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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커피 한잔에 어떤 이는 피눈물을 흘리는 반면 어느 한쪽에서는 금고에 돈이 무더기로 쌓이고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우리가 마시는 커피에서 커피원두가격이 차지하는 비율은 7%입니다. 그나마 최근 3년새 커피원두값이 60%나 폭락했습니다. 현재 가격은 1파운드(약 0.45kg)당 0.5달러도 안됩니다. 당연히 중남미와 아시아, 아프리카의 커피 농가는 죽을 지경이죠.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Cappuccino Crisis'라고 보도했습니다.

커피값 폭락은 1980년대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이 앞다퉈 커피 생산에 뛰어들면서 이미 과잉 상태이던 커피 시장이 과열된 탓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중소 커피 농가는 끼니를 잇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으며 아예 일부 농가는 커피 대신 마약같은 '현금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네요.

대부분의 커피 재배 국가는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으로 정부 보조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라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입니다.

17일부터 19일까지 영국 런던에서는 커피원두 생산자 조직인 커피생산국가연합(ACPC, Association of Coffee Producing Countries)이 긴급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ACP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처럼 커피 생산량을 줄여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모색중이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합니다.

커피 농가 사정은 이렇다치고 커피원두값 폭락에 신이 난 쪽은 네슬레 등 커피가공업체와 스타벅스 등 고급커피 체인업체입니다. 특히 최근 커피체인들이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며 닷컴기업이 물러난 증시에서 주목을 받고 있답니다.

커피와 도넛을 파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출신의 '크리스피 크림'은 지난해 4월 상장된 이후 주가가 3배나 뛰어올랐으며 지난 1월 기업을 공개한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출신의 '피츠(Peet's Coffee & Tea)'도 승승장구하고 있답니다.

9년전에 상장한 스타벅스의 경우, 급성장을 거듭, 이미 당당한 '블루칩'입니다. 특히 스타벅스는 올해 전세계에서 새로 문을 여는 점포 숫자가 맥도널드를 앞지를 전망인데요. 맥도널드가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수십년만에 처음이라고 합니다.

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출발한 스타벅스는 1996년 일본과 싱가폴을 필두로 사회주의 국가 중국 등 아시아 전역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렸답니다. 우리나라 사정도 마찬가지지만 일본도 신주꾸나 긴자 등 주요 도심 명당자리에 스타벅스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고 하네요. 지난 3월에는 스위스 취리히에 매장을 내는등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답니다.

커피 하면, 또 한 문화 하는 유럽이 그리 만만한 고장은 아니지만, 스타벅스의 무기는 남다릅니다. 영화 '유브 갓 메일'에 보면 멕 라이언과 톰 행크스가 아침마다 스타벅스에 들리면서 스쳐 지나가죠. 바로 이같은 헐리웃 영화속 우아한 커피 문화 이미지가 유럽인들에게도 먹힌다네요. 취리히 매장도 물론 인기 폭발중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전세계 4000개 점포를 낸 스타벅스의 지난해 매상은 22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달한다고 하네요.

스타벅스 같은 고급 커피체인의 성공은 커피시장 '파이' 자체를 키웠다는 평입니다. 미국 커피시장 규모가 지난 1993년 135억달러(17조8000억원) 에서 1999년 180억달러(약 23조7000억원)로 늘어난 가운데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7%에서 41%로 급증했습니다.

미국 경기가 둔화됐다고 하지만, 이들은 커피원두값이 떨어진만큼 수익구조에 별 영향을 받지 않고 급성장하는 중이랍니다.

누군가는 커피 산업이야말로 착취산업이 아니냐고 하던데, 솔직히 전 잘 판단이 안됩니다. 커피값 폭락이 유통업체의 '음모'라기보다 농가들끼리 과잉경쟁한 측면이 많죠. 또 스타벅스는 "어려운 커피 농가들을 위해 커피원두값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라네요. 다만 원가가 너무 낮은 커피 유통구조 자체의 문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콜럼비아의 경우, 나라에서 커피펀드를 운영, 농가를 지원해주고 Cafe de Colombia 라는 브랜드로 영세농을 보호해줘 그나마 요즘같은 때에도 농가들이 숨 쉴 여지가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합니다.

커피 농가를 위해 커피 가격을 1파운드당 1달러로 유지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국제자선단체 옥스팜의 정책자문 셀린 샤베리아는 "'커피 위기'로 어느쪽은 기록적 수익을 내는 반면 한쪽에서는 엄청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커피 한잔에 너무 많이 주절주절 설명을 했나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가 인포멜 등 메일진으로 발행하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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