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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발전기를 가동하는 실무진의 부재가 전력수급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나 정작 발전소 내부 분위기는 조용하기만 하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서울화력발전소.

일명 당인리 발전소로 알려진 이곳은 국내 최초로 건설됐으며 여의도, 반포 등 5만 여 세대에 전기와 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당인리 발전소는 소속 노조원 122명이 모두 파업에 동참했으며, 간부급 36명이 3교대로 발전기를 가동하고 있다.

파업 장기화 돼도 '가동에 문제없다'

발전소 채희태 처장은 전력 수급과 관련 "간부급 36명이 3교대로 발전기를 가동하고 있어 전력수급에는 전혀 차질이 없다"며 "특히 이들은 발전 분야에서 7년 이상 일해온 사람들로 파업이 장기화 돼도 발전기 가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파업이 장기간 지속되더라도 본사 차원에서 인력보강이 있을 것이고 퇴직자 활용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인리 발전소는 현재 노조원 122명이 파업에 참가했으며, 이 인원중 일부만이 복귀해 조업에 참여한 상태다.

발전소 손경환 상황실장은 "11일 현재 파업에 참가했던 조합원 122명중 14명이 복귀했으며, 나머지 조합원들에게도 전화를 통해 업무에 복귀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당초 우려했던 전기의 품질을 좌우하는 주파수 변동폭은 11일 2시 현재 59.95Hz로 적정수준 60Hz(오차범위 ±0.1Hz)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종전의 1/3도 안되는 인원으로 가동문제 없을까?

당인리 발전소는 당초 32명의 노조원이 발전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모든 노조원이 파업에 동참했다. 122명중 10여명의 노조원이 업무에 복귀했다고는 하지만 종전의 1/3도 않되는 인원으로 '발전기를 가동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발전소측 설명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간부급 36명이 3교대로 발전기를 가동하고 있다면 나머지 전기, 기계등 여타 다른 부서의 일은 거의 손을 놓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또한 현재 당인리 발전소는 발전기 2기중 질소산화물억제장치를 설비하기 위해 지난 3월 1일부터 4호기가 가동을 중단했으며, 공사 관리를 위한 인력도 필요한 상황이다.

과중한 업무가 전력수급 문제 야기될 수도

서울화력발전소 민삼식 노조위원장은 발전부에서 일하는 간부급들은 대부분 관리자들로 발전기 상태를 감시만 할 뿐 실무적인 능력이 떨어지고 과중한 업무까지 겹쳐 지쳐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민 위원장은 "간부급 36명은 관리과장들로서 그들 대부분이 관리·감독의 직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실무에는 밝지 못하다"면서 "현재 발전소에 설치된 보호장치가 고장나지 않는 한 사고가 일어날 것으로는 보여지지는 않지만 문제가 발생할 경우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전압, 주파수, 위상이 일정해야 좋은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현재 인원으로는 세밀한 조정능력이 떨어져 질좋은 전기를 만들 수 없을 뿐더러 이것으로 인해 정밀 기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 위원장은 "노조원 대부분이 파업에 동참한 상황에서 122명이 일했던 발전소 가동을 36명이 하는 것이 단기간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파업이 장기화돼 과중한 업무가 계속된다면 전력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조원 90%가 파업참여…제2의 발전기 중단사태 우려

지난 6일 분당복합화력발전소 가스터빈에 문제가 발생, 가동이 중단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전문 인력부족이 전력 대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발전소 직원 90% 이상이 파업에 가담한 상태에서 전국에 있는 165기 화력발전기의 관리가 허술할 것으로 보여 제2의 발전기 중단사태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전력수급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만난 민삼식 서울화력발전소 노조위원장은 현재 명동성당에서 17일째 파업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는 이번 파업이 집단이기주의의 발로가 아니며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파업을 시작했다면서 기자에게 3가지를 덧붙였다. 

민 위원장은 “최초 산자부와 산업연구원이 한전민영화를 반대했다가 한미투자협정이 체결된 이후에 이들 기관이 민영화에 적극 가담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발전소를 5개 자회사로 분할하면 효율적 운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정부측 얘기는 사실상 연간 2∼3개월로 잡혀있는 발전소 정비기간을 단축시켜 정비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여 수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발전소 분할매각에 이의를 제기했다.

또 “연평균 7∼8% 전기 소비량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한전을 민영화 할 경우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며 “발전소는 꾸준히 건설돼야 하며 민영화에 따른 전력의 품귀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 위원장은 이번 발전노조 파업으로 인해 해직됐으며 가족들과는 전화통화로 안부를 묻고 있으며 딸아이가 많이 보고 싶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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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를 공부하는 정치에 관심많은 사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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