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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의 대표적 인사인 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정치강연을 했다. 지난 2일 오후 7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정치연구회 정치학교에서 '시민운동과 정치'라는 주제로 특강을 한 것.

더욱이 돈세탁방지법, 부패방지법 등 개혁법안의 통과 문제로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갈등을 빚은 직후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시민운동을 대표하는 박사무처장이 정치권을 보는 시각과 당부의 목소리를 담아본다.

조선을 우습게 보지마라

과연 우리 정치는 절망적인가? 여기에 대한 박사무처장의 대답은 '절대 아니다'라는 말로 귀결된다. 그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절망과 불신이 팽배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지난해 낙천·낙선 운동에서 볼 수 있듯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시민단체의 정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박사무처장은 단순 명료하게 대답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본질서를 잡을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에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정치권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

시민단체가 불철주야 많은 노력을 들여 과학적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 들어가기만 하면 알맹이가 빠지거나 통과가 지지부진한 부패방지법·돈세탁방지법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그는 지적했다.

정치권이 제대로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론을 수렴하고 반영할 수 있는 시민단체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미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워싱턴만 해도 수백개의 시민단체가 각자의 입장과 주장에 따라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으며, 이미 법과 제도가 상당수 갖춰져 있는 만큼 법원을 상대로 하는 공익소송이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민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지만, 그 안에는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거나 소외된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단체도 상당수 있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낙천·낙선운동을 준비하며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 정치가 ▲투명하지 못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며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며 그 일차적인 책임을 정치권에 돌렸다.

이에 대해 박사무처장은 "500년 역사를 이어온 조선을 결코 우습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헌부나 사간원 등이 왕과 고위관료들을 꾸준히 비판·견제했고, 사소한 것까지도 사료속에 담을 만큼 견제와 균형이 잘 이뤄진 사회였다"며 "미국 역시 미 대통령 기록 보존법을 통해 보이지 않는 제약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현재의 우리나라는 불과 10년 이내의 대통령 통치 사료도 없어지기 일쑤고, 제왕적 대통령이니 총재 1인 지배니 하는 말이 공공연히 이야기될 만큼 집중된 시스템이기 때문에 시민단체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좋은 정치·좋은 정당을 위해 시민단체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결론인 것.

차기 지도자의 요건

그럼 박사무처장이 앞으로의 정치권을 보는 시각은 어떤 것일까.
그는 사실 자신도 지난해 낙선운동이 실패할 줄 알았다며 총선 결과를 놓고 볼 때 수도권의 낙선 대상자가 상당수 고배를 마시는 등 유권자들의 의식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매개가 없을 뿐이지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 이와 함께 신진인사가 많이 들어간 16대 국회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많이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희망적인 몸부림이 없는 것은 아니라며 향후 의정활동 모니터 등을 통해 원내 내부개혁을 지원하고 유권자들이 선택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자료들을 지금부터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그의 희망적인 메시지는 이어 나온 "시민운동하듯 정치를 하면 어느 당도 10년내에 집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계속됐다. 정치인이 전세를 사는 것이 전혀 낯설지 않고, 자전거와 지하철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돈 안 드는 정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박사무처장은 차기 주자의 요건으로 미래에 대한 구체적이고 확실한 비전과 민주적 리더쉽을 들었다. 특히 앞으로는 여소야대의 정국이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강력한 추진력이 있으면서도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이 같은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선 젊은 사람이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현재로선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이 없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내년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어떻게 시민단체가 임할 것인지에 대해선 "이미 여성단체나 환경단체 등 생활위주의 단체는 직접 후보를 내고 참여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며 "지방선거의 특성 상 단일안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당선 운동' 여부에 대해서도 지지후보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고민은 하지만 어려움이 많다는 게 그의 답변.

"부패·무능 정치인을 제시했던 낙선운동은 민주시민의 의무일 뿐 결코 불법이 아니다. 이를 위해선 기꺼이 감옥에도 들어갈 수 있다"는 박사무처장의 단호한 메시지를 정치권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 첫날부터 헛바퀴만 돌고 있는 5월 임시국회의 모습은 암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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