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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전교조와의 단체교섭 과정에서 근무시간 중 노동조합 활동을 월 2시간 허용하는 것으로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것은 그 동안 근무시간 중 노동조합 활동 허용여부를 둘러싼 교육청과 전교조의 갈등이 빚어져왔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근무시간 중 노동조합 활동이 2시간 허용된다면 전교조의 각 지회나 분회단위에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참교육실천 연수나 각종 모임을 할 수 있게 된다. 학교별 교과모임도 가능해질 것이며, 전교조가 주관하는 연수활동도 가능해짐으로써 참교육을 내세운 전교조로서는 합법화 이후 가장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게 된다.

반면 언론보도를 통해서 보면 학교장들이 극력반대하고 나선 것으로 되어 있다. 전교조 합법화부터 반대했던 그들로서는 당연한 일인지 모르나, 사실 근무시간 중 수시로 법적기구도 아닌 교장단 모임을 하면서 교사들끼리 모이는 것만큼은 극력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학교 교사들의 의견이다.

여기에 더하여 언론은 학부모단체가 반대하고 나섰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 각 언론기관에서 보도한 내용(각 신문사의 사이트에서 발췌하였음)중에서 참교육학부모회의 논평에 대한 부분만 따로 모으면 다음과 같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윤지희 회장도 “향후 전교조활동이 학생의 학습권이나 교육권을 침해한다면 교내에서 발을 붙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일보 -

학교장들과 학부모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됩니다. 학교장들은 "교사들의 교내 노조활동을 허용할 경우 학교의 교육이 황폐해지고 교사들간 위화감이 조성될 것"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도 전교조 활동이 학생들의 학습권이나 교육권을 침해한다면 교내에서 발을 붙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려했습니다
- sbs -

교장협의회와 학부모단체들은 학교 현장이 황폐화되고 학습권이 침해될 것을 우려해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됩니다.
- kbs -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의 윤지희 회장도 "향후 전교조 활동이 학생들의 학습권이나 교육권을 침해한다면 교내에서 발을 붙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 연합뉴스 -


위 내용만 읽어본다면 분명히 참교육학부모회는 전교조에 대한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허용을 반대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학부모대 전교조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매우 긴박하고 긴장감이 넘치게 된다.

하지만, 참교육학부모회의 홈페이지(http://hakbumo.or.kr)에 가보면 참교육학부모회에서는 노동조합활동 허용에 대해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논평을 냈다. 다음은 참교육학부모회의 논평 관련 부분이다.

"본회는 합법화된 교원노조가 건강한 노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수업과 학사운영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노조활동''은 학부모로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

"참교육학부모회장도 ... '학생들의 학습권이나 교육권을 침해한다면 교내에서 발붙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는 내용과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내용은 정반대되는 내용이다. 공식적인 의견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언론의 보도는 '현장에서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로 나오고 있다.

이러한 구도는 언론사들이 사전에 일정한 구도를 가지고 기사를 쓰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지하철 노조의 경우에는 노동조합 대 시민, 병원노조의 경우에는 노동조합 대 환자. 그리고 전교조는 노동조합 대 학부모의 구도를 가지고 보도를 해왔다.

그리고 이런 기사들은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합법적 파업조차 무너뜨리는 역할을 해왔다. 왜 노동조합의 활동이 시민이나 환자, 그리고 학부모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병원노조의 경우에는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서 병원의 의료체계를 환자에게 유리하도록 변화시킬 수도 있고, 또 그런 노력들을 하고 있다.

언론사의 경우에도 언론노조가 공정보도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전교조가 활동을 하면 학생들의 학습권은 침해되고 학부모들은 반발을 한다고 보도하는지 참 의문이라는 것이 일선 학교 조합원들의 반응이다.

참교육학부모회 측은 언론의 이런 보도에 대해 "그런 내용(언론사 사이트의 보도내용)이라면 명백한 오보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위와 같은 언론보도 대신 아래와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일선 학교는 벌써부터 학교현장의 혼란과 교사간 위화감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 조선일보 -


'일선학교'에서 근무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며, 조선일보 기자가 어느 일선학교의 우려를 취재했는지 밝혔으면 한다. '일선학교'의 정체는 무엇일까? 학교장인가? 교사인가? 학생들인가? 이런 식의 글짓기는 도저히 보도문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다.

'차라리 일선학교의 학교장'이라고 해야 비교적 정확한 보도가 될 것이다. '비교적'이라고 하는 말은 일선학교의 학교장 중 적지 않은 수가 '차라리 근무시간중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기준이 나오면 편하겠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는 근무시간 중 노동조합활동을 불허하라는 공문을 학교장에게 보내고, 학교장으로서는 실제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조합활동을 막을 명분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다. 이번 합의로서 학교장이 겪어야 하는 이러한 고민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장으로서도 오히려 홀가분할 수 있다.

어쨌든 대결국면으로 몰고가려는 언론사들의 보도태도가 바뀌지 않는한 우리 사회의 갈등구조는 계속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참교육학부모회의 논평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근무시간내 교원노조활동 허용과 관련하여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20일 ''수업과 학사운영에 지장이 없는 범위내에서 월 2시간 이내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교수.학습방법 개선을 위한 연수를 방과후에 실시할 수 있도록 시도교육감에게 권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교조는 교육부의 이번 방침을 사실상 교내 노조활동을 허용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날부터 전국적으로 실시할 예정이었던 총파업 찬반투표와 오는 26일로 예정됐던 총파업 등의 일정을 유보했다. 

이에 학부모회는 우선 교육부의 이러한 권장방침을 전교조가 받아들여 극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는 것을 스스로 자제했다는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더불어 본회는 합법화된 교원노조가 건강한 노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수업과 학사운영에 지장이 없는 범위내에서 노조활동''은 학부모로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근무 시간중 교원노조활동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우려를 인식하여 교원노조는 앞으로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활동해주기를 기대한다. 

2001년 11월20일

                 (사)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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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기도 했고, 교육청에서 '어공'으로 근무하기도 했고, 지금은 농사지으면서 유보통합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함을 물어보면 '참교육학부모회 자문위원'이라고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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