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년 넘게 나는 방에서 잠을 자거나 컴퓨터를 쓰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 일상은 바쁘게 돌아갔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할 여유도 없었다. 내 방은 잠자리 겸 PC방이나 다름없었다.

지금까지 나는 컴퓨터 사용에 따른 손목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컴퓨터 책상이 너무 좁아, 그 동안 높이가 다른 책상에 마우스를 올려놓고 사용하고 있었다. 그때문에 마우스 사용을 위해 높은 곳으로 손을 뻗어야 했고, 그래서 손에 심한 무리가 가해졌다. 나는 결국 컴퓨터 사용에 알맞은 넓은 책상을 구입하기로 했다.

낡은 책상 서랍 속에 꽁꽁 묶어둔 잡동사니

좁은 방에 긴 책상을 넣으려면 뭔가 하나를 치워야 했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가 결국 잘 쓰지 않았던 오래된 나무 책상을 옮기기로 했다. 가볍게 들기 위해 서랍을 하나씩 빼기 시작했다. 서랍 속에서 그 동안 모아두었던 잡동사니들이 따라 나왔다. 분필, 지갑부터 수첩, 일기장, 영수증 등 내 주위에서 맴돌던 것들을 나는 차마 버리지 못하고 여기에 차곡차곡 쌓아 두었던 것이다. 그 낡은 책상은 내가 예전에 소중하게 다루었던 많은 물건들을 넣어둔 '보물창고'였다.

이사를 간다면 어떻게 했을까

일단 책상을 큰방으로 옮기기로 했다. 오늘 이것들까지 다 정리하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애물단지마냥 서둘러 나는 아버지와 함께 책상을 옮겨버렸다. 그리고 조립된 긴 컴퓨터 책상을 내 방에 들여놓았다.

방은 사무실처럼 훨씬 깔끔해졌다. 낡은 책상에서 필요한 책들만 조금씩 옮겨왔다. '그럼 다른 짐들은 다 버려야 하나?' 걱정이 생겼다.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나 소중히 모아왔던 물건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들을 모두 가진 채로 살 수는 없었다. 만약 이사를 간다면 그 중 대부분은 버려야 했을 것이다. 그 땐 정말 아쉬울 것 같았다.

초등학생 시절 용돈을 모아서 만든 플라스틱 조립 장난감을 친척 동생들에게 주어야 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정말 주고 싶지 않았지만 그것들을 가지고 놀 나이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 땐 무척 마음이 아팠다. 아마 앞으로 많은 물건들을 그렇게 주기도 하고 버리기도 할 것이다. 그럴수록 내 추억의 '작은 매개물'은 점차 줄어든다.

결국 내가 가져갈 추억들은 줄어들고 있다

스캔해서 모두 하드 속에 넣어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내가 가져갈 수 있는 물건들은 몇 권의 일기장과 앨범뿐일 것이다. 하지만 더 많은 것들을 품고 싶다. 그 물건들은 지금의 내가 발견하지 못하는 예전의 나의 모습들을 되찾아 줄지도 모른다.

낡은 책상 서랍은 주말에 정리하기로 했다.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잘 분류해서 깨끗한 상자에 다시 담아두겠다. 그 전에 한 번 들춰보고 싶은 호기심이 부풀어오른다. 공책들이 눈에 띈다. 일기장이다. '나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척 궁금해진다.

어느새 나는 일기장 한 권을 집어들어 첫 장을 조심스레 넘기고 있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