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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 세종로 일대에서는 "지구를 기쁘게 하는 날 - 차없는 거리" 행사가 있었다. 수많은 환경관련 시민단체들이 나와 각각 환경보호, 생태계보호 등의 내용을 가지고 시민들을 만나며 한판 축제의 장을 열었다.

'전기사용을 줄이자', '지리산 식수댐을 반대하자', '유전자식품을 반대하자' 등 참으로 절실하고도 중요한 일들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본다. 모든 문제들은 인간이 개입됨으로 생긴 것이지 않은가?

'지구의 날' 의 주인공은 아마도 '지구'일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지구의 주인은 아마도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식물과 자연환경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지구의 주인은 '인간'뿐이라는 오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과 시민단체에서 모여 '지구를 기쁘게 해주자'며 이야기하고 이런저런 노력들을 하는 한편, 그 행사장을 조금만 빠져나와도 우리는 금방 지구를 아프게 하고 지구에 함께 사는 다른 주인들을 아프게 하는 광경들을 만날 수 있다.

서울 종로의 어느 오락실. 올초부터 유행하던 동물뽑기 게임기가 있다. 처음엔 인형뽑기에 불과했지만 움직이지도 않는 인형에 식상해진 사람들은 살아있는 생물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랍스터'라는 고급음식을 해먹을 수 있다는 유혹으로 바다가재가 선을 보였다. 그러다 바다가재마저 사람들에게 그리 오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 '거북이'가 등장했다.

조그마한 새끼거북에서 큰거북에 이르기까지. 거북이들은 무엇엔가 공포를 느꼈는지 한 곳에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한데 따로 혼자 물 위에 떠있는 놈이 있다. 이상하게도 몸이 뒤집어져 있다. 그런 놈이 한두 마리가 아니다. 새끼거북이도 큰 거북이도 게임기마다 한두 마리는 죽어 있었다.

오락기 앞에는 "거북이를 뽑아 가져오시면 인형을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결국 인형을 대신하기 위해 살아있는 생명체를 죽이게 된 것이다. 어떤 20대 남자는 "이야, 거북이네, 재밌겠다. 한 번 뽑아볼게"라며 여자친구에게 인형을 주기 위해 게임기에 돈을 넣었다.

차마 나는 게임기의 쇠로 된 손을 피해야 하는 거북이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사람도 정작 죽어 있는 거북이를 보고서야 "좀 심한 거 같다"는 말을 한다. 다른 사람들도 그 거북이를 보고 "오락실에 이런 걸 왜 가져다 놓는 줄 모르겠다"고 한마디씩 던진다.

오락실 주인의 장삿속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닐 것이다. '재미' 혹은 '호기심'이란 명목으로 우리 인간들은 지구에 함께 살아가는 동료들을 죽이고, 또 죽음의 공포로 몰아간다. '지구의 날' 과연 지구의 주인은 누구인가를 되돌보게 만드는 '거북이의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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