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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영국대학강사노조 홈페이지 www.natfhe.org.uk)

○ 이 표는 대학선생의 평균구매력을 가리키며 모든 수치는 OECE의 공식 통계자료에 바탕을 두었다. 

○ 대학선생의 봉급 수준에 대한 이전의 비교표들은 조세제도, 환율, 각종 사회적 수당, 생활비 등에 따른 커다란 편차로 인해 용이한 비교가 힘들었다. 따라서 보수의 그로스를 비교하는 것은 상대적 구매력에 대해서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었다. 

○ 이와는 달리 이번 비교는 각종 수당, 세금, 환율, 생활 등을 모두 고려한 를 사용했기 때문에 과거의 어려움을 피할 수 있었다. 

○ 여기서 말하는 대학 선생이란 파트타임 선생과 기간제 선생을 포함하여, 대학에서 강의를 전담하거나 혹은 강의와 연구를 병행하는 선생 모두 망라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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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기자는 성균관대 정치학박사로서, 전국대학강사노조 사무처장, 국회 경찰정책 보좌관, 한국경찰발전연구학회 초대회장, 런던정치경제대학 법학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경찰정치학>, <경찰도 파업할 수 있다>, <경찰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삼과 사람> 상하권, <옴부즈맨과 인권> 상하권 등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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