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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보험설계사들에 의해 임금(잔여모집수당) 청구소송의 재판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소송이 진행중인 삼성·교보·대한생명은 내부적으로 '갈수록 불리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소송 가운데 어느 한 회사의 소송이라도 모집인 부분이 승소를 하게 된다면, 그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

이에 업계는 법원도 생보업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기업쪽으로 입장을 굳혀줄 것이라는 주관적인 바람을 나름대로 갖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사 한 관계자는 "8조 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소송 한번으로 좌지우지 될 수 있다"며 "모집인이 승소하면 앞으로 너나할 것없이 각 보험사별 모집인들의 잔여모집수당 청구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충고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회사내부에서는 만약 법원이 최근 국내외 경제의 어려움 등을 감안한다면 기업쪽으로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법정대응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방침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들에서 보험모집인들의 기본적인 권리 찾기 운동이 불거져 쉽게 소송이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생보업계를 비롯한 보험업계들은 이번 소송의 패소가 끼칠 영향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각 보험사별로 수백억원대의 잔여모집수당에 대한 지급여력이 있는지에 대한 경영재무상태고려를 비롯해 생보업계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신뢰도 등에도 치명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험모집인 해고되면, 계약자는 '낙동강 오리알?'

"김○○ 모집인은 그만두셨습니다."
서울 삼성동 최아무개(53) 씨는 넉달전 계약한 건강보험료를 내려고 문의전화를 했다가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아는 사람의 친척이 부탁해 마지못해 가입한 보험인데 정작 한달 사이에 그 모집인이 회사를 그만뒀다는 것이다. "그럼 받아 가겠다고 약속하고 가입했던 보험료는 어떻게 내야 하냐"는 질문에 보험사 직원은 "자동이체를 하거나 직접 방문해 요금을 수납해 달라"고 답변했다.

최 씨는 결국 보험가입 당시 모집인의 부탁 때문에 마지못해 가입한 보험이라는 생각에 해약을 맘먹었다. 하지만 해약도 쉽지 않았다. 특히 모집인에게 들은바 없는 해약환급금은 중도해약시 몇 가지 세금이나 벌금(?)같은 금액을 공제하고 보험료를 돌려 받아야 한다는 설명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결국 한 달에 9만 원의 보험금을 4달 동안 낸 최 씨는 보험료로 원금 36만 원의 1/2도 안되는 17만 원이란 돈만 돌려 받아야 했다. 중간에 해약을 했기 때문이란다. 친분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고 가입한 보험 때문에 결국 애꿎은 최 씨만 생돈을 날린 꼴이 된 것. 최 씨는 불쾌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둔 모집인에게 연락을 했다.

K모집인의 설명에 따르면, 자신도 어처구니없게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했다는 설명. 해고를 당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실적이 좋지 않아서 해고를 당했고 이에 그가 가입시킨 계약자들이 줄줄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푸념까지 들었다.

계약자를 위탁받은 보험회사의 신규모집인이 K씨의 계약자들에게 기존 상품을 해약하고 새로운 종신보험에 가입하라는 등 보험강요을 일삼거나 요금수납 체계를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등 피해가 속출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모집인이 해고됨으로써 모집인의 계약자들까지 줄줄이 ‘낙동강 오리알’이 된 셈이다. 이처럼 모집인과 보험사들과의 암묵적인 종속관계는 모집인들에게 실적을 강요하게 되고 또 그 실적의 결과에 따라 일방적인 해고조치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암묵적인 종속관계의 원인이 바로 '잔여모집수당'에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자기 몫의 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해고를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이유 때문에 실적을 강요당하고 친인척을 동원한 보험가입 종용이 이뤄지는 것이다. 또 모집인들의 일방적인 해고조치나 실적강요는 바로 계약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실제로 계약자들은 보험사고가 생기거나 보장을 받아야하는 상황에서도 담당 모집인이 바뀌거나 해고되어 관리소홀이라는 명목으로 계약을 실효 당하거나 해약해야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이러한 경우의 계약자가 받는 해약환급금의 손해도 고스란히 계약자의 몫이다.

보험사 좋은 일만 시키는 잔여모집수당

이처럼 보험모집인들이 보험사의 요구에 무조건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당연 ‘잔여모집수당’때문.

잔여모집수당이란 1건의 보험상품을 판매한 뒤 계약의 유지를 전제로 상품계약 건당 지급하는 수당. 보험사는 잔여모집수당을 보험모집 근로자들에게 보통 24개월에서 48개월에 이르기까지 분할 지급한다.

보험사는 지난 96년 9월 이전까지는 잔여모집수당을 유지수당과 모집수당의 명목으로 50:50 으로 비례해 지급했다. 하지만 지난 96년 9월부터 보험사는 일방적으로 잔여모집수당을 처음 1개월을 모집수당으로 측정하고, 나머지 11개월(1년 경우)이나 23개월(2년 경우)을 유지수당으로 측정했다.

결국 갑자기 해고당한 모집인의 경우 50%의 모집수당을 받던 모집인은 4년 기준으로 했을 때 1개월치의 모집수당만 받을 뿐 분할로 지급될 47개월의 수당을 지급 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S보험 한 모집인은 이에 대해 "보험사들이 이러한 취약점을 악용, 계약자 확보나 모집인 증원 등을 종용할 뿐만 아니라 계약자를 많이 보유해 모집수당을 많이 받는 모집인들을 대거 해고시키기도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K생명 한 모집인은 "96년 이전의 지급체계로 바뀌어야 한다"며 "보험모집인들이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흘린 노동력의 대가를 1개월의 모집수당으로 때울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모집인은 이어 "보험사들과 1:1의 수당지급 조건으로 다시 변경되어야 하며 지금까지 해고 이후 받지 못한 보험 모집인들의 수당은 당연히 돌려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생명 감사원 핑계대고 제출한 보고서는 허위보고서?

보험사별로는 지난 96년 7월 교보생명이 가장 먼저 잔여모집수당 체계를 변경했으며, 96년 10월은 삼성생명이 변경 됐다. 대한생명은 지난 98년 1월부터 잔여모집수당 체계를 변경했다. 보험사들은 모집인들의 부당 이의제기에 대해서도 "회사 내부 규칙변경에 따른 효율적인 제도 변경"이라며 명목을 이유로 설명했을 뿐이다.

특히 삼성생명은 부당한 수당체계 변경에 대해 해고모집인들이 항의 및 소송제기를 준비하자 ‘감사원의 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라 수당체계를 바꿨을 뿐’이라며 감사원을 핑계대기도 했다.

이에 따라 보험모집인을 비롯한 시민단체에서 감사원으로부터 '정보공개요청을 제기했고 감사원측은 삼성생명의 보고서에 대해 ‘불인정’즉, ‘허위보고서’로 인정했다. 이러한 내용의 보고서를 감사원이 다시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요금수당변경 체계를 합리화시키려는 대기업이 국가기관의 보고서까지 허위로 조작해 당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끝나지 않은 법정싸움

보험사를 상대로 잔여모집수당소송(당시 임금지급소송)을 제출한 사람은 교보생명 해고자 A씨를 비롯한 4명의 모집인이다. 이들은 교보생명을 상대로 임금지급 소송을 제기, 지난 2000년 11월 10일 첫재판을 진행했으며 지금까지 10회 이상의 집중심리제를 적용해 입장을 대변했다. 이어 지난 2001년 7월5일 임금소송의 공소시효가 3년인 것을 감안, 청구원인변경소송을 내고 ‘부당이익청구소송’이라는 죄목으로 소송을 변경했다. A 씨와 4인은 오는 2002년 1월 17일 2차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는 개인모집인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지난 2001년 1월 31일 '부당이익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지금까지 재판을 진행 중에 있다. 오는 2002년 1월 30일 첫번째 재판을 준비 중에 있다.

대한생명의 경우 지난 2001년 4월 2일 동양생명·삼성생명·삼성화재 등 4개사의 해고모집인 13명이 단체로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이 가운데 대한생명을 제외한 3사는 소송을 취하한 상태며 대한생명은 오히려 이의를 제기해 지난 2001년 12월 19일 1차 재판을 열고 오는 2002년 1월 23일 2차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민주신문> 248호에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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