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9월초 아주 친한 대학 동기가 결혼을 했다. 촌수를 따지면 손녀 뻘이라 학교 다닐 때도 나를 할아버지, 영감이라고 곧잘 놀리곤 했다. 그러던 꼬맹이가 이젠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고, 아줌마가 되었다.

결혼식 사진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찍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그 날도 습관처럼 카메라를 지참하고 가는 바람에, '손녀'의 간곡한 청도 있고 해서 결국 셔터를 누르고 말았다. 파인더 안으로 들여다본 신부는 얼마나 예쁜지... 항상 어리게만 보이던 '손녀'가 아름다운 9월의 신부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올해 들어 유난히도 시집 장가를 가거나 갈 예정인 친구들이 많은데, 오랜 친구들이 이제 내가 갔던 길에 동참해 아저씨 아줌마가 되는 걸 보면 선배로서의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결혼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고참으로서 아직까지 '결혼생활은 이런 것이다'라고 얘기해줄 것은 없지만, 단지 서로 좋아하는 것만으로 결혼한다는 것은 커다란 모험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결혼 생활에는 이런 저런 문제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아내와 나와의 행동이나 감정과는 전혀 관계 없는 것들로 인해 마음이 아플 때도 많다.

특히 가족 간의 문제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골치를 썩여야 하는 경우에는 최대한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소위 '집안 문제'라는 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지는 결혼을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큰집이라 제사가 1년에 13번이나 되고 으레 명절이면 제사 준비에 근 이틀을 꼬박 매달려야 하는 그런 집의 장손에게 시집을 온 아내는 직장 생활을 하느라 시어머니를 도와드리지 못하는 것 때문에 이번 추석에도 미안한 마음을 안고 시골에 가야 할 것이 틀림없다. 물론 나는 "괜찮다"고 웃어 넘길 것이고...

결혼이란 것이 결국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 두 집안의 결합이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설과 추석 때가 되면 너무나 확연하게 느껴진다.

한 사람의 아내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겪게 되는 고통과 고민들을 남편인 내가 모두 다 알 수는 없다. 아내는 아내 나름의 방법으로 남편 몰래 그것을 삭이고, 나는 나대로 아내 몰래 그런 고민들을 풀어버린다.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아내와 나는 그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물론 한 달에 두 번 보는 주말부부인 것도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이다.

사실 주말부부란 것도, 아내와 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무조건 행복하게 같이 잘 살 줄 알았지만, 막상 결혼을 하고 나니 우리에겐 돈을 벌어 생활을 하고 아이를 키워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그냥 같이 살면 되지 않느냐, 빨리 합쳐라'라는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정말 가슴이 아프다.

집안이 넉넉하고 먹고 사는 것에 지장이 없다면 왜 아내와 함께 지내고 싶지 않을까. 짧은 결혼 생활이지만 결혼이라는 것이 서로를 소유하는 것도 아니고 구속해서도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사랑하고 곁에 있어 주고 싶어도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결혼은 일생 동안 참선을 해도 본질을 파악하기 힘든 화두가 아닐까. 결국 결혼식을 올리고 이런 저런 문제를 겪어보고, 고민하고, 화해하면서 알아가는 것이리라. 하여튼 어떤 인연으로 만났든 지간에, 두 사람이 한 가정을 이루어 아이를 낳고, 함께 꼬옥 손을 잡고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결혼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