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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되는 '조중동'과 '한경대' 6일자 조선, 중앙, 동아와 한겨레, 경향, 대한매일의 1면 기사 제목. 조중동이 노 후보의 언론관에 대한 기사를 대서특필한 데 반해 한겨레-경향-대한매일은 모두 임동원 특사의 방북 성과를 1면 톱기사로 다뤘다.

"각도에 따라 세상을 보는 눈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

6일자 조선, 중앙, 동아일보(이하 조중동)와 한겨레, 경향, 대한매일(이하 한경대)의 1면 기사 제목을 훑어보면, 우리 언론에 세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 공존함을 알 수 있다.

'조중동'은 각각 "동아 폐간 발언했었다", "노무현 동아폐간 발언은 사실", "2야 국회서 진상규명키로"라는 제목으로 노무현 후보의 언론관을 문제삼고 있다.

반면 '한경대'는 "경의선 연결 곧 착수", "경의선 조속연결 합의", "이산상봉 이달 재개/ 경의선 연결 곧 착공"이라는 제목으로 임동원 특사의 방북 성과를 주요 기사로 다뤘다.

이른바 '슈퍼 3연전'이 펼쳐진 지난 주말 연휴동안 노 후보에 대해 가장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 곳은 동아일보였다. 이 기간 동안 동아일보의 1면 톱기사 제목은 다음과 같다.

"집권땐 메이저신문 국유화"/ 노무현 후보 언론 발언 파문(5일)
"메이저 신문 국유화" 노무현 후보 발언 파장/ 2야 국회서 진상 규명키로(6일)
노무현 후보 "동아-조선은 여 경선서 손떼라"/ '언론 자유 부정' 발언 파장(8일)


특히 동아일보는 5일 대구경선이 끝나고 인천경선을 앞둔 6일자에서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를 소집, (노 후보의 '메이저 신문 국유화' 발언을) 추궁키로 합의했다"는 내용을 1면 기사로 보도했다.

그러나 '폐간' '국유화' 발언을 기정사실화하고, 연 3일째 노 고문에 맹폭을 가한 동아일보는 정작 "동아일보 기자들에게 애정과 희망이 있다"는 노 고문의 발언은 자사 지면에 전혀 소개하지 않았고 대구에서의 노풍결과에 대한 분석도 축소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도 6일 각각 "동아 폐간 발언했었다", "노무현 동아 폐간 발언은 사실"이라는 제목의 1면 톱기사를 뽑아 의혹 확산에 주력했다.

'조중동'은 노 고문의 승리로 끝난 '슈퍼3연전' 결과를 담은 8일자에서도 일제히 노무현 후보의 '말 바꾸기'를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고, 경선 자체에 대해서는 의미를 폄하하거나 보도량을 대폭 축소했다.
'조중동'은 모두 8일자 1면에 2단 제목으로 "노무현 후보가 인천-경북서 1위를 차지했다"고 짤막하게 보도하는 데 그쳤다.

특히 중앙일보는 4면에 '여 경선 투표율 50%대 추락'이라는 제목의 관련기사를 실었는데, "노 후보가 선두를 줄달음치고 있다...(중략)... 사실상 '노무현 대세론'이 자리잡아나가는 양상이다"는 첫 두 단락의 내용과 달리 무리하게 '낮은 투표율'을 문제삼은 제목을 붙였다.

8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제목. "언론까지 가세한 이념공방에 유권자들이 반감을 표출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조중동'의 이같은 보도태도에 비해 '한경대'는 큰 대조를 보였다. 우선 이 신문들은 '언론까지 가세한 이념 공방 유권자는 반감 노출/ 여 경선 색깔 안 먹혔다'(경향), '노무현 선두 굳히기'(대한매일), "조선-동아 경선개입 중단하라"(한겨레)는 노 고문의 주장을 1면 톱기사나 주요기사로 뽑았다.

특히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일부 언론의 이른바 '후보 검증'이 정도를 벗어났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고 보도, 조중동의 논조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경향은 "과거와 같은 공세 방식은 이제 설득력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는 민주당 김경재 의원의 발언을 소개한 데 반해 조선, 동아는 "의혹을 밝혀야 할 1차 책임은 노 후보에게 있다. 언론사를 거론하며 또 하나의 전선을 형성하는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는 같은 당 소속 조순형 의원의 발언을 소개해 묘한 대조를 이뤘다. 같은 당 소속 의원들도 어떤 신문사가 보도했는가에 따라 노 후보와 거대 신문의 대립구도에 대해 전혀 상반된 생각을 드러낸 셈이다.

경향신문은 이날 '盧-言 전쟁'이라는 기획기사를 3면에 실어 노 후보와 '조중동'의 대립 구도를 다룬 기사를 계속 게재할 뜻을 내비쳤다.

이인제 후보와 조중동의 '색깔론' 공세가 대구경선에서 실패했음을 풍자한 대한매일 백무현 화백의 만평(4월6일자). ⓒ 백무현
한겨레와 대한매일도 '승기를 잡은 노무현'을 보도하면서 한편으로는 "언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당내 지도급 인사들이 거대언론과의 싸움을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엿보인다"(한겨레)는 당내 분위기를 보도했다. 한겨레는 또 노 후보를 맹비난한 '조중동'의 사설과 달리 "금도 벗어난 장인전력 시비"라는 제목의 사설로 색깔론을 문제삼은 '조중동'과 이인제 후보를 겨냥했다.

조중동과 한경대의 중간지점에 서 있는 한국일보는 이번 노-언 충돌에 대한 보도에서는 한경대와 비슷한 편집을 했다.

한편 동아일보가 연 3일간 노 후보에 대해 공세를 늦추지 않는 가운데 함께 당초 '공조자세'를 취해나가던 조선과 중앙이 8일자부터 한 걸음 비켜선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주목할 만하다.

우선 조선일보는 1면 톱으로 'KF-16기 비행 중단' 기사를 올리고, "후보 되면 조선과 싸우게 될 것"이라는 동아일보의 노무현 발언 보도를 하단으로 배치했다.

또 중앙일보는 역시 1면 톱기사에서 "노무현 후보가 '특정 언론사의 민주당 경선 개입'을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인제 후보는 문화일보 보도를 음모론이라고 비난했다"며 이를 '민주당과 일부 언론의 충돌'을 보도했다.

"사실 보도와 진위 규명을 요구한다"

민주언론운동연합(이하 민언련)이 8일 조중동에 대해 사실보도를, 노무현 이인제 양 후보에 대해서는 진위를 낱낱이 밝힐 것을 주문했다.

민언련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조선, 중앙, 동아 등 거대신문들이 특정 사안에 개입, 사태를 '특정방향'으로 몰고 가는 일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있었고, 이들 신문이 사실을 신문사별 의도에 맞게 재편집하여 여론의 흐름을 좌우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먼저 노무현 후보에게 명명백백한 사실규명을 요구한다. 다음으로 이인제 후보측이 사실을 확인해주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조중동 등 거대 신문사에 대해서도 "이번 사태를 제대로 해결해 권력화 한 언론의 '특정사안 주무르기' 행태에 국민적 응징의 쐐기가 박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클릭! 민언련 성명서 보기>

이번 사태에서 논란의 당사자가 아닌 중앙일보는 보기나름으로 이번 사태를 즐기고(?) 있는 듯한 인상마저 풍기고 있다.

이같은 조선, 중앙의 미묘한 '태도변화'는 연 이틀간에 걸친 공세에도 불구하고 '슈퍼 3연전'에서 일정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동아일보의 이 같은 보도 태도는 자사 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의 한 기자는 "신문 부수의 확장을 위해 노무현 후보의 개혁 성향을 지지하는 30-40대의 호응을 얻어야 하는데, 소수 간부들이 주도하는 현재와 같은 보도방향이 그들로부터 불신과 외면을 초래하게 될 것 같아 두렵다"며 "이래서야 '조폭 언론'이라는 세간의 비아냥을 어떻게 피해갈 수 있겠는가?"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동아일보의 또 다른 기자도 "기자 개개인의 성향만 놓고 보면, 노 후보의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70~80%가 넘는데 회사 전체 구성원의 1%에 불과한 경영진과 편집책임자들이 나머지 성원들의 의사를 무시한채 감정적 지면제작으로 동아일보를 이끌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극단적인 대응이 적절한지에 대해 회사차원의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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