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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와 대선이 함께 실시되는 내년엔 역대 이래 가장 큰 선거 열풍이 불어닥칠 것이며 WTO체제를 중심으로 하는 지식 정보 사회로 변화하는데 있어 우리 사회 질서가 어떻게 정립될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여권 핵심 브레인임을 자타가 공인하는 민주당 이해찬 정책위의장이 차기 선거의 판도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와 함께 현재로선 여야 모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차기 후보를 찾기 힘들다고 평가, 미묘한 파문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던 발언의 무대는 지난 24일 국민정치연구회 (이사장 이재정)가 개최한 정치학교 2기 강연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선거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이정책위의장은 우리 헌정사에서 정상적인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는 87년 대선과 88년 총선 때부터라며 불과 10년 전일 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지난 15대 대선을 포함 선거 때마다 기획의 중심에 섰던 그는 가장 큰 변수로 지역정서와 세대간 가치차이를 꼽았다. 이외에도 인물, 정책, 캠페인의 영향도 표밭에 작용하기는 하지만 앞의 두 가지 요인이 선거 결과의 2/3 이상을 좌우한다는 것.

이어 그는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DJP연합 역시 지역정서를 고려한 전략이었으며, 이에 반해 95년 조순 전서울시장의 당선은 인물·정책·선거운동 위주의 선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순 전서울시장의 경우 당시 사람들에게 친숙했던 모 체인점 모델이나 서울의 케인즈 등이 고려되기도 했지만, 청렴·결백성을 강조할 수 있는 포청천으로 결정해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지적했다. 이와는 별도로 97년 '준비된 대통령' 구호도 창의적인 기획의 산물이라고 덧붙였다.

의정활동과 신뢰가 중요

이와함께 이정책위의장은 <선거전략>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점으로 ▲선거의 쟁점을 누가 주도할 것인가? ▲후보자가 지지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감동과 신뢰를 받았는가? ▲창의적인 선거 기획 필요 ▲기본적인 노선은 중도(대선의 경우) 등을 꼽았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요인을 지난 97년 대선에 비쳐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IMF를 비롯한 국가 경영 실패를 본격적으로 쟁점화 함으로써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었으며 지지자들의 신뢰와 지지가 확고했던 김대통령의 표에 부동층에 속한 자민련 지지표가 결합함으로써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

그러면서도 이의장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볼 때 총선의 경우 서울 유권자들은 스킨십과 돈에 의한 표이동은 상당히 적었으며 오히려 의정활동과 후보에 대한 신뢰가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강연 후 이어진 질의 시간에도 여권의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이의장에게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105만의 실업 문제 등 경제난'에 대한 물음에 "영국 역시 IMF사태를 극복하는데 10년이 넘게 걸린 만큼 지난 98년 당시 지금 이 정도로 나아질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상황이 어느 정도 나아진 뒤 긴장감이 이완되면서 각 부문의 요구와 불만이 분출됐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처음 겪는 어려움이기 때문에 더욱 풀기 힘든 문제"라며 "잘했다고도 할 수 없는 만큼 국민들의 불만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수긍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어려운 시기는 현재가 아니라 오는 2003년과 2004년이 될 것이라는 게 이의장의 분석이다. 다음 대선에서 설사 한나라당이 집권하더라도 오는 2004년까지는 불안정한 국회의석 분포가 이어지기 때문에 소수정당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현재로선 여야 모두 국민들의 요구와 갈등을 통합·조정할 수 있는 후보를 찾기 힘들다는 게 그 이유.

즉 여야 어느 쪽이 집권해도 소수정권인 만큼 이를 국민들이 어떻게 평가하는냐가 내년 대선의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이의장은 내다봤다.

한편 이 의장은 '이해찬 1세대'와 '교원 정년 단축'에 대한 물음엔 "교육은 자녀들을 위한 교육이자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과도기에 나타나는 문제일 뿐이다"며 "어려움을 이해는 하지만 지식 정보 사회에 있어 정책 방향은 옳다고 생각한다. 15-20년을 내다봐야 한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원칙을 가져야 한다

이어 당초 한화갑 최고위원이 하기로 했던 정치특강은 사정상 한위원이 불참, 국민정치연구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심재권 의원이 대신했다.

심의원은 현재 가장 큰 쟁점으로 떠 오르고 있는 ▲구조조정의 부진 ▲남북관계 ▲언론개혁 등을 중심으로 사견임을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99년 중반 '외환위기'가 거의 극복됐다는 판단하에 구조조정 중단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지만 구조조정은 계속 이어져 마무리했어야 했다"며 "현대사태 역시 '상징성'이 큰 만큼 소유주 문제는 법에 맞게 해결하더라도 기업은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일방적인 퍼주기'라는 비난이 없지 않지만, "남한이 체제경쟁에서 북한에 이긴만큼 전쟁 억지와 북한에 대한 효율적 관리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엄격한 상호주의 주장에 대해 "전쟁억지와 평화정착에 얼마나 기여하는지가 잣대가 되어야 한다"며 "북한의 방향과 속도를 우리의 필요에 맞게 조절하는데 얼마나 기여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고 동포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의원은 현재 우리 정치 문화에 있어 "▲여소야대의 정국 ▲자민련과의 공조 ▲지난 50여년간 쌓아온 관행의 틀이 가장 극복하기 힘든 문제"라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당의 플랜이 있고 추진중인만큼 차기 대선을 위한 단기처방에 급급하지 말고 추진해야 할 것은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업적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IMF 위기를 넘겼고 의약분업과 언론개혁 등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요소가 많은 만큼 점수를 못 얻더라도 원칙을 가지고 옳은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문화관광위 소속인 심의원은 문화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문화적 창의력을 높이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어려움은 있어도 승리에 급급하지 말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두 사람의 지적이 지난 26일 재·보선의 참패를 당한 민주당의 향후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다른 여권 관계자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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