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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 일찍이 없었던 해빙 무드가 조성되면서 통일교육에 대한 학교현장의 관심이 점점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북한을 알리고 통일을 가르쳐야 할까 혼란스럽기만 하다. 교사들의 이같은 고민을 풀어주기 위한 자리가 4월 24일 즐거운학교 강당에서 마련됐다.

즐거운학교는 이 날 오후 6∼10시 탈북자 출신으로는 사상 처음 남한 교단에 선 천정순(37) 성지중 교사와 4차례 방북취재 경험이 있는 임종진(34) <민족21> 사진기자를 강사로 초청, '통일 그 후세대를 위한 교육-북한의 학교, 그 안의 아이들'이라는 주제로 교사연수를 실시했다.


천정순 교사-'북한의 교육제도와 남한교육'

'북한의 교육제도와 남한교육'을 주제로 한 첫 강의는 북한 양강도 혜산시 봉흥고등중학교에서 11년간 수학교사로 재직한 이력이 있는 천정순 교사가 맡았다.

천교사는 자신의 북한교직 경력을 바탕으로 '11년 무상교육', '영재교육', '대학입시 제도' 등 북한의 교육제도와 현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그녀가 이날 강의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의 학생들은 유치원 높은반 1년, 인민학교 4년, 고등중학교 6년 등 총 11년간 단 한 푼의 교육비도 내지 않고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는다.

천교사는 또 북한의 예술단 소속 아이들의 탁월한 기교에 대해 "탁아소·유치원 때부터 예술적 자질이 있는 아이들을 발굴해서 정책적으로 키우기 때문"이라면서 북한 영재교육 체제의 우수성을 설명했다.

"북한에 있을 당시 저도 우리 아이를 예술단원으로 키우고 싶은 욕심을 가졌던 적이 있습니다. 남한에서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혹독한 훈련의 결과는 아닙니다."

북한은 예술 외에도 각 분야의 영재를 조기에 발굴해 양성하는 시스템을 상당히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다. 일례로 각 도마다 하나씩 설치돼 있는 '제1고등중학교'는 영재 교육기관에 해당하는데, 이 학교 학생들에게는 일반학교와 다른 양질의 교과서(컬러인쇄에 아트지)가 지급된다.

또 이 학교는 학급인원도 30명 미만인데다가 담임교사도 한 학급에 2명씩(생활지도 담임, 학습지도 담임) 배정되며,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도록 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북한에서도 대학입학을 위한 시험을 치러야 하지만 재수생은 없다. 첫 응시에 떨어지면 더 이상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탈락학생은 군대에 가거나 사회로 진출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경력 5년(여자의 경우 3년)을 쌓으면 직장 추천으로 전문학교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패자부활전' 기회가 주어진다.

"고등중학교 6학년말에 대학입시를 위한 예비시험을 치르는데 시험 결과에 따라 1등부터 꼴찌까지 서열을 매깁니다. 교사들이 직접 채점을 하기 때문에 부정이 저질러지기도 하는데 돈을 노린다기보다는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들을 봐주기 위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천교사는 북한학교의 하루일과에 대해서도 세세히 설명했다. 교사와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등교하는 남한과 달리 북한은 학교인근 집결지에 일단 모인 다음 교사의 인솔 하에 집단으로 학교에 등교한다.

첫 수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하는 일은 사상교양이다.
"하루하루의 사상교육 내용을 담은 '365일 교양안'이라는 것이 있어요. 그 가운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학창시절 일반학생들처럼 '풀빛 보자기'에 책을 싸 가지고 다녔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소박한 풍모를 따라 배우라는 취지지요."

고등중학교의 경우 평일 하루 수업시수는 6교시인데 오전에 다 마무리되기 때문에 교사와 학생들은 6교시 수업을 마친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 점심식사를 한 다음 다시 학교에 등교한다.

남한과 달리 북한 학교의 오후일과는 '과외복습' 시간으로 채워진다.
"과외복습은 남한의 사교육에 상응합니다. 물론 돈은 들지 않습니다. 이 시간에는 학생들 가운데 선발된 학습담당위원과 과목담당위원이 나서서 학생들을 지도합니다."

북한에는 '성교육'이란 용어 자체가 없다. 교실에서 '성'과 관련한 얘기를 꺼내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심지어 생물교과의 생식 단원에서 '정자'와 '난자', '수정란' 등의 용어를 상세히 가르치는 것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배격하고 있다.

"남한에서는 청소년기의 성에 대한 무지가 오히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내 경험으로 북한에서는 그럴 염려가 없습니다. 이곳과 달리 아이들이 정말 천진하고 순진하기 때문이죠."

북한에서는 인민학교 아이들이 담임교사의 필체를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1학년 새내기 때부터 4학년 때까지 한 사람의 교사가 담임을 맡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다. 입학에서부터 졸업까지 한 사람이 담임을 맡는 것은 6년 과정의 고등중학교도 마찬가지이다.

"북한 아이들은 담임이 바뀔 경우 심리적 혼동을 느껴 각종 문제를 일으키곤 합니다. 매년 담임이 바뀌고 반 아이들까지 완전히 교체되는 남한의 교육체제는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왕따'가 방치되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그녀는 교사가 학생을 이해하고 학생이 교사를 이해하기까지는 최소 3년의 시간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종진 기자-'북한의 학교, 그 안의 아이들'

'북한의 학교, 그 안의 아이들'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강의를 맡은 임종진 기자는 본질의 극히 일부분을 전체인 양 오도하는 언론영상의 한계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강의의 서두를 열었다.

"북한의 '꽃제비' 문제를 다룬 모 방송사의 다큐멘터리가 세간의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지만, 문제는 그 프로그램 제목이 '지금 북한은…'식이었다는 겁니다. 북한에 굶주리는 아이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체의 모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임기자는 이날 강연에서 4차례의 방북취재 동안 촬영한 북한사진 80컷을 슬라이드로 보여줬다. 이 사진들은 대부분 평양 시내에서 촬영된 것으로 공원에서 데이트하는 남녀, 활짝 웃는 인민군의 얼굴, 단체로 놀이하는 모습 등 기존에 봐 왔던 북한사진과는 다른 면모를 드러냈다.

이날 참석교사들은 그 동안의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굶주림', '강제노동', '아오지' 등 부정적이었던 것에 반해 사진에서 나타나는 북한의 이미지는 '미소', '여유', '순박함과 친숙함' 등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임기자는 "과거 초등학교 시절처럼 빨간 피부에 뿔 달린 존재로 북한사람을 인식하지는 않지만 일부 언론의 편협한 시각 때문에 우리들은 아직도 북한의 일부분만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령 남한사람이 북한사람의 옷차림이 허름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북한이 옷의 외관보다는 편의성을 강조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북한 사람들도 남한에 대한 편협하고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기는 마찬가지라고 임기자는 설명했다.

"정책적으로 남북통일은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가능할 수 있지만 정서적 통일은 쉽지 않습니다. 사진에 드러난 것과 같은 북한의 다른 일면을 볼 줄 알아야 진정한 통일이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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