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목공일에 있어 수직이나 수평 혹은 직각 따위의 정확도를 요하는 작업을 할 때 많이 쓰이는 도구 중의 하나가 '직각자'(Square)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제도시간에 사용하던 T자 모양의 커다란 제도자가 바로 그것이지요.

직각자에도 모양과 크기 그리고 용도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제가 일하는 곳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속도자(Speed Square)'와 'T-자(T-Square)'입니다. 우리말에 '속도자'(?)라는 것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속도자는 삼각형 모양을 한 작은 자입니다.

삼각형의 밑변에 어깨가 약간 돋아져 나와 있어서 각진 나무를 자를 때 정확한 수직선을 그을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지요. 아마도 나무의 각진 부분에 속도자의 어깨 부분을 대면 자를 쉽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었지 않나 싶습니다.

T-자는 합판이나 석고보드 같이 넓은 면을 가진 자재에 줄을 그을 때 주로 사용합니다.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T자의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을 넓은 면에 걸치면 쉽게 수직선을 그릴 수 있습니다. 정확하고 빠르게 수직선을 그릴 수 있는 단순한 용도 외에는 별다른 쓸모가 없지만, 유용한 도구이기 때문에 저희 목공소에도 예닐곱 개가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저희 학교의 건물이나 학교 아파트의 유지보수를 전담하는 곳이기 때문에 대개는 작업할 곳으로 직접 가서 일을 하곤 합니다. 두세 명이 팀을 이뤄 이것저것 필요한 공구를 챙겨서 함께 가지요. 그리고 작업지시서에 따라 필요한 일을 합니다.

하루는 어느 집의 내벽을 교체하는데 '드라이월(drywall)' 혹은 '쉬트락(sheet rock)'이라 부르는 일종의 석고보드를 자르는 일을 제가 했습니다. 자르기 전에 T-자를 대고 줄을 긋는데 같이 일하는 동료가 대뜸 그 자를 쓰지 말라고 하더군요. 자기가 써봤는데 직각이 아니라고요.

그전까지만 해도, 저는 직각자는 무조건 정확한 직각인 줄 알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알루미늄의 재질에 단단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한 번도 그 직각을 의심해 본 일이 없었습니다. 제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자, 그는 그 T-자를 대고 위에서 아래로 그은 줄 위에 아래에서 위로 줄을 그어 직각이 아님을 입증해 보였습니다.

쉽게 되지는 않지만, T-자를 바닥에 던지거나 함부로 다루면 직각이 약간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덧붙여주었습니다. 그 이후에 신경을 써서 목공소에 있는 다른 직각자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불필요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누군가 "직각이 아니다(Not Square)"라고 써놓은 자가 한 개 더 있더군요.

참 역설적이지 않습니까? 직각자(Square)에 "직각이 아니다(Not Square)"라고 쓰여 있으니 말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똑바르지 않다'가 되겠지요. 그 경고는 단순히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공구를 가리키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똑바로 살지 못하는 저를 향한 꾸짖음으로 들렸습니다. '스퀘어(Square)'라는 영어 단어 안에 '정직한'이라는 뜻도 있으니 더 더욱 그렇지 않습니까? 정직하지 않다!

직각자는 그 직각이 생명인데 제 구실을 못하면 '똑바르지 않다'고 붙여 놓는 것처럼, 우리가 삶에서 정직하지 못할 때마다 우리 몸 어딘가에 '정직하지 않다'라고 쓰여진 보이지 않는 종이가 붙는 것은 아닐까요?

직각자를 사용하기 위해 고를 때마다 그 위에 아른거리는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과연 직각인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