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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여론과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속에 20일간에 걸친 국정감사가 열렸다. 그러나, '이용호 게이트'를 둘러싼 무수한 의혹과 공방 속에 정작 정책감사를 충실히 준비했던 의원들의 질의는 쉽게 묻힐 수밖에 없었다.

국감이 열리기 전 열린 한 토론회 자리에서 "아무리 정책감사를 열심히 준비해도, 언론이 잘 다루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냐"는 한나라당 관계자의 우려는 결국 현실로 나타났다. 정기국회를 맞아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정성을 쏟아 내놓은 주요 정책자료집들을 소개한다.

발로 뛰는 젊은 의원들.

해마다 국감 때면 수많은 정책자료집과 보도자료들이 생산되지만, 그 중 대부분은 제출받은 자료와 기존의 연구성과를 바탕에 두고, 여기에 의원들 각자의 제안사항 등을 일부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지난 여름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펴낸 <우리나라 문화재 보수 정비문제 현황 및 정책 대안>이라는 정책자료집은 많은 눈길을 끌었다.

정 의원은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8일부터 11일까지 3박4일간 고등학교 역사 교사, 작가 등과 함께 전남·북 지역을 돌며 우리 문화재 관리의 실태를 몸소 체험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경실련이 선정한 문광위 최우수 의원과 국감모니터단의 우수의원 선정도 바로 이런 땀과 노력의 결실이었다는 게 평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에 나온 자료집은 현장답사 기간 동안 다녔던 전남북 지역을 비롯, 경북 지역과 서울의 경복궁을 중심으로 문화재 관리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의원 관계자는 "무엇보다 예산 전용과 전문가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불교 문화재 관련 예산 200억 원이 상임위에서 통과된 만큼 문화재 관리가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정 의원은 문화재 보수정비의 문제점들을 ▲문화재보호법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 ▲부적절한 문화재 보수사업 우선순위 선정 ▲고증없이 사업이 진행된 경우 ▲문화재가 방치되고 있는 경우 ▲예산 이중 낭비 ▲적정한 보수비가 책정되지 못한 경우 ▲사업 미집행 등으로 나눠 지적했다. 다음은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정비 사업 완료, 녹슨 보호각

전북 고창에 있는 보물 1200호 선운사 도솔암 마애불. 2000년 사업지침은 '마애불 전면의 불량한 시설을 철거하고 주변경관과 조화되도록 재정비한다'를 그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비사업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애불상을 둘러싼 보호각은 녹이 슬어 있고, 특히 비치파라솔은 주변 환경과는 아무 관련 없는 시설이라는 것. 이와 함께 정 의원은 마애불상 보수에 관해 불상 머리 위에 있는 사각형 구멍 10개를 우선적으로 고증해 전실을 복원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문화재 보수 예산을 화장실 설치에 (?)

사적 145호인 고창읍성. 이 곳의 보수 공사 내역 중 2000년과 올 2001년 보수예산에는 화장실 건립비용이 책정돼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현재 읍성의 한 축을 무너뜨리면서까지 화장실 공사를 진행하다가 지역민들의 원성을 사 중단 상태에 놓여 있다. 읍성과 공사장까지의 거리는 불과 50여 미터다.

본건물은 누수상태, 주변정비가 우선(?)

국보 13호인 전남 강진군의 무위사 극락전. 그러나 현재 극락보전은 흰개미들로 인해 주춧돌과 기둥 사이가 피해를 입고 있으며 6월 장마철엔 일부분에서 물이 새 파란 천막을 씌워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해 사업지침은 요사채 개축과 배수로 정비, 벽화 보호각 개축에 그쳐 국보급 문화재는 소홀히 한 채 주변정비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요고분, 시굴만 하고 관리는 소홀

전남 해남군에 있는 시도기념물 85호 해남 방산리 장구봉 고분. 이 고분은 우리나라 단일 고분 사상 최대 길이(77m)의 고분으로서 일본식 무덤 양식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고대 한일관계사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고분이다. 그러나, 작년에 시굴한 이 고분은 폭우로 지반이 심하게 내려앉았으며, 주변정리가 제대로 안 돼 고분의 훼손을 가속화하고 있다.

건물은 붕괴위험, 산책로·연못만 정비

사적 167호인 전남 해남군의 해남 윤씨 녹우단은 고산 윤선도가 살았던 곳이다. 지난 99년부터 올해까지 예산을 들여 이곳의 연못을 복원하고 주변 배수로와 산책로를 정비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효종이 고산에게 내려주었다는 사랑채는 기와 일부가 무너져 있었으며, 붕괴를 막기 위해 버팀목 여러 개를 사용하고 있었다.

컨테이너 가건물이 관리하는 지석군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고창 지석군묘. 그러나 마을과 논, 밭 등에 산재돼 있는 지석묘에 관한 관리가 매우 소홀하여 많은 지석묘가 훼손되고 있다. 지난 99년 관리사 건립을 명목으로 예산을 지원받았지만, 막상 지은 건물은 컨테이너로 된 가건물 한 채 뿐이었다.

불안전한 전기시설, 소화기는 없다!

문화재 특성상 한 번 소실은 영원한 '상실'을 뜻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북 고창군 선운사 참당암 대웅전(보물 803호)의 소화기 배치함엔 소화기가 배치돼 있지 않았으며, 엠프시설과 전기시설의 안정장치도 미흡했다. 또한 대웅전 기둥은 흰개미들의 침투로 구멍이 뚫려 있었으며, 벽화 일부가 훼손돼 있었다.

현장답사를 통해 이 지역의 문화재 보수 관리 실태를 꼼꼼히 체크한 정 의원은 "올바른 문화재 관리를 위해 사후 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며 "시·도·군·구 문화과(문화재계) 와 자치단체 소속 전문기구 설치, 문화재 위원회의 활동강화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문화재 보수·복원 중장기 계획 수립을 통해 과학적 보존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면서 "박물관의 증설 및 질적 확충 등 꾸준한 육성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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