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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탄신 500주년을 맞는 퇴계 이황 선생의 삶을 재조명하고 유교문화의 독창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세계유교문화축제'가 이달 5일부터 31일까지 경북 안동에서 문화관광부 선정 '한국방문의 해' 10대 기획이벤트로 열린다.

경북도와 안동시가 공동주최하는 이번 문화축제는 '새 천년, 퇴계와의 대화'를 주제로, '또다른 500년을 위하여'란 부제로 유교를 위기에 처한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정신문화로 부각시키게 된다.

이번 축제는 사전행사, 개막식, 본행사, 다양한 전시회 등으로 나눠 안동시 도산서원, 국학진흥원, 퇴계종택, 오천군자리, 낙동강변축제장, 하회마을 등에서 분산 개최된다.

특히 '세계유교문화축제'는 6개국 23개단체가 참여하는 탈춤공연
'안동국제탈춤페스티발 2001'과 동시에 개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막식이 열리는 4일에는 도산별시(陶山別試)와 장원급제자의 유가행렬(儒家行列) 재현과 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는 서제가 막이 오른다.

5일에는 퇴계 종택에서 후손들이 행사가 시작됨을 알리는 고유제와 도산서원에서 후학들이 퇴계선생을 숭모하는 작헌례(爵獻禮)를 올리고 각급 기관장과 주민 등 3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본격적인 개막식을 가진다.

특히 개막행사에는 공자의 77대손인 공덕무(83) 여사가 참석, 이의근 경북도지사, 퇴계 15대종손인 이동은(92) 씨 등과 함께 성화를 점화한다.

또 공자의 고향 중국 산둥성(山東省) 취푸(曲阜)시 예술단이 개막공연을 비롯, 축제기간 5차례에 걸쳐 공자와 제자들의 위업을 기리는 전통음악을 선보이고 왕세자가 사부인 퇴계선생을 스승으로 모시는 의식인 입학의(入學儀)를 재현하는데 이어 연극 '퇴계선생 상소문'도 공연된다.

이밖에 퇴계선생이 즐겼던 투호와 승경도놀이를 비롯한 각종 민속놀이 등이 강변축제장과 도산서원 등에서 열려 이번 유교축제에는 내외국인 80만명이 참석할 것으로 경북도측은 예상하고 있다.

유교에 대한 찬반논란

우리나라는 유교문화가 강하게 지배해온 유교전통 국가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화니 지식정보화 물결에 유교문화가 밀려나고 있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유교지지자들은 삼강오륜이 무너지고 뚜렷한 가치관과 정신적 지주가 없는 상태에서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고 있는 반면 인간성이 상실돼 가는 시대에 인(仁)을 근본가르침으로 하는 유교를 되살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반유교주의자들은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2500년전 유교 사상을 지금에 와서 운운하는 것은 철저하게 과거지향적인 유교적 습성을 벗어나지 못한 결과라 비판한다. 세계화와 지식정보-바이오테크 시대에 골이타분한 유교로 더 이상 나라발전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하회별신굿탈놀이-무동마당
따라서 이들은 세계유교문화축제를 개최하는 자리에서 '부모에게 효도, 나라에 충성'이란 구호를 내걸고 보수지배 계층이 정치적으로 유교를 이용한 부정적인 요소 등를 하나하나 파헤쳐 변화무상한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사상의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느쪽이 현시점에서 더 설득력을 지닐지는 개인의 판단에 달려 있을 것이다. 필자는 도올 김용옥 선생의 일례를 들어 유가에 대한 서로 상반된 입장을 소박하게나마 조율을 시도해볼까 한다.

유교의 현대적 의미와 고전

도올은 KBS 1TV '논어 이야기'에서 나름대로 철저히 익혀온 논어 원문을 강독, 유가와 철학을 대중속으로 끌여들였다. 2500년전 한자로 쓰여진 공자의 논어를 시대와 문화가 판이하게 다른 오늘의 한국 언어로 해독한다는 것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그는 특히 문자 자구 해석은 한문에 능한 한학자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미 죽은 공자의 논어를 오늘의 우린 언어로 되살려 현대인들에게 전하려는 공자의 메시지를 들여주기는 어려운 작업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도올은 죽은 공자의 한문해석에 그칠 것이 아니라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세상을 두루 돌아다닌 당시 공자의 뜻을 지금의 언어로 생생하게 밝혀 내야한다는 것이다.

죽은 사람의 사상을 과거로 돌아가 무의미하게 비판하고 해석하는 것은 부관참시에 해당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죽은 사람의 사상과 뜻을 지금의 상황과 접목시켜 새롭게 해석하고 발전된 유형의 논리로 새로 정립하는 것은 그 사람 사상의 부활을 의미하며 지금도 그 정신과 사상이 살아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역사는 죽은 과거의 기록으로 보지 않고 생생한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따라서 과거는 계속해서 변하는 현재의 시각에서 부단히 새롭게 해석돼야 한다. 이러한 역사를 공부할 때 우리는 과거에 얽매여 있고 과거로부터 지배당하는 우리의 정신을 해방시킬 수 있다. 왜냐하면 현재는 과거에 의해 보이지 않게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고전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옛문헌이지만 수천년이 지난 오늘날 새로운 의미로 읽혀져야 고전이라 할 수 있다. 공자는 이미 <논어> '위정편'(爲政篇)에서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언급하면서 고전의 의미를 강조했다. 원문은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이다.

즉 "옛 것을 익히어 새 것을 알면 이로써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느니라 '예기'(禮記) '학기'(學記)에도 비슷한 글이 실려 있다. '피상적인 학문으로는 남의 스승이 되기에는 부족하다'(記問之學 不足以爲師矣)는 말이다. 여기서 피상적인 학문이란 스스로 깨달아 터득한 지혜가 아니라 남의 것을 빌려온 지식을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진정한 자신의 지식이 아니다. 남의 차용품이므로 언젠가는 밖으로 다시 나가야하는 만큼 일시적으로 자기안에 머무르는 지식이다. 이 지식의 한계는 분명히 보인다. 따라서 앞의 문구는 '이런 지식을 임시방편으로 암기해서 제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만으로는 남의 스승이 될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온고지신'과 일맥상통한다. 온고지신도 단순히 '하늘천'(天), '따지(地)식으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남의 지식으로 나에게는 소원한 고전을 현재와 과거, 즉 고금(古今)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古往今來) 쌓은 총체적 지혜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갈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완벽한 스승의 가르침과 메시지를 들을때 논어가 오늘날의 언어로 생생하게 다가올 수 있다.

끊임없는 유교비판과 새로운 해석이 필요

물론 도올의 논어해석이 완벽하다는 건 아니다. 도올에 대한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도올 김용옥의 일본 베끼기' 저서를 통한 이기동 성균관대 교수의 도올 비판에 이어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최근 '이문열과 김용옥'이란 저서에서 도올을 비판하고 있다. 강 교수는 '김용옥은 지식의 새로운 유통 경로를 통해 철학을 '엔터테인먼트'화해 지식폭력과 권위에 찌든 기존 권력에 도전하는 인물'로 비판하면서 도올이 자기 스스로 기존 학위의 권위에 기대어 자신에 대한 비판을 부정한 행위는 또다른 '지식폭력'으로 주장하고 있다.

공자에 대한 비판이든 도올에 대한 비판은 끊임없이 새롭게 제기돼야 한다. 비판되지 않는 고전은 생명력을 잃어버린 채 사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자나 도올 등을 모르고 비판하는 것만큼 학문적 어리석음은 없다. 남의 전체적 사상과 체계적인 지식체계를 하나하나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누구나 극히 일부분을 따로 떼어 아전인수격으로 '이건 잘못됐어'라고 단순히 목소리를 높이기는 쉽기 때문이다.

이번 유교문화축제가 우리를 부정적으로 억압하고 있는 유교적 전통은 무엇이고 새롭게 계승발전시켜 우리에게 자유와 사랑을 안겨다줄 수 있는 현대적 인(仁)의 사상은 어떤 것인지를 건설적으로 비판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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