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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건너 돈벌러 온 것도 모자라 불에 타 사경을 헤매다 생을 달리한 뒤 6개월 동안 장례를 치르지 못한 중국인 노동자가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아픔의 주인공은 중국 요령성 철령시 중국인 한족 손광생(40) 씨. 그가 지난 3월2일 관광 비자로 입국해 건설 현장에서 날품을 팔아 돈을 벌던 중 경기도 부천시 상동 아파트 건설현장의 한 하청업체가 잡아준 숙소에서 발생했다.

가스폭발사고가 난 것은 지난 5월21일 오후 9시30분께. 경기도 부천 원미구 원미동 189-126에서다. 하청업체인 ㅍ건설은 자체 숙소가 없어 이틀 동안 여관에서 한족과 조선족 동포 등 인부 8명을 재운 뒤 사고 장소인 지하방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달 일행 8명 중 3명은 방 냄새가 심하다는 이유로 다른 장소를 물색해 나갔고, 손씨 등 한족(중국인) 5명이 숙소에 들어가 씻기 위해 보일러를 켜는 순간 가스가 폭발해 사고를 입었다.

결국 사고 뒤 중국인 5명 중 손씨 등 2명은 구로성심병원 중환자실에서 한 달 동안 사경을 헤매다 생을 달리했다. 나머지 3명 중 한 명은 귀국했고, 두 명은 가벼운 화상을 입고 한강성심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 불법 체류자라 강제출국을 염려해 도망갔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보통 회사가 집을 얻어주고, 기숙사로 사용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돼 근로복지공단에서 사망위로금 등을 지급하지만 병원 입원 서약과 방을 얻어줬다는 ㅍ건설 최아무개(43·경기 용인시 유림동) 소장이 이런 사실을 부인하기 때문이다.

최 소장은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사고 전 여관비를 제공한 것이나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실제 소요비용을 임금에서 다 빼고 준다"며 "병원 입원 서약이나 치료비 일부는 도의상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근로복지공단 부천지사는 지난 6월9일 성남기독교협의회 인권위원회(위원장 김해성 목사)가 피해(재)자를 대신해 제출한 진정서에 대해 'ㅍ건설이 숙소 임대 계약 체결이나 비용 지원을 하지 않아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로 볼 수 없다'며 '사용자의 지배 관리 상태에 있지 않아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권위원회 최태송(39) 목사는 "사고 발생 뒤 성심병원에 입원 계약금 200만 원과 병원 입원 각서까지 낸 사람이 책임을 회피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하청업체인 ㅍ건설이 원청업체의 산재미처리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망 소식을 듣고 급히 입국한 부인 위계향(37·중국인) 씨는 "허리 신경의 손상으로 다리가 아픈 내 수술비와 두 딸 교육비 마련을 위해 한국에 온 그가 죽어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지난달 28일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심사 청구를 한 상태다.

현재 사고발생 뒤 구로성심병원 영안실에 있는 손 씨는 장례비와 입관비, 시신 보관료 등 800만 원이 밀려 영안실 냉동 창고에 그대로 안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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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말, 부천시민신문, 한겨레리빙, 경기일보, 부천시의원을 거쳤고, 지금은 부천뉴스를 창간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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