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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여수 열린언론인협의회 공동취재단이 남면 연도 해안에서 6년전 좌초된 씨프린스호에서 유출된 유류 잔존분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여수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LG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고, 일부에서는 LG상품 불매운동을 전개하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다. 때문에 LG정유측도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현재 LG측은 발견된 기름이 씨프린스호에서 유출된 기름인지에 대한 여부와 유류 잔존분의 양을 파악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또 그 동안의 방제노력과 지역친화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활동해 왔던 점을 부각시키며 사태수습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방제와 생태계복원을 둘러싼 불만의 목소리는 높다. 3차례에 걸친 환경영향평가를 토대로 앞으로 방향과 과제를 짚어봤다.

완전방제 작업 주장 허구로 드러나

취재 결과, 덕포 해안을 비롯해 연도 마을 등지에서 아직도 많은 양의 잔존 유분이 육안으로 쉽게 발견됐다. 특히 덕포해안은 지하 약 0.7-1m정도를 파면 유징을 함유한 퇴적층이 발견되었으며 그 두께만도 약 15㎝정도에 이르렀다.

하지만 LG칼텍스정유 측은 이같은 결과에 대해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이 관계자는 “덕포해안에만 20억원 이상을 투입해 방제작업을 대대적으로 펼쳤다”고 주장하며 “발견된 유징은 주변 어선 및 다른 사고선박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씨프린스호에서 유출된 기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LG칼텍스정유 측의 이같은 의견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발표된 '씨프린스호 기름유출사고 환경영향조사 3차년도 결과 최종보고'에서도 "씨프린스호 사고 이후 5년이 지난 2000년까지 유류오염 사고 피해지역 일부(금오도 연목, 금오도 장지, 소횡간도 등)에는 아직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잔존 유분이 남아있다"고 발표됐으며 "금오도 장지마을의 경우에는 5년이 지난 상황에서 새롭게 잔존유분이 남아있음이 확인됐다"고 보고됐다.

방제 및 복원작업 시급

이에 따라 "육안관찰 또는 화학분석에 의한 잔존유분 확인지역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찰 및 환경영향조사와 함께 자연복원을 도와주는 인위적인 방제 및 복원작업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고 밝혔다.

또한 "잔존유분 확인지역 중 금오도 연목과 소횡간도는 거의 매년 방제작업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어 다양한 방제 및 복원방법의 현장실시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역민들 역시 기름 잔존분이 발견된 만큼, LG정유가 지속적인 방제와 복원에 나서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LG측도 “잔존하고 있는 기름이 씨프린스호에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면 제거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잔존 유분 상당액이 대부분 원유에 가깝다는 점에서 생태계가 복원되기까지는 상당한 기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큰 데다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지적됐듯이 변화된 생태계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조사진은 씨프린스호 사고지역 부분만이라도 최소 10년간의 환경영향조사를 벌이면서 환경복원에 나서야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방제작업 어떻게 해 왔나

LG정유 관계자에 따르면 “방제작업에만 205억원이 투입됐으며 어민피해보상까지 합치면 약 500억원이 투입됐다”고 한다. 특히 사고 직후 해당 마을 주민들을 대거 동원해 방제에 나섰고 대부분 방제완료보고서를 받았다는 것이 LG측의 설명이다.

다시 말해 사고가 발생했던 95년 7월23일 이후 방제활동을 펴 3개월 뒤인 10월 중순께부터 이듬해 초까지 방제작업을 마무리했다. 피해지역 어민들과 약속한 방제를 모두 마무리지은 것이다.

LG측은 또 “이러한 방제노력으로 현재는 해초류가 뿌리는 내리는 등 생태계가 대체로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최종 보고에는 LG측의 이러한 주장과는 상반되는 결과가 보고됐다.

조사보고서 따르면 "씨프린스호 사고지역의 환경과 생태가 회복되었다고 판단할 근거는 부족하며 엑슨발데즈호 사고의 경우 10년이 지난 이후까지 생태계가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의견을 달고 있다.

특히 유류오염의 특성으로 장기간 동안 생태계의 만성독성과 생체축적이 나타나므로 생물독성과 생태계의 변화를 계속적으로 관찰한 뒤 주변환경과 복원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해야 한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더욱이 방제과정에서 사용된 유처리제, 흡착포 등으로 인한 2차오염 우려에 어떠한 조치도 없는 터라 방제활동이 눈에 보이는 기름을 제거하는 데만 그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장기적 복원대책 급하다

기름유출사고 부분에 있어 가장 주목되는 점은 역시 사고지역과 인근 해역의 생태계복원이 제대로 될 수 있을까라는 점이다.

지난해 사고 5주년에 즈음한 환경영향조사에서도 "그 동안의 많은 방제활동에도 불구 금오도 연목, 소횡간도 등 일부지역은 사고 1년 뒤인 96년도와 거의 같은 상황이다"는 보고서는 그 동안의 방제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루어졌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때문에 보고서는 해양오염영향조사 결과에 따른 환경복구계획에 대한 법적 구속력, 비용부담, 복구방법, 기간 등 구체적인 사항이 보완되어야 이같은 사고 발생시 환경복원이 가능함을 꼽고 있다.

즉 씨프린스호 사고의 경우 국내에서는 이례적으로 발생한 해양유류오염사고여서 법적인 재제나 구속력, 대처방안, 방제 등등에 단계별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액슨발데즈 사고만 하더라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 조원의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방제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생태계복원과 서식지복원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점과 비교할 경우 씨프린스호 사고에 대한 방제나 생태계복원 활동은 미온적이었다는 비난은 피하기 힘들게 됐다.

다시 말해 법적구속력이 약해 사고선사의 활동이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보고서는 기름오염사고에 대한 정부주도의 연구과제를 만들면서 장기적인 생태계복원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는 징후다. 환경영향조사 결과 금오도 연목 인근 해역은 잔존유류의 조하대로의 이동을 의심했고 다른 조사지역에 비해 현저히 높은 오염도를 나타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특히 암반조간대의 저서동물 군집은 자연상태의 군집구조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일부 종에서는 극도로 높은 출현량을 보이고 있어 생태계가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의 과제

씨프린스호 사고 수습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보고서는 액슨발데즈호 사고의 경우 미연방환경청이 방제체계와 방제기술의 효율성을, 국립해양대기청이 환경영향조사와 생태계복원을 담당하여 정부의 역할의 중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사고선사의 대처능력과 방안도 중요하지만 이 같은 대형사고는 정부와 함께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다.

또 씨프린스호 사고의 경우 시민환경단체의 영향조사를 탈피해 해양수산부와 환경부를 중심, 정부차원의 장기적인 환경영향조사와 생태계평가, 복원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들고 있다.

아울러 LG그룹 유조선사고 환경조정위원회에서도 현재까지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사고회사, 시민사회단체, 지역주민, 전문가가 참여하는 환경모니터링과 복원작업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는 지속적인 환경조사를 전제로 생태계복원에 적극 나서야 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사고 재발시 효과적으로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관계법령의 시급한 정비가 뒤따라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LG, 무엇을 했나

씨프린스호 사고 직후 LG의 변화는 지역발전을 위해 안간힘을 쓰겠다는 대목이다. 때문에 LG는 사고 이듬해인 지난 96년부터 해마다 치어 방류사업을 펼쳐왔고 현재까지 25억원을 들여 어장정화와 객토사업을 벌였다.

또, 여수대학교 측에 배양장 건립 지원을 위해 20억원을 기탁하기도 했으며 적조방제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즉 바다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펴왔다.

그러나 LG측의 지역사회 기여문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지역친화사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사고 직후 섬을 찾는 관광객이 줄고 수산물 어획고가 급감한 피해에 비해 다소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특히 사고해역 대부분의 지역에서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잔존 유분이 확인됐음에도 사실조사는커녕 완전방제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을 사고 있다.

여기에다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각 사회단체에서 중간평가에 대한 객관적인 대책을 요구한 것과 달리 이렇다 할 대책수립에는 인색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당시 방제작업을 총 지휘했던 구 호유해운 한모 실장은 22일 “당시 완전방제 작업을 소신껏 했다”며“유징이 발견된 것은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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