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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장애인시설비리가 그 본색을 드러내 장애인 시설의 구조적인 비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또다시 재단의 시설에 대한 파행적인 운영과 설립주 일가의 족벌 행정 및 재정적 비리가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는 곳은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H맹아원.

이곳에서 처음 시각장애학생들과 교사들이 재단비리에 항거하여 이사장 퇴진을 요구했던 것은 지난해 9월, 학생들과 교사들은 전원 자퇴서 및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의 치열한 투쟁을 통해 당시 H맹아원장이었던 한아무개 씨와 맹아학교 교장, 교감대리였던 그의 아내 김아무개 씨가 사임하고, 김모 이사장의 1년 후 명예퇴임과 이사의 40%를 시각장애인으로 임명할 것 등을 약속 받는 것으로 그들의 족벌행정과 재정비리에 의한 사태는 원만히 해결되는 듯 했다.

하지만 원장이 아닌 이사직에서 학생들과 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법인을 운영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무시하고 1년이 경과한 지금 완전 퇴임을 약속했던 김모 이사장을 다시 이사장으로 추대하고, 시각장애(동문회 추전)이사의 비율을 줄이기 위해 이사 정원을 줄이려 시도하는 등 그 독단적인 운영이 극에 달해 또다시 학생들의 농성을 촉발시켰다.

뿐만 아니라 한아무개 이사의 경우 상임이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월급 명목으로 매달 200만 원씩 연 2400만 원씩 지급되어 왔으며 개인 핸드폰 요금에서 세탁까지 재단 돈으로 지불하고 있고, 동문회의 예산안 공개 요구에도 몇 년째 불응하고 있어 심각한 재정비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2월 19일 수요일 오후 2시, H맹아원 동문회에서 재단측의 이사회 파행운영과 재정비리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을 묻고 그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강북구청 생활복지국장과의 면담을 진행하였다.

이 자리에는 H맹학교 동문회 총무이자 H맹학교 교사인 김양수 씨, 동문회 고문 정수균 씨, H맹아학교 교사 이규장 씨, 생활복지국장과 사회복지 담당 직원 2명이 참석했고, 에바다 농아학교 교사 권오일 씨가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하였다.

이 자리에서 동문회 측은 위에서 말한 한 이사의 불법적인 공금횡령사실과, 서울시가 발송한 사회복지법인운영예시안을 법적 구속력이 있다며 허위로 강제하여 이사회의 이사수를 줄이려 하고, 원만하게 합의된 합의안을 공증받으러 가는 도중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동문회측에서 재단측 이사를 감금, 협박했다는 거짓신고를 해 동문회원들이 연행당하는 등 이사회의 파행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이의 합법성에 대해 질의하며 관리감독기관인 강북구청의 책임있는 해결을 촉구하였다.

이에 대해 구청 생활복지과측은 재정에 대해서는 문건으로 제출하면 비리여부에 대해 조사하겠으며, 이사회의 이사수와 운영의 문제의 경우 강북구청은 서울시의 지시사항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고, 정관개정승인권 또한 그 권한이 서울시에 있다며, 구청은 가능한 한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니 공격적으로 대하지만 말고 힘이 되어 달라며 구청의 책임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고수하였다.

한편 권오일 교사는 비리사실이 발견되면 구청이 관리감독 차원에서 강력히 처리해야 함과 무엇보다도 비리와 파행운영을 일삼는 한아무개 씨와 그의 친인척을 이사회에서 배제해야 함을 강조하며, 에바다 싸움에서 시청이 재단측을 비호하여 지역 뿐 아니라 전국의 시민사회단체 및 학생들이 조직적으로 항의하여 커다란 곤란을 겪었던 예를 들며 만약 이 사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확산될 경우 에바다투쟁의 경험으로 3년긴 조직된 에바다 조직이 그대로 H맹학교 문제에 결합할 예정에 있고, 상황에 따라 낙선운동 등도 가능함을 시사하였다.

이 자리에서 가장 논의의 초점이 된 것은 한 이사의 월급에 대한 합법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동문회측에서는 한 이사는 상임이사도 아닌데 이사회의 승인이 있었다고 해도 어떻게 그것도 월 200만 원씩이나 받아갈 수 있으며, 이러한 일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데도 감사과정에서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은 구청의 직무유기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한 관련법이 부재해 동문회 총무 김양수 씨가 법무담당관에게 문의한 결과에 의하면, 사회복지법인 등의 공익재단은 비영리재단이므로 재단이사는 무급 명예직을 원칙으로 한다며 상임이사의 경우에만 예외를 둘 수 있다고 했다 한다. 또 상임이사직의 경우 불가피하게 몇 개월 정도 타인에게 위임할 경우 그 월급을 대신 받을 수 있지만 한 씨의 경우처럼 다년간 위임받을 수는 없으며 이 경우는 이사회 전체의 연대책임이 불가피한 것으로 해석했다는 것을 근거로 한 이사의 불법 공금횡령 사실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구청측은 이사는 직업이 아님을 인정하지만 그들도 생활인임을 이야기하며 이에 대해 정관에 명시되지도 않은 '관리이사' 운운하며 한 씨와 재단측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줬다. 또한 동문회측에서 법무담당관의 법해석을 근거로 제시했음에도 관련법 조항이 없어 당장에 그에 대한 합법여부를 이야기할 수는 없으며, 서울시나 보건복지부에 문의를 해봐야 하기 때문에 공식적인 답변이 늦어질 것이라며 대답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더 이상의 논의가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으로 동문회측은 이후 재단측의 비리와 파행운영에 대해 서면으로 자세하게 제출하기로 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 후 면담을 마쳤다. 면담을 마칠 무렵 H맹학교의 교사인 이규장 씨는 논의가 자꾸 본질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문제제기를 처음 시작한 것도 맹아원의 아이들이고, 재단의 전횡이 남아있을 경우 가장 고통받는 것은 그 아이들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어떠한 요구를 하든 '아이들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날 한빛 동문회측은 강북구청의 명확하지 않은 태도에 불만을 표하며, 사태가 확장될 것을 우려하며 이후 우선 강북구청에 구체화된 질의서를 다시 보내고, 그 후의 여러 상황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한 회의를 가졌다.

에바다 문제는 아직 구 비리재단의 사주에 의해 일부 농아원 직원들과 농아아이들이 농성교사와 교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사회에서 수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어 차츰 해결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한 에바다투쟁이 채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들이 '에바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던 것들이 H맹아원에서 또다시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의 장애인, 사회복지시설의 참다운 민주화는 아직 요원해 보이지만 이제 그 첫발을 떼고 있다. 이에 에바다와 H맹아원의 장애아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도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본기자는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의 월간소식지 '자유공간'의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장애인들의 여러 투쟁현장에서 그 소식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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