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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구청 소속 주차단속요원 권아무개 씨는 관내에 있는 미군부대 주변에서 적발하는 일명 '소파(SOFA) 차량'을 보면 자주 분통이 터진다.

"솔직히 막무가내인 경우가 많아요. 겁날 게 없다는 것 같다니까요. 한번 주차위반으로 적발돼도 그 다음날에 같은 장소에 그대로 주차위반을 하는 경우도 많고... 미국인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우리를 깔보는 것 같죠."

권씨가 말하는 일명 '소파(SOFA) 차량'은 주한미군이나 미국인 군속, 그리고 그 가족들이 운행하는 차량을 말한다. 현재 대구 차량등록영업소 소파담당자에 따르면 대구에 있는 이 소파차량은 약 1500여 대에 이른다고 한다. 문제는 이 차량들이 주·정차 위반을 했을 때 그 과태료를 물리기 쉽지 않다는 것에 있다.

지난 18일 대구 남구청 이재용 구청장은 남구 관할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캠프워커, 캠프헨리 등 주한미군기지의 대표자인 미 제20지원관사령관과 가진 '한·미 친선협의회'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당시 이 구청장은 "미군차량(소파차량)의 불법 주·정차가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미군부대 군인과 가족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령관은 "처음 알고 있는 일이다. 불법 차량을 통보해 주면 현재 체류중인 사람은 과태료를 납부하도록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구청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해와 올 들어 4월 17일까지 소파차량의 불법 주·정차로 인한 적발 건수는 533건에 달한다. 하지만 이 중 과태료를 자진 납부한 건수는 41건으로 납부율로 따진다면 7.6%로 이것은 남구청 관내에서 내국인이 자진 납부한 비율인 50%에 비한다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약 500건에 달하는 미납 과태료는 주차위반시 4만원의 과태료가 징수된다고 본다면 그 액수만 해도 2000만원에 이른다.

이렇게 소파차량을 운행하는 주한미군의 과태료 납부율이 미비한 까닭은 물론 근본적으로 소파(SOFA: 한미주둔군지위협정)가 가지는 맹점에 있다. 불법 주·정차 위반 차량에 대한 과태료 처분은 소파협정 제14조(과세) 중 조세부분과는 달리 '일정한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질서벌'이기 때문에 과태료 부과에는 문제가 없다.

'주차위반 표시도 영어로 만들어 드릴까?'ⓒ이승욱
하지만 징수과정에서 차적 조회가 사실상 어렵고, 또 위반 차량의 차주를 확인한다 하더라도 주한미군이 보통 국내에서 6개월 미만 기간(일반사병 기준) 동안 근무하는 현실로는 과태료 징수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구청 관계자들의 말이다.

남구청 지역교통과 임재경 씨는 "위반 차량이 적발되면 고지서를 발송하기 위해 차량 주인을 조회하는 데 보통 3개월이 소요된다. 그 기간이 지나고 나면 차주는 미국으로 출국하거나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기 때문에 징수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소파차량의 차적 조회는 차량등록영업소 소파담당자를 통해 확인하는데 이곳에 담당자는 보통 일주일이면 차주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소파차량을 운행하는 실제 차주는 다르다는 점에 있다. 보통 주한미군들은 차량을 명의를 바꾸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매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실제 차주를 찾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차량등록영업소를 통해 차주를 확인한다 해도 실제 주인을 찾기 위해서는 미 헌병대를 통해 직접 찾아야 하기 때문에 과태료 부과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더라도 국내 위반차량에 대해서는 강제징수 방법이 통하지만 소파협정에 따라 차량 압수가 불가능해 주한미군들은 과태료 징수를 미루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결국 '한국에서는 책임 없이 행동해도 된다'는 식의 주한미군의 생각에서 비롯된 불성실이 주차위반의 과태료에 대해서도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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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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