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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재창당 작업에 나설 것이다. 지금은 내년 양대선거를 위해 모든 진보세력이 하나로 결집해야 할 때." (권영길 대표)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도 현실 정치권의 높은 벽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던 민주노동당이 사회당, 민주노총, 전국연합 등 진보세력을 결집하는 재창당을 모색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실질적인 재창당을 하겠다'는 결의가 공식회의를 통해 이뤄졌고, 내년 구도를 3파전 구도로 몰고 가야 한다는 물밑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는 것.

'3김 종식'이 공식적으로 거론되는 현 정국 구도속에서,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외연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살펴본다.

'진보'를 기치로 내건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이 지난 10월 재보궐 선거에서 획득한 득표율 합계는 불과 5%내외. 당 안팎에선 기존 고정표 외에는 조금도 외연을 확대하지 못했으며, 현실 정치에 염증을 느껴 지지할 정당이 없다고 대답한 60% 이상의 유권자 중 단 2∼3%도 견인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래서일까.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에서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는 논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미 지난 7월부터 재창당 추진위를 구성하고 ▲민주노총 조합원 5% 가입 ▲전국연합, 한총련의 참여 ▲전농과의 공감대 확산 ▲한국노총산하 조합원 당원 가입 ▲각계 진보인사 영입 ▲사회당과의 연대·통합 등을 적극 추진해왔던 민주노동당도 급기야는 권영길 대표가 '기득권을 포기하고 진보진영 결집에 앞장서겠다'며 큰 틀짜기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모습이다.

당 일부에선 당의 협소한 이미지를 극복하고, 외양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라도 당명을 개정해야 한다는 문제도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14일 저녁, 기독교 회관에서 민주노동당 재창당추진위원회와 민주노총 정치위원회, 전국연합 진보정당 특별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진보정당 대토론회'는 이런 고민이 단순히 한 정당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

발제를 맡은 정성희 민주노동당 재창당추진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 재보궐 선거를 통해 진보정당과 지역 서민들과의 일상 생활속 교류가 아직도 많이 떨어지고, 대안 정치 세력으로서도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며 "민주노동당이 당원과 당비에 의해 운영된다는 점에서 제도권 정당에 비해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양대 노총의 다수 조합원들을 당원으로 가입시키지 못했고, 농민과 다수의 각계 진보세력을 끌어당기지 못함으로써 적잖은 한계를 가졌던 것 또한 사실이다"고 반성했다.

이어 그는 "내년 양대선거를 앞두고 3김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되는 만큼 새로운 리더십을 둘러싼 보수정치권내의 치열한 각축이 예상된다. 여기에 재야 일부와 시민운동세력, 개혁성향의 국민층을 중심으로 개혁신당이 출현한다면 진보정당의 입지는 더욱 약화될 소지가 크다"면서 "진보정당은 기층 민중을 중심으로 범민주진보세력을 최대한 포괄해 나가면서 신자유주의 분쇄, 민중 생존권 쟁취, 자주통일 실현이라는 원칙을 가지고 공동 대응해 강력한 진보정치세력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밝힌 민주노동당의 중장기적 전망은 내년 대선 100만 표 이상 획득, 2004년 원내 의석 5석 확보, 2008년 교섭단체 구성, 2012년 집권 경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함께 발제를 맡은 정대연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정책위원장도 '진보진영의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는 것에 목소리를 함께 했다.
"전국연합이 개척해 온 전선운동은 노동운동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고, 민주노동당 또한 협소한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함으로써 대안의 정치세력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 공동대응을 위해 '민족민주운동-시민사회운동 진영의 연대틀'을 시급히 꾸려야 하고, 대선에서는 단일후보로 결집해야 한다."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계를 양분하고 있는 한국노총의 이정식 대외협력본부장도 "독자정당의 당위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민주노동당을 포괄하는 새로운 정당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며 "개혁세력까지 망라하는 독자정당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께 토론자로 참석한 서주원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환경단체가 조직이 아닌 만큼 정치논의는 부적합하다"고 전제한 뒤 "지금까지 무소속으로 지방선거에 참여했으며, 98년의 선거에는 52명의 무소속 녹색후보를 내세워 38명을 당선시킨 경험이 있다. 녹색이념이 풀뿌리 민주주의, 즉 지방자치의 원리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엔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며 "진보적 정치세력과의 연대도 사안별, 정책적 수준에서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방자치연대 공동대표인 김두관 남해군수도 "지방자치에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자치연대, 민주노총, 시민단체가 전국적인 연대네트워크를 구성해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다면,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며 "자치연대와 시민사회단체, 진보세력이 공동으로 대응하면서 3자 연대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대표로 나온 한 학생토론자는 "조만간 각 대학 선거가 끝나는 대로 '진보정당 참여를 위한 학생위원회'를 만들어, 진보정당 참여에 관한 본격적인 의견 개진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초 참석하기로 했던 강병기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농민대회 일정으로 참석을 하지 못했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중인 한 단체의 관계자는 "큰 선거때만 되면 민주노총과 전농을 중심으로 진보진영이 결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왔다"면서도 "그러나, 기존 진보정당이 짧은 역사에 비해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고, 여기에 양대노총과 전농이 결합한다면 당선과 관계없이 도시와 농촌 모두에서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도 크다"고 평가했다.

전농의 한 관계자도 사견임을 전제로 "시골 선거는 도시에 비해 상당부분 후진성이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쌀문제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의식의 변화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변화를 불러 올 수 있다. 진보진영의 결집과 연대라는 '새 판 짜기'는 의외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들이 과연 현실정치의 무수한 산들을 극복하고 내년 정국의 중심으로 다가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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