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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월 8일) 오전 11시 연안부두 앞 인천개항100주년 기념탑에 근조휘장이 날렸다. 일제에 의한 강제개항을 기념하는 100주년 기념탑이 수명을 다했다는 표현이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 식구들은 오늘 아침 검은색과 흰색천 각각 50m 두 쌍을 준비하고 개항기념탑 위에 올랐다.

그 동안 철거를 요구하는 일인시위를 지속해 왔지만 인천시의 이렇다할 대답을 듣지 못한 데다 인천시가 그 동안 20여억 원을 들여서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왔기 때문이다.

굴욕적인 개항기념탑을 20년 동안 놔둔 것도 답답한데 이전비용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시민의 혈세를 또 낭비하겠다고 하니, 더 이상 성명서 등 입장을 발표하는 것으로만 이 문제를 넘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개항기념탑 앞에서 일인시위를 벌이긴 하지만 눈에 잘 띄지도 않았고, 기념탑이 인천시 외곽에 위치해서 많은 시민들이 볼 수도 없었다. 실무자들끼리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누군가 커다란 조형물에 휘장을 달아버리면 어떨까 했다.
"바로 그거야!" 한번 해보자고 했다.

"사회단체가 이래도 되는 거냐?"
"금방 철거될 텐데 의미가 있을까?" 의심했지만 시민의 혈세를 낭비할 뿐 아니라 반민족적인 조형물임이 자명한데 시 당국이 복지부동이니 뭔가 여론을 일으킬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대략 눈 대중으로 천길이를 맞추고, 플래카드도 준비했다. 요 며칠 센바람이 불었으니 밧줄도 많이 준비했다. 그리고 급한 김에 사다리도 없이 사람의 어깨를 타고 조형물 위로 올라가 휘장을 늘어뜨렸다.

설치하는 데 단 20분이 걸리고 나머지는 철거를 못하도록 제어하는 것인데... 10분만에 출동한 경찰들은 철거하라고 큰소리는 쳤지만 아무도 손을 대지는 못했다. 다행이다. 기자들이 모두 찍어 갈 때까지는 지켜야 하는데...

우리 생각이 맞았다. 지역언론뿐 아니라 중앙언론사도 다 모였다.
좋은 기사가 된다는 것이리라! 그러다보니 경찰, 구청직원들도 몰려 왔건만 어느부서 담당이냐 옥신각신 하더니만 점심시간이 지나봐야 확인할 수 있겠다며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고 돌아갔다(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관료들의 관성적인 태도였던 걸까? 아니면 그들 스스로도 이런 시위는 놔둬야 된다고 생각한 걸까?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 공무원들도 대부분 일제에 의해 강제 개항된 날을 기념하는 것은 한심한 일로 여기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우리는 되돌아가는 경찰과 공무원들의 뒷모습을 보며 여유있게 돌아올 수 있었다.

조금 여유가 생겨 조형물 뒤를 돌아가 보니 아뿔사 "이동사다리"가 있었다. 빨리 어깨를 대 달라는 말에 끙끙대며 동료를 올려주던 모 국장이 벌겋게 화난 얼굴로 담엔 꼭 저 사다리로 올라가자고 한다. 앗 무슨 소리! 다시는 그럴 일이 없기를...

이제 남은 것은 인천시민들의 힘을 모아 흉물스런 조형탑 철거의 그날을 빨리 맞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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