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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가 많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부담 없는 곳,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인사동을 찾을 땐 항상 가슴이 설렌다. 골동품에 대한 조예 따위나 미술품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을지라도 즐거운 구경꾼만으로도 행복하다.

자주 가는 갤러리엔 또 어떤 그림, 사진들이 걸려 있는지, 오늘은 또 골목길 좌판에 어떤 책들이 깔려 있는지 기대를 갖게 된다. "이 가게 앞에 놓여 있던 벼루는 오늘도 그대로군, 저 가게에 있던 오래된 시계는 팔렸구나"라며 눈에 익은 것들의 존재 유무를 확인하게 된 것도 인사동을 자주 찾게 되면서 생긴 버릇이다.

항상 가격이나 물어보는 주변머리 없는 구경꾼에 지나지 않지만, 체질적으로 오래 된 것에 대한 애착은 강한 모양이다. 주인을 찾아 인사동을 떠난 것들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주인을 떠나 인사동을 찾은 손때 묻은 것들을 만나는 반가움은 인사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눈도장 찍어둔 골동품과 이상한 물건들 말고도, 인사동에 가면 언제나 그 곳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야외공연장 분수대 뒤편에서 회초리를 들고 사주관상 보아주시는 할아버지, 통문관 앞에서 주말마다 피리를 부는 아저씨, 장승이 서있는 쉼터에서 항상 술판을 벌이고 계시는 도사님, 그리고 사거리 쯤에 맛있는 호떡을 파는 아줌마.

그들은 인사동을 찾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그래 오늘도 이곳에 계시는구나." 인사나 통성명을 한 적도 없지만, 인사동 거리에서 그들의 얼굴이 보일 때마다 왠지 모를 편안함이 밀려온다. 내가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을 만날 때의 그 느낌이랄까.

서울이란 곳은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나의 곁을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가고, 나도 의미없이 스쳐가는 사람 중에 하나일 뿐이지만, 유별나게 인사동 거리만큼은 사람에 대한 끈끈한 관심을 갖게 한다.

걷고 구경하는 즐거움과 여유를 주는 인사동은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비록 현대적인 건물이 들어서고, 우리 고유의 멋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있어 마음이 아프지만 해질 무렵 도자기 가게에 진열장에 곱게 놓여 있는 다완의 그림자가 아름답고, 팔기 위해 길바닥에 몸통도 없이 머리만 놓여 있는 부처님의 미소가 인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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