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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이하 KCBL)와 녹색연합은 2000년 11월 녹색연합이 후방지역 대인지뢰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한 이후 지난 2001년 1월부터 7개월에 걸쳐 후방지역 대인지뢰 매설 현황에 대해 정밀 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번 조사는 한국정부가 국제사회에서 비무장지대 이외에는 단 한발의 지뢰도 없으며 관련사고도 없었다는 허위 발표가 동기가 되었다.

외교통상부의 허위 발표로 인해 국제사회는 한국의 후방지역에 대인지뢰가 없다고 믿고 있었다. 이로 인해 일체의 문제해결과 지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한국에 지뢰 사고는 1건도 없었으며, 비무장지대를 제외한 어떤 지역에도 지뢰는 존재하지 않는다?

KCBL과 녹색연합은 우리나라가 후방지역 대인지뢰 문제를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이유가 지난 1997년 9월 1일 대인지뢰전면금지조약이 채택된 노르웨이 오슬로 국제회의에 참가한 이성주 수석대표(당시 직책 외무부 국제연합국심의관, 현재 직책 다자통상국장)의 잘못된 발언에 있다고 판단한다.

이성주 외교통상부 대표는 국제회의에서 "한국에는 대인지뢰로 인한 어떠한 희생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민간인의 피해가 없도록 철저하게 대인지뢰가 통제되고 있는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합니다. 한국은 북한과 대치선상에 있는 155마일 비무장 지대를 제외한 그 어떤 지역에도 대인지뢰를 매설해 놓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거짓 사실을 발표하였다.

이에 덧붙여 이성주 전대표는 "과거 50년 동안 지뢰사고가 없이 안전하게 대인지뢰를 사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대인지뢰금지를 위한 목표를 위해 한국에서 대인지뢰의 사용이 금지된다며, 그리하여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하게 된다면, 이것은 오히려 대인지뢰금지협약의 정당성을 위태롭게 할지도 모릅니다"라고 협박으로 들릴 만한 발언까지 하였다.

지난해 국정감사때 통일외교통상위 김성호 국회의원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1990년 이후 현재까지 지뢰로 인한 민간인 피해자 수만 75명이며, 군인 피해자 수는 80명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KCBL은 1953년부터 현재까지 민간인 피해자수 119명의 명단을 파악했으며, 전체 피해자수는 1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욱이 후방지역으로 분류된 36곳에서 발생한 피해자 수도 무려 31명에 이른다. 이러한 현실에서 어떠한 희생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발언과 후방지역 36곳에 엄연히 지뢰가 매설되어 있음에도 비무장지대를 제외한 어떤 지역에도 지뢰가 존재하지 않고 있다는 발언은 한 편의 희극 대사를 보는 듯하다.

이에 KCBL과 녹색연합은 외교부 다자통상국장을 맡고 있는 이성주 국장을 비롯하여 당시 외교부와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발언의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하였으며, 후방지역 대인지뢰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공표하고, 동시에 이에 대한 신속한 제거 계획을 세부적으로 발표하여 한국정부가 지뢰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월드컵 개최도시 내 야산과 아시안게임 선수촌 아파트 뒷산이 지뢰지대

KCBL과 녹색연합은 2002년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이 개최되는 부산, 인천, 울산 지역의 지뢰 제거 작업을 2002년 4월 말까지 완료할 것을 촉구하였다.

2001년 6월 7일 현재, 140 국가가 '대인지뢰의 사용, 비축, 제조, 이전의 금지 및 폐기에 관한 협약'(이하 대인지뢰금지협약)에 서명한 상태며, 이중 국회 비준까지 마친 나라가 이미 112 국가에 이르는 등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지뢰 사용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199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조디 윌리암스와 국제대인지뢰캠페인(ICBL)을 비롯한 전 세계 많은 NGO들 역시 지뢰사용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며, 지뢰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연인원 600억명의 시청과 300만명 이상의 경기장관람이 예상되는 세계적 관심사인 월드컵 경기와 아시아인들의 화합의 한마당인 아시안 게임이 개최되는 도시에 지뢰가 매설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인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

작년 김대중 대통령이 수상한 노벨평화상의 의미도 크게 퇴색될 것이다. 특히 2002월드컵 경기장 중 인천 문학경기장 바로 옆이 지뢰가 매설된 지역이라는 사실과 부산 아시안게임 선수촌 아파트 바로 뒤가 지뢰가 매설된 지역이라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사실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36곳에 포함된 월드컵 개최도시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울산이며, 이중 서울 우면산과 대구 가창 최정산은 지뢰 제거를 완료한 상태였고, 부산 중리산(2003년까지 제거완료 계획)과 해운대 장산(2002년까지 제거완료 계획)은 지뢰 제거 작업이 진행 중이었고, 인천과 울산은 아직 지뢰제거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이에 KCBL과 녹색연합은 인천과 울산지역의 지뢰제거작업에 신속히 착수할 것과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 전까지 해당 지역의 지뢰제거 작업을 완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13곳 민간인 사고위험 매우 높아

KCBL과 녹색연합은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민간인 사고 위험이 높은 지역 13곳을 선정하였다. 사고 위험이 높은 지역은 민간인 지뢰 사고 발생 지역, 지뢰 유실이 확인된 지역, 급경사 등으로 지뢰유실 위험이 높은 지역, 민간인 접근이 용이한 지역, 지뢰관리 실태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 후 선정하였다.

13곳의 구체적 지명은 부산 중리산, 장산, 성남 검단산, 벽제 개명산, 법원 노고산, 화성 무송리, 안중 고등산, 김포 장릉산, 가평 화악산, 김제 황산동, 양산 원효산, 하동 금오산·용산, 평창 황병산이다. 두 단체는 이들 지역에 대한 지뢰관리를 보다 철저히 함과 동시에 빠른 시일 내로 지뢰제거 작업에 들어갈 것을 촉구하였다.

국방부의 후방지역 대인지뢰 자료 신빙성 있나?

이번 조사 지역은 녹색연합이 지난 11월 조사 결과를 발표한 20곳과 김성호 의원실에서 발표한 19곳을 포함한 총 39곳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그러나 실제 조사 결과 후방지역 지뢰 매설이 확인된 지역은 총 36곳으로 김성호 의원실에서 국방부 자료를 이용하여 발표한 경기도 광주, 강원도 횡성(안흥 지역), 충남 대천과 당진 지역에서는 실제 지뢰가 매설된 지역을 확인할 수 없었으며, 39곳에 포함되지 않았던 경기도 파주 파평산 부근에 지뢰가 매설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KCBL과 녹색연합은 군이 국회의원에게 확인해준 자료가 틀렸다는 사실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으며, 이것은 군이 매설된 지뢰를 소홀하게 관리하는 반증이라고 판단한다.

이러한 사실은 부산 중리산 지뢰제거 설명회 자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군은 그 때까지 통상 알려졌던 사실과 다르게 중리산에 매설된 지뢰수가 2만여발이 아니라 2718발이라고 발표하였으나 당시 설명회 자리에 나와서 중리산 지뢰매설에 직접 참여하였다는 김문두 씨는 증언을 통해 2만5천여발이 지뢰가 묻혀 있다고 주장하였다.

정확한 사실 여부는 지뢰 제거가 완료될 때 알 수 있겠지만, 이 문제 역시 군이 제시하는 후방지역 대인지뢰 자료의 신빙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지뢰 제거 완료 지역도 안심할 수 없다?

이번 조사 결과 36곳 중 지뢰제거가 완료된 지역은 서울 우면산, 대구 최정산, 의정부 호명산, 홍성 제기산, 하동 금오산 등 5지역이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3중 철조망과 지뢰 경고판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으며, 군은 지뢰제거는 완료하였으나, 혹시 있을지도 모를 미제거 지뢰로 인한 위험 때문에 그대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뢰제거를 완료하였다고 하여도 지뢰 사고 위험이 100% 제거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은 지뢰제거가 완료된 지역 중 의심이 가는 지역에 대해 여러 가지 방안을 통해 지뢰가 없는 지역임을 확인해 주는 절차를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인지뢰금지협약에 가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절차를 밟을 수 없다.

외국에 생색내기에 앞서 국내 피해자 보상을 먼저 실시해야

한국정부는 캄보디아, 이디오피아, 과테말라, 니카라구아 등의 지뢰제거를 위해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총 73만 달러(약 8억7천6백 만원)를 자발적 유엔신탁기금으로 지원해 왔다. 현재 2001년도엔 15만 달러(약 1억8천만원)를 지원할 예정에 있다. OECD 회원국으로서 열악한 상황에 있는 국가들을 지원하는 일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지뢰 피해를 당한 민간인 75명 중에 국가배상을 받은 현황은 겨우 11건, 36명에 불과하며 액수도 총액 2억 7500만원으로 1인당 77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발목이 절단된 지뢰 피해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약 1000만원에서 2000만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배상액은 치료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인 것이다.

인지대조차 없어 소송을 할 수 없는 대부분의 국내 영세 지뢰피해자들의 어려움과 치료비에도 못 미치는 배상액을 얻기 위해 지뢰피해자가 감수해야 하는 소송절차의 시간과 비용을 고려한다면, 이와 같은 자발적 유엔신탁기금 지원을 국가자원의 올바른 배분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조사를 토대로 KCBL과 녹색연합은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대인지뢰금지협약에 가입하라
·월드컵과 아시안개최지의 대인지뢰를 올해 안에 즉각 제거하라
·후방지역 대인지뢰를 2002년까지 신속하게 제거 완료하라.
·지뢰피해자접수센터를 설치하고, 피해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실시하라.
·정부는 피해자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고 관련 사실을 인정하라.
·국제사회에서 거짓말을 한 관련자를 조사하여 문책하라.
·외통부는 지뢰에 관한 거짓말을 국제사회에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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