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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여론과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속에 20일간에 걸친 국정감사가 열렸다. 그러나, '이용호 게이트'를 둘러싼 무수한 의혹과 공방 속에 정작 정책감사를 충실히 준비했던 의원들의 질의는 쉽게 묻힐 수밖에 없었다. 국감이 열리기 전 열린 한 토론회 자리에서 "아무리 정책감사를 열심히 준비해도, 언론이 잘 다루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냐"는 한나라당 관계자의 우려는 결국 현실로 나타났다. 정기국회를 맞아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정성을 쏟아 내놓은 주요 정책자료집들을 소개한다.

매년 국정감사와 정기국회 때마다 수많은 아이디어와 새로운 정책자료집을 생산해 내놓는 곳을 꼽으라면, 많은 국회 관계자들은 상대적으로 정치에서 자유로운 교육위와 문화관광위, 그리고 과기정통위 등을 꼽는다.

교육위는 올해에도 사립학교의 실태와 제도권 교육의 상황을 중점적으로 다룬 많은 보고서와 정책 자료집을 생산해 냈다. 그중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가 민주당 김화중 의원이 펴낸 <학교보건사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정책보고서다.

상임위인 교육위와 서울대 보건학 박사이자 대한간호협회 회장이라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잘 접목시켰다는 점에서도 호평을 받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

자료집은 크게 ▲우리나라 학교보건사업의 개요와 변천 ▲연구방법 ▲학교보건사업의 실제 ▲학교보건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학교보건교육에 대한 제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함께 자료분석의 충실성을 높이기 위해 10명의 양호교사로 구성된 전문가회의에서 수정과 보완 작업을 거쳤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학교보건의 중요성

"학교보건사업은 지식정보화시대에 맞도록 변화발전해야 합니다. 예방 접종을 해주는 100여 년전의 방법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예방접종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예방접종을 맞으려고 노력하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어야 합니다"는 김 의원의 인사말은 자료집 발간 의의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이어 "학생 및 교직원의 건강관리, 보건교육, 환경위생, 학교급식 등의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여 건강관리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학교보건사업이다"며 "학생의 건강관리능력은 학교생활을 건강하게 할 뿐 아니라 일생의 건강생활토대를 마련하는 데 필수적이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제시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학교보건사업은 변화하는 건강의 개념에 따라 전염병 관리기→신체검사기→포괄적 건광관리기→학교보건교육과정기로 그 모습을 달리해 왔다.

예방접종위주의 사업이 학교보건사업의 주된 활동이었던 시기에서 학생 및 교직원의 건강관리와 건강한 학교생활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달라져 왔다는 것. 따라서, 학교보건은 더 이상 단순한 의료보건사업이 아니라, 일종의 교육제도 및 교육사업의 한 분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음은 <학교보건사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정책보고서가 다루고 있는 주요 내용들을 요약한 것이다.

학생들, 충치가 가장 큰 문제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한 2000년도 체질검사 실시율은 98.8%였다. 이 결과를 질환별로 살펴보면 충치(치아우식증,42.5%), 치주질환(7.2%)·부정교합(8.6%) 등 치과관련 이상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시련관련 이상과 목·코 관련 이상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관 이상은 소화기(1.2%)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고도비만은 1%로 전년도에 비해 0.3% 증가했다.

그러나, 2000년도에 전체 체질검사를 받은 학생 중 이상률이 발견된 3%학생에 대한 추후관리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중 가정에 결과통보를 한 경우가 25.9%였으며 상담과 의뢰도 각각 7.7%와 6.3%에 그쳤다. 반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경우는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학생 1인당 체질검사 시간은 1.2분

신체검사 규칙에 따르면, 체질검사의 경우는 전학생을 대상으로 의사가 실시하도록 돼 있다. 2001년도 체질검사 결과 의사 1인당 검진학생수는 평균 289명이었고, 의사 1인당 검진시간은 5시간이었다. 이를 학생 1인당 검진시간으로 환산하면, 의사가 한 학생을 검진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불과 1~2분. 따라서, 이는 체질검사가 매우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학생들, 보건실 얼마나 이용하나?

2000년도에 하루 평균 보건실(구 양호실)을 이용한 학생수는 18명으로 나타났는데, 초(22명)·중(19명)·고(21명) 모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지역별로는 경기·서울 지역이 각각 38.35명으로 높은 이용률을 보여줬다.

김 의원은 학생들의 보건실 이용시간이 하루 평균 2시간 20분인 것으로 조사됐음을 볼 때, 학교 양호교사가 보건실 이용자에 대한 관리 뿐 아니라 보건교육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실 한 해 예산 얼마나 되나?

2001년도 보건실 연간 예산은 평균 577만 원으로, 1999년의 401만 원과 2000년의 413만 원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예산 집행 내역을 보면 신체검사(30%)와 검사비(36%)에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었으며, 교육자료 구입비(3%) 등에는 예산 집행 비율이 적었다.

스트레스성 정신질환 학생이 늘고 있다

전국의 초·중·고 학생 중 스트레스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학생은 99년 411명이었던 데 반해 2000년에는 516명, 올해는 550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중 고등학교 학생(2001년 207명)이 제일 많은 것으로 타나나, 이들의 정신건강관리가 매우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 건강관리도 필요

교직원의 음주, 흡연, 운동 양상을 살펴보면 남교사의 경우는 음주율이 71%, 흡연율이 50%, 주 3회 이상 운동율이 17%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에게 발생하는 만성질환이 음주, 흡연, 운동부족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을 볼 때, 교사들의 생활양식 개선이 필요하며, 양호교사에 의한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중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교사들이 스스로 지각하는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남교사가 여교사보다 건강하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교사의 경우는 다른 공무원보다도 스스로 느끼는 건강상태가 대체적으로 낮은 것으로 타나나, 교직원에 대한 건강관리가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자료집은 보건교육 및 성교육 실시 상황, 학교내환경(음용수 위생실태·조도·소음·화장실), 학교환경정화구역 업소현황, 급식관련 문제 등도 다루고 있다.

자료집을 발간한 김 의원은 보건교육의 개선 방향으로 ▲신체검사 항목을 늘리고 실시 방법도 개선할 것 ▲스트레스성 정신질환 학생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만큼 양호교사의 정기적 상담 및 보건교육 필요 ▲3년 내리 50%대에 머물고 있는 전국 양호 교사 배치율을 높일 것 ▲보건교사의 정규 보건수업 ▲양호장학사 배치 등을 제안했다.

한편 김 의원의 한 관계자는 "준비하는 도중 시골 분교로부터 '파악만 하지 말고 제발 양호선생님을 보내 달라. 애가 아파도 어디 보낼 때가 없다'는 전화도 수 차례 받았다"면서 "일제시대부터 사용돼온 '양호교사'라는 명칭도 인적자원부와 국회에서 개칭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폭넓은 의미의 '보건교사'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자료집을 준비하면서, 지역이 좁은 제주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다수 는 실제 통계가 수시로 바뀔 만큼 파악이 힘들었다"고 상황파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보건교육을 받아야 성인이 돼서도 자기관리를 스스로 할 수 있다. 의료소비자로서의 준비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보건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2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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