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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시켜준다고 하길래 따라갔었는데…."

직장을 구하던 중국 여성동포인 A(30) 씨는 취업을 시켜주겠다며 접근한 한 남자를 따라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A씨가 불법체류자임을 안 남자는 A씨를 성폭행하고, A씨는 임신을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A씨는 "조금 난폭한 성관계였다"면서 "불법체류라서 별로 알리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 여성동포들의 대부분이 성폭력(강간)을 '폭력이 아닌 조금 난폭한 성관계'라는 성폭력의 통념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한국성폭력위기센터(박금자 상임대표)가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올 1월 11일까지 국내 거주 중국 여성동포를 대상으로 건강검진 및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6.5%가 강간을 성관계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1%는 여자가 저항하면 강간은 불가능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성교육이 절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검진 결과 37%는 과체중 및 비만으로 성인병 관리가 시급했고, 46.5%는 장시간의 노동에서 오는 혈압이상으로 인한 두통, 기운 없음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69.8%가 3개월 이내에 자궁암 재검진을 받아야 하는 상태지만, 대부분 의료보험 미가입으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실정으로 조사됐다.

중국동포의 56%는 인공유산의 경험을 갖고 있으며, 이중 24.3%는 2회 이상 인공유산을 반복한 것으로 조사돼 우리나라의 기혼여성의 한번 이상 인공유산 경험률(44%)보다 높게 조사됐다.

특히 중국여성동포들은 취업과정에서 성폭력 피해를 많이 입고 있지만, 불법체류와 취업을 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한국성폭력위기센터 김현정 사무국장은 "성폭력을 난폭한 성관계로 인식하고 있는 중국여성동포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근래에 들어서는 성폭력에 대한 법적인 보장을 묻는 문의가 많다. 이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성희롱예방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사)한국성폭력위기센터는 중국여성동포의 인권과 복지향상을 위해 지난 20일 중국여성동포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건강강좌 및 성희롱예방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에서는 호신용 호루라기 배포 및 개별 건강상담을 실시해 중국여성동포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예방교육에 참석한 한 중국 여성동포는 "그동안 건강에 무관심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 자리를 통해 새롭게 알 수 있게 됐다. 계속해서 이런 자리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우먼 타임스> 1월 25일자에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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