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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넘도록 한 번도 꺼내보지 않은 편지 상자를 열었다. 편지를 뒤적거리다 내 눈을 멈추게 한 것은 봉투가 깨끗한 편지. 그것은 익명의 편지였다. 초등학교 6학년때 받은 것이다.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 보낸 편지다.

그때 그런 편지를 받아 본 것이 처음이라(그 이후로도 받아 본 적은 없다 ^^;) 누군지 예상할 수 없었지만 작은 교실에서 비밀은 금세 드러났다.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이제 막 사춘기 속을 헤매던 초등학생에게 그 동안 느껴보지 못한 큰 설레임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봉투를 뜯는 순간 가슴은 두근거린다

사회를 차츰 알아갈수록 사람들의 말 속에는 가식과 왜곡이 판을 치지만 편지에서 '거짓'을 느껴본 적은 없다. 편지봉투를 뜯어보는 순간, 가슴은 무척이나 두근거리게 한다. 기대에 부푼다. 조심스럽게 편지지를 손에 든다. 글자가 틀리고 글씨를 못썼더라도 편지를 읽는 마음은 한없이 고요해진다. 단어 하나하나에 머무는 관심들은 무척 신중하다. 쓰는 사람이 급하게 썼을지라도 읽는 사람은 정성스럽게 편지를 다룬다.

그 속에는 잉크로 써 내려간 글씨들을 '진실'로 느끼게 하는 힘이 있다. 편지지가 10장이 넘어가더라도 따분함을 느끼지 못한다. 아니, 다시 보아도 언제나 처음 보는 것 같다.

이사를 가더라도 편지는 정말 빼놓을 수 없다. 소중한 '사람'들이 그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금 만날 수는 없지만 내가 가장 순수하게 살아있을 동안 나를 지켜준 사람들이다.

무료한 일상에 작은 설레임을 주고 싶다

내일 문구점에 들려야겠다. 바쁜 일상에서 편지 쓰는데 그만한 시간을 낸다는 것이 무모한 일일지도 모른다. 차라리 예쁜 애니메이션 카드메일을 찾아 보내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고 싶지 않다.

지금 내게도 참 소중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오랜만에 '감동'을 주고 싶다. 무료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설레임을 주고 싶다. 짝사랑하던 소녀에게 고백편지를 쓰는 것처럼 정성을 들이고 싶다. 아마 편지를 쓰는 순간에도 나는 이 편지를 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상상하며 즐거움에 부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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