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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일 오전 4시 38분 우리 부부의 아기가 세상에 나왔다. 흔히 어른이 아기를 키우는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초보 아빠에게 가르켜 주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아기와 엄마가 된 아내가 한달 동안 나에게 가르켜 준 일들을 말하고 싶다.

출산의 진통

강남성모병원은 자연 분만과 모유 수유를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진통에 들어가기 직전 의사 선생님은 "여기는 자연 분만이 원칙입니다. 저에게 제왕 절개 해 달라고 하지 마세요"라고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

사실 결혼 초기 아내는 제왕절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임신을 하고 한달 두달 지나갈수록 제왕절개 보다는 자연분만쪽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연분만이 아기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산모의 회복도 빠르다는 정보를 여기 저기서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간의 자연분만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의사 선생님의 한마디로 완전히 자연분만으로 굳혀 졌다.

아내가 분말실에 들어간 시간이 일요일 새벽이어선지, 분만실에는 산모가 전체 3명 밖에 없었고, 모두 각 방에 들어가 있어 한가로운(?) 분위기였다. 그래서 보호자들도 함께 분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아내가 참아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진통이 시작되자 힘들어 하기 시작하였다.

몇분 동안 진통을 하다, 또 몇분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괜찮고…어떻게 이런 통증이 있을까 싶었다. 남자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통증. 처음에는 의아해 하다가 분만실에 들어 온 지 7시간쯤 경과하자 나도 힘들어 지기 시작했다. 결국 8시간 만에 아기를 낳았다.

8시간이면 아주 평균적인 시간이라고 한다. 심한 경우 24시간 진통을 하다가 결국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다는 분의 이야기도 들었다. 그 분은 아내가 나중에는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더라고 하더라. 그때 너무 애처로워 제왕절개에 승락을 했다고 한다. 한번 제왕절개를 하니, 둘째는 당연히 제왕절개로 낳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때 마음 독하게 먹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하면서 하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내의 진통을 보면서 또 여자들은 이런 진통을 잊고 아이를 2-3명씩 낳는다는 것을 알고 정말 남자로서 머리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 아버지 형제는 10남매인데 정말 할머니가 달리 보여졌다.


모성애는 위대하다 1

분만 중 산모가 소리를 지르면 아기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물론 나는 이 말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아내가 그렇다고 하니 그렇구나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정말 분만 중에 아내는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아기를 위해서…

나중에 역시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지만, 산모들이 소리지리는 것은 기본이고 남편에게 욕하기, 애원하기, 기절하기 등 그 유형도 다양하다고 한다. 물론 사실 확인을 직접 하지는 못한 이야기이다.

이때 아내가 한 여자로서가 아니라, 한 아이의 어머니로 위대해 보였다.

모성애는 위대하다 2

신생아는 하루 일과가 잠자고 우유 먹기이더라. 아내는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기로 결정했다. 물론 결혼 초에는 분유를 먹이겠다고 했었지만…

요즘은 우리나라가 모유 먹이기 후진국이라는 뉴스, 모 연예인 부부가 모유 먹이기로 했다는 뉴스, 모유가 아기에게 좋다는 정보 등 모유가 신생아에게 좋다는 정보가 많아 중간에 마음을 바꾸었다. 내가 모유 먹이자고 설득할 필요도 없었다.

하기야 요즘 분유회사 웹사이트에 들어가도 '모유가 아기에게 좋습니다. 하지만 사정상 모유를 먹이실 수 없다면 우리 회사 제품이 좋습니다.'라는 식으로 만들어져 있으니, 조그만 관심있게 보면 모유를 먹여야 할 사회적 분위기이니까…

액체인 모유만 먹여서 이겠지만, 아기는 약 3-4시간 주기로 한번씩 먹는다. 즉 한밤중에도 2-3번씩 자다가 일어나서 모유를 먹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밤에 잠을 자다 일어나는 경험이 거의 없는 '한번 눈 감으면 끝' 타입이다. 아내도 회사 다니면서 항상 잠 부족에 시달렸다. 둘 다 잠 자다가 일어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데 아기 모유 먹이기 위해서 아내가 벌떡벌떡 일어 나는 것이 아닌가. 아기가 배고파 울면 바로 일어난다. 두척이는 기색도 없이 바로.
정말 처음에는 놀랐다. 특히 내가 회사에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나를 깨우지 않고 혼자 아기 젖을 물리는 모습을 보고 정말 감동했다.

그래서 이번 신정 연휴에는 내가 아기 보겠다고, 푹 쉬라고 큰소리 쳤다. 그런데 곧 후회했다. 낮에는 그럭 저럭 아기와 놀 수 있겠는데, 밤에 일어 나는 것은 역시 힘들었다. 밤에 한 두번 잠을 설치니까 하루가 온종일 몽롱하더라.

역시 모성애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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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I 심리상담코칭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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