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목포에서 승용차로 삼호방조제를 지나 30여분을 달리면 해남군 산이면 간척지가 나온다. 최근 이곳에 정부에서 89만평의 간척지에 통신기지를 목적으로 한 해군기지를 만들겠다는 발표가 나오면서부터, 이곳 주민들을 비롯 해남군 자치단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정부가 식량안보 논리로 갯벌 생태계를 파괴하는 간척공사를 해놓고 이제 와서 해군의 통신기지를 주민 동의 없이 건설하려는 것"을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

통신기지 건설은 일부 농민 개인소유로 되어 있는 간척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그 과정에서 통신기지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 여론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현재 논란이 되는 대부분의 간척지는 농림부 소유로 되어 있다.

해남군 민화식 군수 역시 이달 초 통신기지와 관련한 해군의 설명회에서 "건립부지는 간척지 조성 당시 농민들에게 농지로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곳으로 원래 목적이 아닌 군사시설은 안된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해군, '군사기밀' 더 이상 말 못해

주민들의 반대여론과 최근 언론보도가 나가자 해군측은 이에 대한 수습에 나섰다. 지난 3일 해군측이 해남군청 회의실에서 주민설명회를 자청하면서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날 설명회는 주민들의 군청 앞 광장에서 반대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진행됐다.

하지만 해군측의 본래 의도와는 달리 사태는 더 악화되고 말았다. 설명회 자리에서 정작 쏟아지는 주민들의 질문공세에 해군측은 우리 군의 잠수함 등 '군사보안'의 이유로 즉답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해군측을 대표해 나온 목포 해군해역사 사령관(준장)과 해군본부 담당자들은 "지난 97년 용역에 들어가 현재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했고 지난 6월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지금의 계획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 기지에는 대형 송신탑 2개와 90명의 군인이 상주하며 800억원의 시설비용이 들어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해군측은 최근 중국을 겨냥한 MD목적의 미군기지 의혹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군사기밀 유지' 차원에서 더 이상 이야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해남군 산이면 농민회 김영동 회장은 "몇 년 전부터 간척지를 미군기지로 쓸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으며, 통신기지 건설이 눈에 띄면서 그 의혹은 더 짙어지고 있다"면서 "이번 설명회 역시 이 의혹을 해소할 수 없는 설명회 자리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실제 미군이 몇 달 전 간척지를 방문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미, MD의혹 여전히 풀리지 않아

미군기지 건설 의혹 외에도 특히 농민들은 간척지 조성 과정에서 식량안보 등을 이유로 갯벌 생태계를 파괴하면서까지 농지를 조성해 놓고 이제 와서 군사기지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식량안보상 새만금 간척지 조성 등의 명분이 최근 쌀공급 과잉사태 등으로 모두 허위였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근 쌀공급 억제정책으로 농사정책의 방향이 180도로 전환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농민들에게 이같은 군사기지 건설 방침은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외에도 현재 주민들은 통신기지 건설과 관련 주민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았고,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재산권 행사에 걸림돌이 되고 주변의 지가하락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이유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군 기지가 들어설 경우 지역 이미지 손상으로 농산물 판매의 어려움이 예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군산 등 미군기지 사례에서 보듯 군사시설 주변은 민간인 접근이 불허돼 시설 주변의 간척지, 호수 등의 생태계 파괴가 심각해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군의회 의장까지 반대 대책위 참여

이같은 농민들의 강한 불만은 통신기지 반대 대책위 구성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해남군 군의회 의장이 공동대책위원장으로 있고 산이면 교회, 농협, 새마을지회 등의 관변단체, 농민회 등 지역 대부분의 단체가 반대 대책위에 포함된 것이다.

앞으로 산이면 반대대책위는 해남군으로 대책위 구성을 넓히고 목민협, 전국연합 광주전남연합,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등과의 공동대책위 구성의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이같은 재야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는 미국의 중국을 겨냥한 MD 정책 목적이라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한 더 커질 전망이다.

이처럼 해남군 산이면 통신기지는 미국의 MD 의혹, 생태계 파괴 등 환경문제, 농민 생존권 투쟁 등 여러 이슈가 한곳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인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