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올해 출판계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에도 불구하고 2년간 사라졌던 밀리언셀러가 4종이나 탄생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한 권의 밀리언셀러도 탄생하지 못했다.

또 도서정가제, 사재기파동, 온라인 서점의 성장과 오프라인 서점의 대형화에 따른 중소서점의 감소, 반품률의 증가로 인한 도매상의 부도 등 외형적인 측면에서는 책과 문자문화의 위기라는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형국이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기획들이 등장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역설적이게도 올 한해 출판계에 가장 큰 공로자는 바로 TV였다. 각 공중파 방송들이 앞다퉈 책 관련 교양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최근에는 오락프로그램에서까지 책 읽기 캠페인을 고정 코너로 편성해 전국민적인 책 읽기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대표적인 예로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들 수 있다. 이 책은 지난 몇 주 동안 온·오프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차트에서 매주 수직상승하며 뒤늦은 대박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다음 책으로 선정된 「봉순이 언니」 역시 각 서점으로부터 이미 물량확보를 위한 주문이 몰려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 각종 영화와 공연의 원작들이 동시에 책으로 출간되어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모으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오페라의 유령」이다. 세 출판사에서 거의 같은 시기에 출간되어 독자들을 행복한 고민에 빠뜨렸던 이 책은 결국 프랑스어판 원전을 번역한 문학세계사의 압도적인 승리로 귀결되었다.

어린이 책을 둘러싼 출판계의 관심은 여전히 뜨거웠다. 새롭게 어린이 책 시장에 뛰어든 대형출판사는 물론 새로 문을 연 출판사에도 앞다퉈 책을 쏟아내 그야말로 다종다량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했다.

다른 분야는 대부분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감소했음에도 어린이 분야만은 7% 이상의 성장을 기록해 그 열기가 빈말이 아님을 입증해준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검증된 국내 작가의 부족으로 인한 번역물 중심의 출판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동화를 제외한 내실 있고 다양한 기획물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도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올 한해 동안의 어린이 책 분야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성인 단행본에 이어 불어닥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열풍이었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동화로 읽는 그리스 신화」등이 대표적인 이 열풍의 선두에 서 있었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경우 어린이 책으로서의 이례적으로 종합 베스트셀러 차트 상위권에 입성할 만큼 큰 인기와 관심을 한몸에 누렸다.

규모면에서는 지난해에 미치지 못했지만 내용면에서는 그에 못지 않은 책들이 쏟아진 한해이기도 했다. 간첩 '깐수'로 더 잘 알려진 정수일 교수의 「이븐 바투타 여행기」나 「고대문명교류사」, 「교양」, 「Art & Ideas」시리즈 등을 대표적인 책들로 꼽을 수 있다.

여기에 공자 이후 또 다른 논란의 대상이 되리라 예상했던 「나는 오랑캐가 그립다」「가족주의는 야만이다」를 비롯해, WTO 가입과 함께 고조된 중국 열풍을 반영한 책들과 9.11테러 사건 이후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모았던 「이슬람」과 이슬람 관련 책들이 독자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또 개인의 독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어느 게으름뱅이의 책 읽기」「독서가 어떻게 나의 인생을 바꾸었나」「서재 결혼시키기」와 같은 책들이 출간되어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 밖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미시사에 관계된 책들이 활발하게 쏟아졌으며, 「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e-mail을 주고받다」와 같이 대담을 통해 학문적 내용을 대중적으로 풀어낸 책들도 출간되어 인문학 분야의 새로운 기획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또한 경제관련 실용서와 처세관련 실용서 역시 지난해 못지 않은 흐름을 이어갔다.

댓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