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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데 붓도 펜도 필요 없다? 어디서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느냐고 핀잔 듣기 딱 쉬운 말이지만 조금이라도 인터넷을 돌아다녀 본 분들이라면 분명 수긍이 가는 이야기 일 것이다.

속칭 '오이깍기'라고 불리는 '오에카키'사이트가 바로 그곳인데 이런 인기에 발맞춰 최근 한포털 사이트에서는 이 '오에카키'기능을 아예 사이트 자체이벤트행사와 동호회 추가기능에 포함 시켰고 여기에 고무된 많은 사이버화가들이 개인적인 취미생활수준에서 벗어나 그 동안 갈고 닦아온 실력을 마음껏 뽐내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오에카키'가 애들 장난수준의 낙서가 아닌 '인터넷문화'의 일부로써 당당히 자리 매김하고 있다.

이날 기자가 만난 이도 'bloodsej'라는 아이디로 인터넷의 오에카키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사이버화가였다. 언제나 그렇듯 별다른 사전정보 없이 잡은 인터뷰 약속. 그래도 예술가(?)인데 과연 어떤 사람일까라는 상상의 나래를 펴며 약속장소에서 서성이던 기자의 앞에 친구의 손을 꼭 붙잡고 불쑥 나타난 이날의 주인공. 바로 미래의 만화가를 꿈꾼다는 김제령(15) 양이었다.

부끄러움 탓인지 아니면 추위 때문인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씩씩한 여중생답게 스스럼없이 질문에 답해주었고 자리를 옮겨 커피숍에서 숨 돌릴 틈도 없이 약 1시간여에 걸친 인터뷰를 했다.

-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올해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김제령이라고 합니다."

- 처음 만화를 그리게된 동기는? 또 오케카키사이트에서 활동한지는 얼마나 됬는지?
"만화를 그리게 된 동기는 그냥 다른 사람들이 그리니까 호기심이 생겨서 그리게 됐구요. 오에카키사이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한 1년 정도 된 것 같네요."

- 오케카기와 실제로 그림 그리는 것의 차이점이 있다면?
"일단 재료비가 들지 않구요, (웃음) 또 그리는 것에 숙달만 되면 잔손질이 많이 가지 않는다는 점. 이 정도가 차이점인 것 같네요."

- 평소에 얼마나 자주 오에카키를 하는지? 또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불편한 점이 있다면?
"평소에 작업시간이 일정 한 건 아니구요 그냥 그림을 그릴 때는 시간 날 때마다 낙서하듯이 끄적거리는 편이구요. 또 제가 왼손잡이인데 마우스는 오른손잡이용이라서 아무래도 그림그릴 때 지장이 많아요."

- 본인이 그린 오에카키를 실제 다른 용도로 활용 해본 적이 있나요? 또 오에카키보다 더 수준 높은 분야가 있다면 도전해볼 의향은?
"아직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준은 안 되구요. (웃음) 만약 오에카키 보다 더 수준 높은 분야가 있다면 해보고 싶네요."

- 그림 그리면서 가장 애먹는 부분이 있다면? 또 작품주제는 주로 무엇으로 하는지?
김:그림 그리면서 캐릭터를 그릴 때 얼굴형이 잘 안잡히는 경우가 많구요 (웃음) 주제는.. 꼭 무엇을 정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생각나는대로 그리는 편이에요.

- 보통 오이 한번 깍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또 보통그림 그릴 때는 어떤지? 또 이제까지 그렸던 그림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다면?
"대충대충 그릴 때는 10~15분 정도 걸리구요 신경 써서 그리면 30분 정도? 그냥 펜으로 그릴 때도 별로 차이가 없어요."

인터넷에 올린 그림에 대해서 평가가 좋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는 그녀. 그렇다면 과연 그녀의 미래의 꿈은 어떠할까? 슬쩍 개인적인 부분으로 말꼬리를 돌려 보았다.

- 장래희망은 무엇인지?
"만화를 그리는 거에요. (웃음)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면만화를 그리고 싶었요."

- 굳이 지면만화가가 되고 싶은 이유가 있나요?
"애니메이션은 지면만화에 비해서 좀 딱딱한 느낌이랄까. 아무튼 지면만화가 좀더 정감이 가요."

- 주변에서 만화가가 되겠다고 하면 반대하지 않나요?
"밥 벌어먹기 힘든 직업이라고들 하죠.(웃음) 하지만 만화를 그리겠다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아요."

이제까지 이 10대와의 인터뷰를 통해 만나본 이들이 다 그러했듯이 질문하나 하나에 자신 있게 대답하는 그녀. 잠시 지나온 대화를 정리하는 사이 주문한 쥬스로 목을 축였고 곧바로 그녀의 만화관과 관련된 부분으로 이야기를 돌려보았다.

-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가 있다면? 또 가장 재미있게본 애니메이션은?
"디즈니사에 만든 미키마우스를 좋아해요. 애니메이션은 역시 디즈니에서 만든 '뮬란'이 재미있더군요."

- 본인이 좋아하는 만화책이 있다면? 또 그 이유는?
"이향우 님이 그리신 '우주인'이라는 만화책을 좋아해요. 우선 인생에 대한 스토리가 마음에 들구요 캐릭터풍의 그림체도 좋더군요."

-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장르는? 또 자신이 그려보고 싶은 만화가 있다면?
"'순정만화'를 읽는걸 좋아하구요. 제가 그려보고 싶은 만화는 '오디션' 같은 음악과 관련된 만화나 아니면 인생에 대한 만화를 그려보고 싶네요."

카: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때는 어떻게 하겠는지? 또 최근 그렸던 그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은?
김:아무래도 다른 만화책의 캐릭터들을 참고해야 할 것 같네요 (웃음) 기억에 남는 그림이라.. 일몰을 그렸는대 화투장에 있는 그림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기억나내요.

- 자신이 알고 있는 다른 오에카키를 하시는 분 중에 가장 그림체가 마음에 드는 분이 있다면? 또 그 이유는?
"제가 현재 활동하고 있는 쿠키닷컴(www.quki.com)에 '프림'이라는 아이디를 쓰시는 분이 그리는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런 그림을 그리시는 분이에요."

약 1시간여에 걸친 인터뷰를 끝낸 뒤 마침 인터뷰 날짜가 크리스마스 이브였고 인터뷰에 응해준 보답도 할 겸 근처의 시간제 만화방 쿠폰을 끊어주는 것으로 어쩌면 가장 적절할 수도 있는 선물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녀가 여중생시절의 꿈과 소망들을 앞으로 부딪치게 될 냉혹한 현실 앞에서도 잃지 않고 끝까지 이루어 갈 수 있기를 기원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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