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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더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전기요금 때문에 가정에서 에어컨을 틀 수 없는 시민들의 항의 또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3일 경북 영천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섭씨 37.2도까지 올라 전국 최고 기온을 기록했는가 하면, 연 16일째 열대야 현상으로 대구시민들은 잠못이루면서 '지옥불'과 싸우고 있다.

선풍기를 켜봐도 더운 바람이 나오고 샤워를 해도 그 때뿐이어서 에어컨을 켜는 수밖에 없는데 서민들은 선풍기 30대를 켜는 것보다 더 많은 전기요금이 나오는 에어컨 켜기가 부담스러울 뿐이다. 집안 에어컨이 이미 장식품이 돼버린 상태에서 아예 에어컨이 없으면 더위를 체념적으로 받아 들일 수 있을텐데...

시민들은 가정용 전기요금이 업소용이나 산업용에 비해 너무 비싸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전기요금 누진제 적용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다.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TV 컴퓨터 냉장고 등만 해도 한 달에 가구당 200㎾h 안팎의 전력을 소비하는 데 전열기를 쓰거나 에어컨을 켤 경우 300㎾h는 쉽게 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에너지 수요관리 측면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일반 가정의 한 달 평균 전기사용량을 300㎾h로 보고 이 이상을 사용하는 가정에 대해서는 50㎾h당 2.5배의 전기요금을 올린 누진제를 시행하고 있다. 시민들의 불만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부 시민들은 이 누진제로 에어컨을 틀수 없으니 누진제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전력과 산업자원부 인터넷 자유게시판에는 최근 이같은 시민들의 분노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특히 한전 게시판에는 최근 '더워 죽겠는데 누진제 철폐하라'는 내용의 글이 매일 도배가 되고 있다. 지난 3일 90여개 달하는 네티즌 글도 모두 이와 관련된 내용이어서 올여름의 살인적인 더위를 실감케 한다.

대식구가 사는 가정의 경우 에어컨을 틀지 않더라도 누진요금을 물어야 한다. 이들이 사용하는 선풍기, 스탠드, 컴퓨터 등은 기본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다. 누진제를 물지 않기 위해서는 자식과 부모가 합방을 해야 하고 선풍기도 꺼야 한다. 그야말로 최소한의 기본생활권마저 빼앗긴다.

한전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네티즌의 호소를 들어보자.

'정재관' 네티즌은 4일 "여름철 집중 전력수요 때문에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누진제를 적용하려면 정부기관에서 모범을 보여라. 청와대, 국회, 한전 등에 있는 에어컨 전부 철거하고 에너지 절약에 앞장선다면 나도 이미 장식품이 돼버린 에어컨 떼어 버릴 거다. (이들은) 빵빵하게 에어컨 돌리는데 왜 시민들만 더워 죽어 나는 거냐"고 글을 올렸다.

'최승림' 네티즌은 이날 "여름에 에어콘 틀지 말라는 이야기와 추운 겨울에 보일러 틀지 말라는 이야기, 배고픈데 밥먹지 말라는 이야기, 이런 기막힌 제도"를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에너지 소비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를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

무더운 날씨에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으면 너도 나도 에어컨을 가동, 순간전력 소비가 위험수위에 이르러 전력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초래되는 것보다 낫다는 한전 관계자의 주장도 이해가 간다.

또 여름철 전력소비가 급증하면 원유 등 에너지 자원수입을 늘려야 하고 발전설비 증설에도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야 하는 만큼 가정용 전력사용이라도 줄여 전력최대수요를 낮춰보자는 정부의 이같은 방침도 설득력을 지닌다.

그러나 정부는 여름철 가정용 에어컨 사용 등에 필요한 전력수요를 감안, 앞으로 전력공급량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도 귀기울 필요가 있다. 시민들이 월 전력사용량에 따라 18배까지 차이가 나도록 책정된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는 부담이 지나치고 업소 등 일반용과 산업용에 비해 형평에도 맞지 않는 데다 비싸게 책정해 놓은 가정용 전기만 아끼라는 정책은 서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반(상업)용과 산업용 등에 대한 전기요금 적용은 특혜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전 전기요금 관계자는 일반(상업)용도 2250㎾h 이상 전기사용시 똑같이 누진요금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수치가 가정용 전기 누진적용 수치보다 훨씬 높은 것은 상업용의 경우 네온사인 등 전기사용이 훨씬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용 전기는 얼마를 사용하든 기본요금 2만8600원이 부과되므로 가정용 요금 적용보다 유리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민들은 계속되는 불볕더위에 누진제 폐지 운동이라도 벌일 기세를 보이고 있어 무더운 여름이 끝나야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는 잠잠해질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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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갖자"는 체 게바라의 금언처럼 삶의 현장 속 다양한 팩트가 인간의 이상과 공동선(共同善)으로 승화되는 나의 뉴스(OH M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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