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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교육을 부정한다?

<중앙일보> 2001년 03월 27일자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이제 우리도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평등주의를 앞세운 바람몰이식 개혁은 걷어치워야 한다. 대신 교육의 다양성.수월성(秀越性)이 인정돼야 한다."

한마디로 평등교육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영재교육이 교육의 평등과 대치되는 개념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현재 언론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기사입니다. 즉 교육에 있어 평등보다는 차별교육, 나아가서 말하자면 영재 교육을 앞세워 차별교육을 당연시하는 논조입니다.

평등교육의 반대는 차별교육, 즉 신분제 교육입니다. 평등교육의 반대는 영재교육이 아닙니다. 영재교육은 어떤 교육제도 하에서도 존재할 수 있는 교육입니다. 교육의 다양성, 우월의 차이에 따른 교육도 물론 내용으로는 좋습니다. 그러나 평등교육이 다양성, 수월성을 부정하는 것일까요? 오히려 신분이나 빈부에 따른 획일적인 차별교육보다 평등교육이 더 다양성을 추구하는데 좋은 교육제도가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현재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영재교육은 영재교육이 목적이 아니라 불평등교육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불평등교육을 지속시키고 강화하자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뻔한 논리입니다. 한마디로 영원히 기득권 층은 기득권 층으로 남고 싶다는 이유가 아니라면 무엇일까요? 학벌이 우리사회 신분 상승의 유일하다시피 한 현재, 필요한 것, 시급한 것은 학벌의 타파이지 영재 교육이 아닙니다.

한국 교육의 현실에서 영재교육은 가능한가?

그 다음 문제로 영재교육이 과연 한국에서 가능한가를 검토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필자는 부정적으로 봅니다. 우리 사회, 세계적으로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합니다. 일본과 쌍벽을 이루는 최고의 교육열의 나라입니다. 교육열이 높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학벌의 조장 등 심각한 부작용을 필자도 인정합니다.) 교육열 자체는 오히려 바람직한 것입니다.

인류의 발달이 결국은 지식이 아니고는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적으로 우수한 인적자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교육열은 그 부작용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되지만 부작용만 보고 교육열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러한 교육열의 부정적인 결과가 바로 학위에 대한 신앙과 명문대 입학의 열망과, 과외 열풍을 부르고 입시자체가 학교교육의 목표가 된 현실입니다. 부정적이긴 하지만 움직일 수 없는 현실입니다. 물론 이러한 부정적인 요소를 바로 잡기위해 노력은 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현실을 도외시하고 영재교육을 한다고 해도 입시를 위한 또 다른 명문중학교, 명문고등학교를 만드는 것밖에 안될 것입니다.

기존의 과학고, 특수목적고가 바로 그 실례입니다. 결국 새로운 입시 명문고를 만든 결과밖에 되지 않은 특수목적고가 바로 영재교육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연 특수 목적고, 그야말로 영재들만 모아놓고 교육하는 학교를 두고 새로운 영재교육을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마디로 현재 교육의 위기를 사회가 문제가 아니라 교육 자체의 문제로 돌리려는 보수언론과 영재교육의 수혜자가 될 것이 뻔한 기득권층의 협잡에 지나지 않는 것이 현재의 영재교육론입니다.

영재를 구별할 수 있는가?

영재의 정의는 다를 수 있지만 대개 지능지수(I.Q.) 130 이상, 혹은 여러 가지 능력에서 상위 1%에서 심지어 30%까지를 영재라고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어릴 때 영재를 구별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물론 아주 탁월한 경우 구별할 수 있지만, 한국의 교육열은 만들어진 영재가 너무나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1-2살 아기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오히려 과잉 학습 장애아를 양산하는 현실에서 진짜 영재를 구별하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실례로 초등학교 때 대학 수준의 미적분을 풀어 화제가 된 천재(?)가 그후 일반대학 입학도 겨우 한 김아무개 군의 경우와 같이 기계적으로 푸는 법만을 배워 영재가 된 것 같이, 한국에서 영재의 대부분은 부모의 광기라고나 할 초기아동교육열로 인하여 만들어진 영재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미적분을 초등학교 때 풀 수 있다고 영재가 아니라, 미적분의 수학적, 철학적 의미, 그 함축적 의미를 알아야 영재일 것입니다. 영재교육은 이러한 가짜 영재를 양산하고, 영재로 평가받기 위해 학부모의 교육열이 교육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 광기를 유발하고, 그 와중에서 학생들을 오직 기계적인 교육으로 배우는 기계로 만들 가능성이 너무나 높습니다. 즉 한국에서는 높은 교육열은 진짜 영재를 구별하기도 어렵거니와 나아가서 영재로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일어날 문제점이 너무나 많을 것입니다.

영재교육의 수혜자는 누가 될 것인가?

미국이나 유럽 등 교육제도가 앞선 나라도 기존 연구에 의하면 영재의 30%는 영재인 줄 모르고 교육을 받는다고 합니다. 30%의 대부분은 어떤 계층일까요? 영재이면서 영재로 판별되는 것은 가능성이 많은 기득권층일 가능성이 월등합니다.

정상적인 보편교육도 겨우 받을 수 있는 계층, 우리 사회에 300만명에 이르는 최저임금 이하의 생활보호대상자의 자녀가 영재로 판별 될 가능성이 몇 %나 될까요? 영재교육에 투자되는 돈은 결국은 기득권 층을 위해 사용되게 된다는 결론입니다. 상류층이 아니면 받기 어려운 예능계의 영재교육은 결국 상류층을 위한 교육이 될 뿐입니다.

나아가서 학벌이 결국 자본주의적 신분제를 공고하게 하는 현실 앞에서 영재교육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모든 사람이 다 같이 교육받을 권리일 것입니다. 장애자라는 이유로, 혹은 빈곤 때문에, 또 여자라는 이유로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당하는 20대 80의 사회에서 영재교육론은 무엇이 중요한 문제인가를 고려하지 않는 기득권층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보수언론의 편협한 발상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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