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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병원이 10년 여의 장고 끝에 1일 첫발을 내딛었다. 이로써 제주의료원이 맡아온 도민의 '진료소방수' 바통을 넘겨받아 도내 유일의 3차 진료기관으로서 의료서비스의 질과 의료연구의 토대를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

제주대는 1일 개원과 동시에 진료의 차질을 최소화하면서 본격적인 진료에 들어갔다. 진료과목 역시 18개에서 24개로 늘리고 임상교수도 현재 18명에서 23명 정도 증원해 40여 명 선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에 현재 256병상 규모인 제주대학병원의 안착은 무리없어 보인다.

당초 우수한 교수확보를 비롯 적정한 실험실습기자재의 충원여부, 도민진료기구로서의 제 역할을 놓고 빚어졌던 갈등은 질높은 의료서비스의 제공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것이냐로 모아지는 추세다.

부만근 제주대 총장은 "3차 진료기관인 제주대학병원은 국립이기 때문에 제주도의 질병치료 시설로서 최후 보루"라면서 "수익성이 아닌 도민의 건강을 위한 곳으로 키워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지역에 3차 진료기관은 숙원사업이나 마찬가지였다. 도민의 경제적, 신체적 곤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에 도민 여망에 부응한 제주대학병원의 출범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고 도민 의료서비스의 향상을 위한 과제도 안고 있다.

도민진료를 위한 최고의 시설확보가 관건

제주대학병원은 3차 진료기관을 제주에 유치해야 한다는 여망에서 출발했다. 그렇다면 기존 제주의료원의 규모는 대학병원의 틀에 불과하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선 신축병원이 절실하다.

현재 제주대병원은 제주시 삼도2동 중앙로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6656㎡의 부지에 본관, 신관, 영안실 등 5개 동에 연면적 9952㎡ 규모이다. 전문의, 행정직, 간호직, 약무직 등 271명의 직원, 256개의 병상을 보유했고 이번 대학병원으로 개편되면서 외래진료 수술실과 자기공명영상 촬영법 등 700여 점의 주요 의료장비가 확보돼 있다.

하지만 3차 진료기관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500병상 규모의 병원과 각종 의료장비의 도입이 필요하다.

96년 6월 의과대 신설이 확정된 이후 96년 9월 한국보건의료관리연구원은 중간보고용역에서 제주대의 부속병원은 470병상 규모가 적정하고 신축시 933억여 원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제주대는 최근 국제교류센터가 들어설 예정인 아라동 소재 서암농원 부지(제주대 소유)가 병원부지로 적합하다고 보고 추진중이다. 500병상 규모 이상이면 군수련의 지정을 비롯 논의되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진척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의 신설 사업계획은 2005년 경부터 예정돼 있다. 관건인 예산확보와 국제자유도시 일정이 급물살을 탈 경우 상황에 따라선 2003년부터 설계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병원의 마스터플랜대로 '도민의, 도민에 의한, 도민을 위한' 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느냐가 도민여론을 등에 업을 잣대로 보여진다.

신생 대학병원으로서 기존 제주의료원의 진료기능을 떠나 임상연구실적의 축적도 관건으로 떠오른다. 진료와 함께 임상연구·교육이 중요한 실정에서 교육, 연구의 기틀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수한 교수자원 확보가 절실하다.

제주대학병원의 산고(産苦)

제주대학병원의 탄생이 그리 순탄한 건 아니었다. 의예과 등 의과대 설립 여부부터 부속병원 지정을 놓고 서귀포의료원과 제주의료원의 줄다리기, 제주도의사회의 의과대 반대, 정치권의 공약남발 등 추진과정에서 상당한 마찰이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제주대는 90년대 들어 2001년까지의 장기발전계획에 의과대 설립을 명기하고 93년 의예과를 만들고 95년 의과대 신설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의료복지 혜택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예산을 감당할 능력과 확보방안이 명확하지 않아 일단 유보됐다. 또 다른 단과대학에서 의과대가 신설되면 대학예산의 편중될 것이라는 경계도 한몫 했었다. 재정환경이 열악한 제주대의 현실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92년 의과대 설립추진과정에서 음악·미술학과 교수들의 예술대 신설을 둘러싼 농성에 의과대 설립이 늦어졌다는 성토도 나왔다. 그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민자당과 민주당이 제주대의 의과대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워 여론몰이는 의과대 신설을 기정사실화 되는 쪽으로 가닥잡혔다.

그러나 95년 8월 제주도의사회는 "열악한 우리나라 의료현실과 의학교육으로 볼 때 마구잡이 의대신설은 의학발전을 저해한다"며 제주도의회에 진정서를 제출해 파문을 일으켰다. 제주대가 의대설립을 확신하는 가운데 도의회와 도내 언론은 "도내 의료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문제를 외면한 잇속 챙기기"로 도의사회의 반대를 폄하했다.

95년 10월 의과대 설립이 확정되면서 96학년도 의예과 40명의 학생을 선발해 비로소 의과대로의 일보를 내딛었었다. 의과대 신설이 확정되면서 의대부속병원 지정이 도민 사회에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서귀포시의회와 제주시의회가 성명서를 통한 공방 끝에 도민 이익과 제주대의 인접지로서 제주의료원이 선정돼 오늘에 이르렀다.

지난해 5월8일 국비지원을 통해 제주의료원을 인계인수하기로 제주도와 제주대가 원칙 합의했고 제주의료원의 제주대 매각대금은 총 293억4800만 원에 결정됐다. 인계시점을 두고 조기인수를 주장했던 제주대와 도민 불편이 우려된다며 미온적이던 제주도는 지난달 말까지 물밑 협상 끝에 1일부터 제주의료원이 제주대학병원으로 새출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제주대학병원의 진로

도내 유일의 3차진료기관인 제주대학병원의 역할은 막중하다. 제주대 홍강의 의대 학장은 "저소득층 의료보호 환자의 진료를 적극 지원하고 제주도 의료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겠다"는 포부다. 도민의 생명권과 도외 진료경비 부담을 덜고 도내 3차진료기관으로서 제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주대학병원측은 환자와 인간, 지역사회 중심의 봉사의료를 펼쳐나갈 방침이다. 환자만족도 조사를 정례화하고 진료환경 개선, 입·퇴원 수속 간소화 등 의료서비스의 강화, 종합건강검진센터를 활용한 지역사회에 걸맞는 의료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또 현재 가장 시급한 병원의 조기안정화와 관련, 인수협약 내용을 실천하고 예산 절약, 의료장비 확충, 단기입원제도 등 개방병원을 확대키로 했다. 궁극적으론 대학병원을 이전신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주대학병원이 신뢰와 존경을 받는 의료인 양성과 도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병원으로 자리할지 지켜볼 일이다.

초대 제주대학병원장 홍강의 학장 인터뷰

제주대학병원이 출범함에 따라 제주의료원의 역할을 끌어안고 대학병원으로서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지 관심을 모은다.

초대 제주대학병원장을 맡은 홍강의(60) 원장은 "어느 지역보다 대학병원에 대한 기대가 높은 만큼 환자와 도민을 위한 병원으로 자리하겠다"고 말했다. 도민의 바람과 제주의료원이 해온 사업을 저버리지 않고 도민을 위한 의료봉사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홍 원장은 신생 대학병원이기는 하나 '섬의학'과 '해양의학' 등 독특한 사업을 통해 국제자유도시에 걸맞는 건강안전망으로서 제주대학병원의 진로를 확신했다.

- 제주의료원 인수가 더뎌 졸업을 앞둔 의예과 학생들이 불안해 했다.
"96년 입학생 40명 중 23명이 졸업 예정이다. 유급학생도 생겨나는 등 엄격한 학사관리로 수준높게 배출된 이들 학생은 전국 병원에서 인턴과정 설명회 개최를 요청하는 입장이다. 제주대 의과대 졸업생들의 진로는 밝다."

- 군수련의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국방부에서 제주대학병원을 군수련병원으로 지정하는 걸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다. 원칙상 400병동 이상은 돼야 하지만 제주대학병원의 장비가 우수한 편이라 제주지역 특성을 고려해준다면 군수련의 지정은 가능하다. 공중보건의는 제주의료원 때와 마찬가지로 계속 운영된다.
군수련병원으로 제주대학병원의 지정이 확정되면 10여 명을 자체 지정할 수 있어 제주대 출신자로 수련의를 확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제주의료원이 16년여간 흑자경영을 해왔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홍 원장은 "국립대병원이 흑자를 기록한 경우가 없다"면서 "국립대병원으로서 진료 외에 교육적 측면을 고려해 지금은 진료와 교육, 연구에 역량을 집중할 단계"란 지적이다. 병실 가동률이 100%를 넘길 때도 있어 무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의사 1인당 진료시간을 줄이고 의료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 도내 유일의 3차진료기관으로서 제주대학병원의 특별한 구상은.
"환자 중심의 진료를 통해 신뢰와 존경을 받는 병원으로 거듭나는 게 중요하다. 종합특수클리닉 분야를 적극 육성해 의료기술과 서비스를 전문화시켜 나갈 것이다. 중국과 일본 등 외국 의료기관과 연계해 의료연구 교류도 활성화시키겠다."

제주대에 의과대와 대학병원이 설립되면서 일부에서 대학예산 편중이 심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는 지적과 관련, 홍 원장은 "없지 않아 그런 측면이 있다. 교수충원 문제도 그렇고…. 예산확보는 일단 국고 지원확보에 치중할 방침"이라며 "의대 육성을 위한 발전기금 확보 등도 모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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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신문기자, 전 제주언론기자, 전 공무원, 현 공공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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