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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제가 살고 있는 달라스 지역에 '한국의 날' 행사가 있었습니다. 올해로 제4회를 맞이한 '한국의 날'은 달라스 한인동포 이민 40년사에 있어 뜻깊은 날이었다고 이곳의 교포신문은 전하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문화예술단의 축하공연과 전통복장 행진을 비롯한 꽃차의 퍼레이드 등 이날의 행사는 다채로우면서도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수개월 전부터 '한국의 날'에 관련된 광고를 보았었지만, 행사장소가 저희 집에서 꽤 멀 뿐만 아니라 그날 마침 다른 일이 있어서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바로 지난 주말에 주간지인 이곳의 교포신문들을 통해서야 그 날의 행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전통복장을 한 왕과 왕비의 행렬이며 풍물놀이패의 사물놀이 공연 그리고 6.25 참전 미군들의 퍼레이드 등, 여러 면에 실린 화보와 관련기사는 말 그대로 다양한 잔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유독 눈에 들어왔던 사진은 한인 입양아 가족의 모습이었습니다. 백인부모와 함께 퍼레이드를 구경하며 함께 인도를 따라 걷는 한국인 입양아의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이 가족 이외에도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다른 입양아 가족의 사진도 있었습니다. 관련기사를 뒤적이다 보니 어느 한 신문에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특별히 퍼레이드가 진행될 즈음 손에 손을 잡고 일찍부터 잔디밭에 자리를 잡은 몇몇 입양아 부모들이 입양 자녀들을 무릎 앞에 앉혀놓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설명하다가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모습이 그나마 의미를 주었다."(코리안저널 5.28)

가슴에 태극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작은 태극기를 손에 든 채 백인 양부모와 같이 한국의 날 행사에 참여한 입양아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KOREA'라는 단어가 새겨진 옷을 입고 태극기를 든 그 아이의 기억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자리에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반가웠습니다.

한국정부의 입양아 방출제한 쿼터에 묶여 지난 한해 미국가정으로 입양되어간 아이들의 수가 2천명 가량 된다고 하지만 오래된 입양의 역사를 고려한다면 수많은 아이들이 이 미국 땅에서 자라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회복지정책에 문외한인 제가 섣불리 입양과 관련된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은 주제넘는 일 같습니다.

다만, 자신이 입양한 아이들에게 태어난 나라를 가르쳐주고자 무더운 날씨에 '한국의 날' 행사에 참여했던 그 미국인들을 여러분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한국'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설명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와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사물놀이의 소리를 들려준 그 마음씨에 대해 감사와 더불어 존경을 보냅니다.

물론 모든 입양부모들이 이렇듯 다 훌륭할 수는 없겠지만, 꽃과 같이 아름다운 우리의 아이들을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보살펴 주시기를 마음속 깊이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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