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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국회에서 통과된 여성관련 노동법 개악안(속칭 모성보호법)이 시행령을 구체화하고 있는 지금, 진정 여성들이 살아가기 좋은 세상이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리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시민들 속에 직접 들어가 반응을 살피고 사회당의 주장을 쉽게 설명하자는 취지에서이다.

9월 12일 모두 세 군데에서 1인시위를 시작했다. 전철역 입구에서,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서, 삼거리 횡단보도 앞에서. 어느 자리가 사람들 눈에 띄는지 이리저리 살펴본 뒤 적당한 자리를 잡았다.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이 피켓에 꽂히는지도 유심히 관찰해 보았다.

피켓에 박혀있는 말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아줌마들을 붙잡고 설명해 줬더니, 금새 동조를 표시한다. "뜨거우니까, 그늘에서 해요" "화이팅"을 외쳐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런 일을 해줘서 고맙다. 그런데 1인시위 정도로 이 요구들이 이루어지겠느냐? 서명운동이라도 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다"는 진지한 지적을 하고 가는 사람도 있다.

하교 시간과 퇴근 시간이 겹쳐있는 오후 5시반부터 7시까지라 저녁 찬거리 준비하러 나온 주부들, 중고등학생들, 직장인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여성들의 관심과 호응이 좋았고 상대적으로 남성들은 무표정한 편이다. 한 아저씨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피켓을 훑더니 "기저귀값이 그리 비싸면 옛날에 썼던 광목천 끊어다가 빨아 쓰라"며 핀잔을 주고 간다. 또 다른 아저씨는 피켓 한 번 보고, 피켓 든 여성 얼굴 한 번 쳐다보기를 번갈아하다 휙 지나간다.

아무튼 어색함 반, 호기심 반의 심정으로 시작한 1인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기대보다 재미있고 들썩거렸다. 내일도 계속될 1인시위에는 작전을 바꿔볼 생각이다. 오늘은 시위를 모두 여성들이 했으니까, 내일은 남성들이 하려고 한다. 이럴 때 지나가는 아저씨들의 반응이 오늘과 다름없는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한 달 기저귀값만 15만원인데, 노동부에서 책정한 육아휴직비용은 고작 10만원. 월 10만원이면 육아휴직을 하려도 할 수가 없다. 아이 분유값도 나오지 않을뿐만 아니라 생계가 막막해지는데 이래 가지곤 육아휴직 기간을 90일로 늘인다 한들 무슨 소용일까.

직장생활을 하면서, 혹은 사회활동을 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려면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갓난아기는 맡길 기관도 없으니 적어도 3살은 돼야 엄마는 밖에 나가볼 엄두가 난다. 설사 놀이방과 같은 기관에 맡긴다고 해도 그 비용이 수십만원대에 이르러서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그렇기에 육아는 개별 가족 또는 어머니들의 몫으로만 감당해서는 안 될 문제다. 탁아시설, 육아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물론 시설 이용을 점차 무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추진 중인 육아휴직 비용은 평균임금수준으로 상향 책정되어야 현실에 맞다.

더불어 주5일근무제 실시하는 데에 비용문제를 내세워, 생리휴가를 무급으로 처리하자는 주장이 있다. 이 또한 안 될 말이다. 생리휴가, 육아휴직은 남녀 모두에게 동시에 시행되어야 하며, 그럴 때에만이 육아는 고달프고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즐겁고 보람된 인생의 여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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