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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과제들은 긴 호흡 속에서 가고 있다. 남북관계 하나만 잘해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DJ정부에 대한 평가가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민주당 노무현 상임고문이 또 다시 포문을 열었다. 노고문은 지난 15일 국회회관에서 열린 '국민정치학교'에서 행한 강연을 통해 최근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당 지지율과 앞으로 개혁정책이 어떻게 진행돼야 할 것인지에 대해 다소 상기된 얼굴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오랫동안 할 말을 참아 왔던 것처럼 예정시간을 넘기면서까지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계속된 강연 현장을 중계한다.

심각한 것은 삶과 인권의 문제

"적어도 내가 아는 한 김대중 대통령은 논리의 체계나 움직이는 사고의 탁월함에 있어 그 어떤 정치인보다 뛰어난 분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어렵고 헤매는가?"
노 고문은 이런 문제의 근본을 지난 87년 이후 구조화된 지도력의 위기에서 찾는다. 6월 항쟁 이후 공포의 권력이 붕괴했지만 당시 야당의 분열로 그 기회를 잃었고, 현재의 정권도 숙명적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러나, 그렇다고 벌써부터 '이미 대선은 끝났다'는 자괴감 가득찬 모습은 당원 같지 않은 자세이며 오히려 이런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이라고 노고문은 지적했다.

이어 그는 '2020년 가서 과거를 되돌아본다고 가정해 보자'는 전제를 내건 뒤 "그 때 가서 지난 시대 5가지 사건을 꼽는다면 ▲남북정상회담 ▲여야의 정권교체 ▲IMF환란 ▲세계화 ▲정보화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앞으로 20년 후에 세계화의 중심이 동북아시아로 옮겨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현실화되려면, 평화구조 정착이 반드시 선행돼야 하고 전쟁의 공포가 있는 곳엔 경제가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남북 교류의 의미는 되짚어 봐야 한다는 것.

따라서 남북문제는 정권의 인기를 위한 단순한 정책이 아니며, 엄격한 상호주의 등으로 공격하는 야당의 자세 역시 올바르지 않다고 노고문은 주장했다.

'개혁은 과연 실패한 것인가'라는 물음에도 그의 대답은 명료했다. 그는 최근의 민심이 나빠진 이유를 경제문제, 정책의 실패, 개혁의 실패로 구분한 뒤 "현재 구조조정 과정에서 행해지고 있는 정리해고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니 욕을 먹어도 억울하게 생각하지 말고 머리 쪼아려 사죄하고 대책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개혁의 분야로 ▲민주화 개혁 ▲깨끗한 사회로의 개혁 ▲공정한 사회로의 개혁 ▲효율적 사회로의 개혁 ▲투명한 사회로의 개혁 등을 거론하고 "현 정부의 시행착오로 많은 불편이 있었던 것은 인정하지만 이만한 고통도 없이 개혁을 생각했는가 묻고 싶다"고 개혁정책을 옹호했다. 수구세력의 기득권 옹호에 막히거나 다소간의 시행착오가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도 자신감 있게 개혁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

이어 그는 "우리 정치 구조상 당내 민주화가 상향식으로까지 변하기 위해선 장기적 안목으로 다음 세대에 미뤄야 하며 민주화가 후퇴했다는 일각의 비판은 근거 없는 지적이다"고 밝힌 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의 개혁 등도 하루아침에 될 성질이 아니다. 시민단체나 노조 등의 활동으로 인해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오히려 정말 중요한 것은 "세계화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어쩔 수 없이 일부 수용하게 됨으로써 심해질 빈부의 격차와 정보화의 심각한 차이로 발생될 삶과 인권의 문제"라는 게 노고문의 지적이다.

둘 중 나은 것을 선택

강연 후 계속된 질의시간.
"DJ의 인사정책이나 대우자동차 문제 등 여론의 비판을 받는 사안에 대해 왜 입을 다물고 있느냐"는 한 질문에 노고문은 "그 때마다 잘되면 나가서 싸우겠다. 그러나 입바른 소리가 정치의 모든 것은 아니다. 못마땅한 것도 있지만 금장 고쳐질 것이 아니다. 안 그래도 밖에서 흔드는데 나까지 흔들면 국민들은 일시적으론 시원하겠지만 정권의 힘이 빠지면 국정이 표류하게 되고 결국 국민만 피해를 입게 된다"고 답했다.

향후 정국 흐름에 관해서도 그는 "정치현상은 본질적으로 권력투쟁이다. 따라서 속성상 권모술수나 합종연횡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책임 있는 정치인은 자신이 집권하는 것이 역사에 도움이 된다면, 성공하는 역사가 필요하다"라면서 "결국 둘 중 나은 것을 선택하는 게 정치적 현실이다"고 말했다.

또한 선거공천과 선거비용을 묻은 질문에 "큰일을 준비하는 나나 김근태 최고위원도 걱정하는 부분이다. 후원금이나 정책연구비 등이 합리적인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며 당내 경선에 나갈 것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한편, 이에 앞서 강연을 행한 이창훈 한라대학교 총장은 "한국 정치의 70%이상이 국제 정치와 관련된 것"이라며 국제적 소양을 주문한 뒤 "동북아시아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햇볕정책이라는 배는 이미 항구를 떠났다. 항해가 순조로울 수만은 없다. 하지만 목적지에 반드시 도착해야 한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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