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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철새' 지적 없어

지난주에는 김혁규 도지사가 한나라당 공천 과정에서 보인 '오락가락'한 행보가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정치의 계절이니만큼 이번에도 좀 다른 차원에서 역시 오락가락하는 정치신인들의 행보를 문제삼아 보자.

2000년 4.13총선에서 민주당 마산 회원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바 있는 김형철 씨가 지난 11일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대선경선에 나온 최병렬 후보의 정책보좌역을 맡기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돌렸다.

김 씨는 보도자료에서 "실패한 개혁으로 상징되는 무능하고 부패한 김대중 정권이 지난 5년간 남긴 것은 좌절과 불안의 대한민국"이라며 "조국의 미래를 위해 정권교체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해 한나라당에 입당해 힘을 보태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제 정치에 입문한 지 한 3년밖에 안된 정치신인이 한때나마 자기가 몸담았던 민주당과 정권을 비난한 것까지는 이해한다 치자. 그 바닥이 원래 그런 것이니까.

그러나 김 씨는 작년 6월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이념과 정책이 상반된 DJP 공조 복원이나 민국당과 3당 연합은 개혁을 표방한 민주당의 본질과 맞지 않다"고 말해, 마치 민주당이 '개혁'정당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탈당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런 논리라면 한나라당이나, 자신이 보좌역으로 들어간 최병렬 의원이 '개혁'적인 사람이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최병렬 의원이라면 자타가 공인하는 보수 정치인이 아닌가.

그러나 이번 김형철 씨의 한나라당 입당을 보도한 지역언론 중에서 이같은 말바꾸기 행태를 지적한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사실 지역언론이란 전국적인 인물보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 지역정치인들의 행보나 잘잘못을 분명히 따질 필요가 있는 게 아닌가. 흔히 하는 말로 '촌에 무슨 뉴스거리가 있나.'

선거법 위반자 실명처리는?

얼마전 창원과 산청에서 각각 시장 군수로 출마하려던 사람들이 선관위에 의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이들 출마예정자의 실명을 밝히지 않고 ㅂ씨의 부인 ㅊ씨, 또는 민모 씨 등으로 익명처리해서 독자들이 인터넷에 항의하는 글을 올리는 일이 있었다.

익명처리해도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만한 인물인데, 왜 굳이 뻔히 아는 사실을 그렇게 처리하느냐는 것이다.

정치부 기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다. 기자도 실명을 쓰고 싶은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명백한 혐의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실명보도를 자제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한다는 것이었다. 선관위 차원에서 조사한 결과 혐의가 입증돼 곧바로 '고발'을 하는 경우라면 다르겠지만, '수사의뢰'라는 건 그야말로 선관위에서는 확인할 수 없으니 검찰에서 수사해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봐 달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실명보도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만일 실명을 밝혔다가 나중 무혐의로 판명된다 하더라도 짧은 선거기간에는 그 후보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기자들도 선관위의 의견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익명보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도준칙 유행시대

올해 지방선거 보도에서 가장 큰 특징은 각 신문사가 '선거보도 준칙'을 마련, 공표했다는 것이다. 최근 발전노조 파업을 계기로 '파업보도 준칙'까지 나오는 시대이고 보면, 80년대 군부정권 시절이 '보도지침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언론의 자율에 의한 '보도준칙의 시대'라 할 만하다.

이런 추세를 거꾸로 보면, 그만큼 언론이 독자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각 신문사가 과연 준칙을 잘 지키고 있는 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경남도민일보부터 따져보자.

최근 들어 연일 지면에 등장하고 있는 입지자들의 출마선언과 공천자 확정 기사를 배치하는 기준이 없다. 보도준칙에는 "출신지역과 소속 정당 등의 이유로 후보자를 차별하지 않는다" "선거 관련 사진은 기사의 가치판단 기준에 따라 처리하되, 모든 후보를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날 그날의 지면사정에 따라 기사 크기나 편집이 들쭉날쭉이다. 심지어 같은 날, 같은 지면에 실리는 출마선언 및 후보확정 기사도 다르게 편집된다.

지난 9일자 2면에는 한나라당 김해시장 후보로 확정된 송은복 시장 기사를 사진과 함께 1단 크기로 보도하고 있다. 또 통영시장과 고성군수 후보로 확정된 인물들을 2단크기로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그러나 무소속 창원시장 후보 출마를 선언한 차정인 변호사 기사는 왼쪽 귀퉁이에 사진도 없이 1단으로 처리하고 있다.

12일자 2면은 또 고성의 공천탈락자 3명이 출마선언한 내용을 3명 모두의 사진과 함께 2단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그 아래에도 무소속 출마선언을 2단크기로 사진과 함께 실었다. 또 어떤 경우엔 도의원 출마선언도 사진과 함께 2단으로 편집하면서, 단체장은 1단으로 사진없이 처리하기도 했다.

선거보도는 특히 민감하다. 사진이 실린 것과 실리지 않은 것은 엄청난 차이다. 해당 후보자나 지지자들의 입장에선 엄청난 편파보도로 볼 만하다.

이런 경우는 경남신문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경남신문은 기사크기만큼은 2단으로 통일하고 있는 게 돋보였다.

무산되면 기사 안되나

지난 12일 마창환경운동연합이 녹색후보 단일화를 명분으로 무소속 창원시장 출마를 선언한 차정인 변호사와 민주노동당 창원을지구당 이재구 부위원장의 후보단일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그래서인지 지역언론에서는 이 내용이 한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그러나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는 15일 '진보세력, 지방선거 후보단일화 난관'이라는 제목으로 이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이튿날 경남도민일보도 비슷한 기사를 내보냈다. '행사가 취소되면 기사가 안된다'는 선입견을 깨고 '취소된 그 자체가 뉴스'라는 모델을 보여준 기사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http://dominilbo.co.kr)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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