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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와 전진' 포럼의 행보가 눈에 띄게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미 3차의 포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포럼은 이달 초 경기도 양평에서 1박 2일간 수련회를 갖고 향후 나아가야 할 역할과 과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엔 민주당 김원기 김근태 정대철 김덕규 이미경 의원과 한나라당 이부영 김부겸 서상섭 김원웅 의원, 김상현 전 의원 등 여야 정치인들과 각계 인사들이 70여명 참석해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언론사 세무조사와 남북관계 사안에 대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시점에서 열린 이 날의 토론자리는 단순한 '포럼'을 넘어 향후 정국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5시간 넘도록 밤늦게까지 뜨겁게 진행된 토론 내용 녹취록을 입수, 그 중요 내용을 공개한다. 당일 사정으로 일부 참석자들의 발언은 녹취록에서 생략됐음을 미리 밝혀둔다.

포럼 수련회의 첫 화두는 멀리 87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선을 앞두고 양김이 분열하면서 파생된 재야세력의 분열을 반성하는 것에서부터 논의가 시작된 것.

이부영 부총재

전 87년 대통령 선거를 감옥 안에서 맞았습니다. 그 때 두 김 선생님이 분열하는 모습을 보고 저하고 같이 갇혀 있던 많은 대학생들이 주먹으로, 머리로 답답한 마음을, 분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저 자신도 무력한 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노태우 씨에게 어부지리를 주는 것은 별로 큰 일이 아니었고, 그 뒤에 우리는 민주화 운동 세력이 어쩌면 지금까지도 대분열의 시대를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문성근

우리가 87년을 다 땅을 치면서 보냈습니다. 누구나 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그래서 그것을 가능하면, 정면으로 얘기를 안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대신 87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지역구도를 깰 것인지 그 생각을 해 봐야 되지 않을까요?

김근태 부총재

우리가 다 아는 것이지만, 지난 날 87년도의 분열은 양김의 분열이었지만, 우리 또한 그 분열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고, 책임도 있고 그 이후에도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 이것이 우연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함세웅 신부

잘 아시는 대로 저희가 5월 17일 창립하면서 특히 87년도 양김의 분열과 함께 본의 아니게 분열되었던 민주 세력들의 재결집, 한번의 실패를 다시 반복하지 않는 오히려 그 실패를 기초로 하여 두 배 세 배 열 배의 창조적 힘을 내는 그런 문화형성을 다짐한 바 있습니다.

넘지 말아야 할 선

최근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으면서도, 여야 정치인 모두에게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는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가 이어졌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 중 당론과 일치하지 않는 발언이 상당수 나왔다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함세웅 신부

언론이야말로 종교 못지 않게 참으로 신성한 것인데 그 언론이 자기들의 잘못을 지적받고도 그렇게 억지를 쓰면 되는가 생각합니다. 남의 눈에 있는 티끌은 크게 부각하면서 자기 눈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는 상황을 모두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부겸 의원

제가 속한 정당은 이 문제에 대해서 이미 언론탄압이라고 규정을 했습니다. 그러더니 마침내 야당탄압을 넘어 정계 개편을 하고 정권 재창출을 하려는 전초전이다, 이렇게 시나리오를 발표하면서 차마 넘지 말아야 할 지역문제와 색깔문제까지 가미가 됐습니다. 지금 이 문제를 바라보는 저희들은 착잡합니다. 어딘가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은 알겠는데, 지금 여기서 저희들이 모두다 총대를 메고 당론을 따르자니 도저히 저희들의 양심으로는 따라가기 힘이 들고 그렇다고 외면하기엔 워낙 또 권력층에서 해놓은 일련의 행위들이 너무 많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김태진 동아투위 위원장

지금 조선일보 기자들이 사주를 위해서 데모를 한다는 것은 사실 기자 정신이 어느 정도까지 와 있나 하는 앞으로 상당히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언론탄압의 측면이 일부 있다고 생각하지만, 언론개혁을 위해선 시민단체가 감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민주화, 또는 민주정치를 위해서라도 언론이 제자리에 있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송기인 신부

저는 지금 우리 언론 보면서 제 개인 생각인데 많이 틀릴 수 있습니다. 어제 여기 분위기 보니까, 조선일보도 맞는 것 같고, 한겨레도 맞는 거 같고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도저히 못 참겠어요. 나쁜 점은 없애야지. 조선일보가 분명히 세금 안 냈으면 세금 받아내야 되는 거고 잘못한 건 우리가 한마음으로 고쳐야할 건데. 이래가지고는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요. 적극적으로 우리 사회를 변혁시켜 나가려고 할 때에만 우리 사회가 좀 더 발전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할말은 하고 진짜 퍼주기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활발하게 논의가 전개됐다.

이돈명 변호사

무슨 통일의 노래를 불러서 되는 것이 아니라, 통일을 위해서 내가 조그만 분야라도 초대하고, 우리가 갈 수 있으면 가고, 또 지금 가기가 어려우면 어떻게 손을 써서라도 가는 방향으로 하고, 그래서 점차 우선 북쪽이 우리 한 동포라고 인식하는 우리 남한의 국민층을 넓혀감에 있어서 이것이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 됐으면 됐지, 이것을 좁혀가고 전쟁하고 싸우고 이러면 우리는 영원히 우리의 자식들과 우리의 손주들에게 평화를 줄 수가 없어요.

조홍규 관광공사 사장

관광공사 사장 입장이 아니고 전직 국회의원 입장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금강산 관광을 북한쪽에 퍼주기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퍼줄 것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북한 쪽에 많이 퍼줄 수 있는 그런 여유가 있는 우리 나라였으면 매우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남북협력기금 900억을 받아서 어떻게 쓸 것인가를 심사숙고 중인데, 결론은 민족과 역사 앞에 900억 정도 헌금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저는 금강산 관광, 이 사업이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니고 자손 대대로 어떤 역사적인 유업으로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육로문제도 매우 중요합니다. 50년간 막혔던 것을 일단 걸어서 갈 수 있다는 것, 오솔길이라도 길 하나라도 생긴다면 우리에게 얼마나 축복입니까? 저는 만일 육로 관광이 남북 간의 군사적인 문제로 어렵다면 다리를 놓자고 제안을 합니다. 지뢰밭 위로 건너가는 다리, 개성 가는 길에 다리를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의 상징물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가장 아름다우면서 가장 긴 다리를 놓자는 것을 제안합니다.

정성헌 DMZ 평화생명마을대표

저는 잘 모르지만 할말을 하면서 남북협력을 해야 진짜 통일이 빨라진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적당히 둘러댄다든지, 봐준다든지 그런 것은 아니고, 할말은 하고 진짜 퍼 줘야 합니다.

강원룡 목사

저는 젊었을 대는 이상주의자였지만, 이제는 이상주의자가 될 수는 없어요. 아니 정치하는 사람이 정권 잡으려고 하고, 정권 잡았으면 안 놓으려고 하고, 그건 난 나쁘다고 보지 않습니다. 문제는 상한선이 있어야 된다, 이 상한선을 못 지키면 안 된다는 겁니다. 이 상한선은 민족과 국가입니다. 민족과 국가를 위한다는 그 상한선 안에서 서로 주고받고 싸워라, 그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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