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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건설의 총무부에 근무를 하다가 계열사인 국제종합건설에서 중국 하르빈 지사로 발령을 받았을 때 최 부장은 신바람이 났었다. 한국에 출장온 그를 만나면 중국에서의 불가사의한 사업과 빠질 수 없는 사업 세계의 술자리와 꾸우냥들의 봉사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부럽기도 했다. 그는 한국 측의 총경리를 맡고 중국지사를 관리하는 위치에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국내로 불려와서 총무부장을 하더니 그냥 의원면직을 했다. 낮밤 없이 직장에서 뛰던 회사를 그만두고 몇 달 동안 집에 꼼짝없이 갇혀 있을 때 나는 그 내외를 데리고 등나무집 강남점에 함께 갔었다.

등나무집 강남점의 박 사장도 극동맨이므로 남들의 힘들 일을 거들어 주는데는 착한 마음이 많은 이라서 최 부장에게 " 한 번 해보지. 박 형에게 자문을 얻어서 무슨 건설 하청업을 하느니 먹는 장사가 최고라고...." 했더니 최 부장 내외는 궁리를 한참 하더니 손발 걷어붙이고 힘들게 돈을 끌어대고 발산역 쪽에 등나무집 강서지점을 냈다.

걱정으로 음식점을 시작했다. 남이 해주는 음식점에서 먹기만 했던 사람들이 내 손으로 음식 만들고 가게 안의 사람 다루기가 얼마나 어렵고 눈물 콧물의 세월이 지났다. 강서지점 쪽에는 강남점과는 달리 사람들이 다니는 길목이 아니고 밤이면 사람 그림자 없이 한적했다.행인은 뜸한데도 음식점들은 처마에 처마를 맞대고 있었다.

나는 최 부장에게 실없이 " 이벤트를 하라고 필립핀 악사를 데리고 와서 밤마다 라이브 쇼를 해 보라고" 하는 내 말에 솔깃히는 척 했으나 20여개의 테이블이 가득한 가게 안에 무대를 놓을 자리가 있을 리 없었다. 요즘에는 전국적으로 40여 군데나 되는 등나무 집의 인테리어 특징은 내부는 하얗게, 종업원의 복장은 검은 유니폼에 등나무의 모습을 각인되어 있다. 하얀 벽에는 고객들의 사진을 찍어서 붙여 준다던 지 낙서장을 만들어 준다던 지 하였다.

영업을 시작하면 썰렁한 빈 벽이 걱정거리였다.
나는 쉴셀버스타인의 그림 중에 아낌 없이 주는 나무를 책 한 권을 다 그려서 벽 여기저기에 도배를 하고, 방에는 혼불 작가 최명희의 고교시절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신문 기사를 스크랩하여 도배를 하다시피 해주었다. 내 그림 탓도 작가 최명희 탓도 아니게 등나무집 강서점은 살 맛나게 장사가 잘되고 있다.

함께 모이는 아낙들이 있다.
서울에서 재개발 1호였던 구로 극동 아파트의 조합장을 내가 맡고 있었고 함께 친하게 어울리던 부인들이 있었다. 20 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만나고 있다. 내 책이 나왔다는 말에 어제는 잠실 롯데 아이스링크 옆에 있던 찻집 쉘베르의 우산 집의 아줌마가 출판기념회를 해주겠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등나무집 강서점에서 해주겠다고 호출이었다.

아내들이 남편들까지 대동해서 네 가족이 모였다. 출판기념이라는 리봉이 달린 난까지 호사로웠다. 무슨 모임이던지 여자들이 끼면 행사가 열리고 규모가 커진다.
" 등나무집 강남점에서 며칠 전에 했는데 무슨 출판 기념회래요" 하면서도 나는 낯이 뜨거워진다.

나는 내 책 ' 어머니, 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 의 표지 다음 다음 장에 짧은 사연과 서명을 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두 손으로 부인들에게 건넸다. 다들 내 책 속에 그림자처럼 그들의 존재가 스며들어 있으며 어려울 때 의지가 되었던 이들이다.

이래서 팔리는 책보다 내가 남에게 증정본으로 주는 책들이 더 많다.
출판사의 사장이 열심히 출판기획 의도를 책과 함께 보냈어도 일간 신문이나 여성 잡지들에게 무시 받은 책. 우리 세대의 절규를 그들이 무시해도 나의 직장 동료의 강서점 등나무집 여자 사장은 내게" 책을 많이 사서 아는 사람들에게 돌릴 거예요" 하며 내 기를 세워준다. 이미 그이는 아들을 교보로 보내 5권을 사서 친지들에게 돌렸다.

나는 책 한 권을 얻었고, 세상의 인심을 알았다. 어쩌면 그 인심은 내가 살아온 내 생애의 거울일 수도 있다. 책이 많이 팔리고 안 팔리는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한 권을 책을 내놓으므로 인생을 새로 알았다.

전화가 걸려온다.
내가 책을 만들게 된 원인제공을 해 준 친구였다. 그가 인터넷에서 내 글을 보고 있을 때, 마침 그 자리에 온 출판사 '흥부네박'의 박 사장이 그 글을 보고 책을 만들어 볼 만하다고 판단해서 내게 연락이 와서 책을 만들어냈다.

"내가 저녁을 사지. 함께 하자고" 하는 친구의 말을 다음으로 미루었다. 성공의 가치를 돈으로 따지지 말자. 내 책 한 권을 가지고 싶었던 소년 시절부터의 꿈이 이루어지고 격려해주는 정다운 이웃들이 있으니 세상은 이 아니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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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본부 iso 심사원으로 오마이뉴스 창간 시 부터 글을 써왔다. 모아진 글로 "어머니,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라는 수필집을 냈고, 혼불 최명희 찾기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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