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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은 과연 어떤 환경철학을 가지고 있을까? 대통령 중심국가에서는 어떤 현안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철학이 국가정책에 적극적으로 투영되어야 한다. 우리가 대통령을 바꾸고 정권을 교체하는 것도 대통령의 성향에 따른 정책적 변화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물론 집권당의 의석분포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그 기조는 일관된 어떤 흐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의 정책은 결정적으로 대통령의 철학과 너무나 많은 불일치를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최근 들어 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의 각종 연설이나 어록에서 나타난 개혁에 대한 의지와, 실제 현실로 구현된 정책형태가 날이 갈수록 달라지면서 왜곡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은 더 더욱 극단적인 부조화가 나타나고 있다. 환경철학이 담긴 김대중 대통령의 각종 연설을 요목조목 살펴보면, 현재의 새만금 사업은 도저히 강행할 수 없는 반환경적인 사업이 된다.

대통령의 개인적이고 원론적인 의지와는 달리, 현실의 국가정책과 정치역학관계가 복잡 미묘하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김대중 정부의 환경정책은 너무도 이율배반적이다. 환경정책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모든 언사는 그야말로 '헛말'에 가깝다.

최근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의 첨예한 입장 차이는 물론, 심지어 정부부처 사이에서도 찬반이 평행선을 긋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틈만 있으면 강행을 외치고 있다.

정부의 이런 무모한 강행방침은 김대중 대통령의 환경철학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다. 정부의 환경정책과 김대중 대통령의 환경철학이 어떻게 부조화를 이루는지, 정부에서 널리(?) 홍보하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환경 비전' 속으로 들어가 보자.

▲ 먼저 김대중 대통령의 원론적인 환경철학부터 짚어보자. 환경문제에 대한 김대통령의 주장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환경운동진영에서 가장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근본생태주의>보다 더 근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지구의 만물에 대해서 너무도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지구를 어머니로 생각하고, 지구상에 있는 모든 만물을 형제자매로 생각하면서 같이 번영하고 같이 살아나가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1999. 4. 7. 환경부 업무보고)

《자연은 거짓을 모릅니다. 배반하는 법이 없습니다. 우리들이 기울이는 노력만큼 보답하는 것입니다. 자연은 이제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할 공생의 대상입니다.》(1999. 6. 5. 제4회 환경의 날)

《우리가 보는 눈을 갖고 보고, 들을 귀를 갖고 들으면 자연만물인 새, 짐승, 나무 모든 것들이 지금 인간 때문에 우리는 죽어 간다고 아우성치고 있습니다.》(1999. 4. 7. 환경부 업무보고)

《자연을 정복과 착취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과거 개발주의 시대의 잘못된 환경관을 철저히 바로잡아야 합니다.》(2000. 2. 11. 새천년 환경인 모임)

《지상의 모든 생물 가운데 인간만큼 환경을 파괴한 생물은 없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지구의 위기 혹은 존폐문제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간이 마침내 환경에 의해 파괴당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오고 있는 것입니다. 환경을 제일 중요한 것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환경파괴는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환경은 절대적 문제입니다.》(1999. 10. 22. 전경련 국제자문단들과의 오찬에서)

▲ 이제 각론으로 한 발짝 더 들어가 보자. 김대통령은 개발과 환경보전의 충돌에 대해서,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경제발전도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며, 특히 패러다임의 전환을 논할 정도로 개발위주의 정책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개발이라고 하면 지상명령', '환경을 이야기하면 사치'라는 시대가 한참 계속 되어서 대형사업들을 환경영향평가(環境影響評價)없이 마구 시작해서 얼마나 많은 돈을 낭비했고 얼마나 많은 면이 잘못되었습니까? 앞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히 하고, NGO와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1999. 4. 7. 환경부 업무보고)

《그 동안 우리 국토가 파괴되고 환경오염이 심화된 것은 개발지상주의에 입각한 잘못된 정책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그 잘못된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발상(發想)과 개혁(改革)이 필요합니다.》(2000. 9. 20.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촉장 수여식)

《이제는 환경보전이 단순히 비용을 상승시키고,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는 사고는 과감히 떨쳐버려야 합니다. 오히려 환경을 지키고 잘 관리해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새해에 정부는 '환경과 경제를 함께 살리는 환경정책'을 펴나가도록 하겠습니다.》(2001. 1. 16. 2001년도 환경인 신년인사회)

《국토관리에 있어서도 종래의 '개발과 공급위주의 정책'에서 환경 보전이 조화되는 정책으로 전환해 나갈 것입니다. 필수 불가결한 개발 사업에 대하여는 '선계획 - 후개발'의 원칙이 적용되도록 국토이용 관련 제도를 정비하겠습니다.》(2001. 1. 16. 2001년도 환경인 신년인사회)

《자연환경의 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각종 개발사업의 환경비용을 현실화하여 이를 정부 예산과 국민소득계정(國民所得計定)에 반영하겠습니다.》(2000. 6. 5. 제5회 환경의 날)

▲ 환경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분쟁의 해결에 대해서도 김대통령은 국민적인 합의 과정을 무엇보다도 우선시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일 김대중 대통령의 의지가 정말 아래와 같다면, 새만금 간척사업의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정부 부처끼리의 이견은 물론, 전문가들의 입장이 팽팽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새만금 사업의 강행은 개발독재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일 것이다.

《환경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분쟁에 관한 접근방식은 '공개와 참여, 대화와 타협, 인내와 끈기'의 3원칙에 입각할 때만이 그 해결의 실마리가 풀립니다. 또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단체가 합심하여 해결의 의지를 보일 때만이 가능합니다. 환경문제의 해결에 관한 한 우리 모두는 다 같은 공동운명체(共同運命體)이기 때문입니다.》(2000. 9. 20. 「지속가능발전위원회」위촉장 수여)

《환경문제의 해결은 주민들이 쾌적하고 안심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보다는 주민의견, 시민단체 의견을 반영해야 합니다.》 (99. 4. 7. 환경부 업무보고)

《환경 보전을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환경사랑의 한 마음으로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시민·환경단체와 산·학·연 전문가, 그리고 모든 국민들이 동참하고 지혜를 모으는 '열린 환경행정'을 확고히 해 나갈 것입니다.》(2001. 1. 16. 2001년도 환경인 신년인사회)

《자연환경은 아무나 마구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공동으로 이용할 권리와 보존할 의무가 있는 공공재산(公共財産)임을 명백히 인식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21세기의 참된 민주주의 정신입니다.》(2000. 6. 5. 제5회 환경의 날)

▲ 그렇다면, 갯벌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아마 아래의 글들이 김대통령의 말이라면, 세계적으로 소문난 4만100헥타르(여의도의 140배 규모)의 갯벌을, 그것도 4조원에 가까운 혈세를 낭비하면서까지 강행할 수 있을까. 아마 현재 새만금 간척을 강행하는 이 정부는 분명 김대중 대통령의 정부가 아닐 것이다.

《광대한 바다는 자원의 보고이자 인류 공동의 자산이며,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귀중한 자산입니다. 따라서 나라마다 추진하고 있는 해양개발은 파괴를 통한 경쟁이 아니라 자연을 보호하고 활용하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1998. 5. 30.「98 세계해양의 해」기념식)

《오염의 대명사가 된 인공호수 시화호 문제는 우리에게 좋은 교훈(敎訓)이 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환경관리 그리고 사후처리가 아닌 사전예방에 환경정책의 기조(基調)를 두지 않으면 더 엄청난 난관에 봉착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1999. 9. 21. 하남 국제환경박람회)

《갯벌과 늪지대 같은 것은 철새의 도래지(渡來地)로서 상당히 중요하며 우리는 그러한 조류들의 삶의 터전을 뺏을 권리는 없는 것입니다.》(1999. 4. 7. 환경부 업무보고)

《수많은 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것을 보고 인간으로서 죄책감을 느낍니다. 바다를 깨끗이 지켜나가야 합니다. 바다에 사는 동물과 식물도 함께 사는 생물인데 모두 우리와 같이 생명을 갖고 건전하게 살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2000. 5. 4. 해양수산부 업무보고)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서남해안 갯벌 등 생태계(生態系)가 우수한 지역은 반드시 보전하여 후손에게 물려주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반세기 동안 인간의 간섭이 배제되어 훌륭한 자연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비무장지대에 대하여는 유네스코의 「접경생물권 보전구역(接境生物圈 保全區域) 지정」등 국제적 보호방안을 적극 강구해서 남북환경협력의 모범사례로 만들어 가겠습니다.》(2001. 1. 16. 2001년도 환경인 신년인사회)

역사는 박정희를 경제발전을 일군 성군이 아니라 독재자로 기억하고 있듯이, 김대중 대통령도 노벨상을 탄 위인이 아니라,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한 위선자로 기억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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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대 고양시의원을 지냈으며, 현재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전략홍보국장으로 일하다, <희망제작소> 뿌리센터장을 거쳐, 2010년 7월부터 경기도의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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