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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금까지 시민사회의 핫이슈로 부각된 언론개혁의 의제를 큰 틀에서 범주화한다면 △매체시장구조개혁 △매체시장행태개혁 △매체소유구조개혁 등이 꼽힌다.

매체시장행태개혁은 무가지 및 경품제공의 금지 또는 제한 등을 내용으로 하고, 신문고시의 제정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매체소유구조개혁은 이른바 1인 사주의 전횡을 막기 위한 소유지분제한의 문제이고, 이는 정간법개정안에 30% 지분제한을 두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하느냐의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언론개혁의 새 아젠다로 부각된 기자실개혁은 어떤 범주에 속하는가. 필자는 이에 대해 기성언론의 취재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내적언론자유의 보장을 위한 것임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론 매체시장구조개혁을 위한 첫걸음이란 전향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매체시장구조개혁이란 중앙신문과 지방신문, 신문과 방송, 전자신문과 종이신문, 신문과 잡지, 방송과 통신 등 이른바 동종 또는 이종 매체간의 공정경쟁의 틀거리를 마련하는 일이다. 그래서 오마이뉴스, 바른지역언론연대 등이 제기한 기자실개혁을 위한 발빠른 행보는 신문시장행태개혁으로 출발한 언론개혁의 화두가 매체시장구조개혁까지에로 확대되는 것으로 이해하자는 것이다.

'숨어있는 모순관계' - 이른바 당근형 권언유착

기자실은 권언유착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해왔다. 과거 5공때 보도지침이 우월적 권력이 언론에 대해 내리는 '채찍형 권언유착'이라면, 기자실은 권력과 언론사이의 당근형 권언유착이라 할 수 있다. 권력은 기자실을 통해 기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기자들은 그 편의속에 안주할 높은 위험을 안고 있다.

그래서 정부당국이 기자실을 설치하여, 이를 운용하는 것이 언론자유를 오히려 제약한다는 비판논리가 제기된다. 다만 그 역으로 기자실이 정부당국을 감시, 견제하기 위한 언론기관의 취재편의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순기능도 있다.

물론 인천국제공항관리공단 기자실에의 출입을 금지당한 오마이뉴스 기자의 사례는 기성언론 대 신생언론의 대결구도로 비쳐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이른바 '당근형 권언유착'으로서의 기자실, 즉 권력의 언론에 대한 차별 정책을 드러내지 않고는 그 본질에 접근키 어렵다.

다시 말해 현재의 기자실은 권-언간의 모순, 언-언간의 모순관계가 중첩적으로 투영된 것이어서 이를 언-언간의 대결로만 이해한다면 결국 '숨어있는 모순관계'를 은폐시킬 수도 있다. 왜 그런가.

기자실 설치 및 운영의 법적 근거

기자실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적인 근거를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문제의 본질은 간단하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법인 등이 제공하는 기자실은 공물, 그 중에서도 공용물의 일부로서 행정재산에 해당한다.

공물이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의 행정주체에 의해 직접 행정목적으로 제공된 개개의 유체물을 말하며, 공용물이란 직접적으로 행정주체 자신의 사용에 제공되는 물건을 말한다. 예를 들면 관공서의 청사, 교도소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공물의 성립과 소멸, 그 이용관계를 규율하는 법으로는 국유재산법이 있다.

국유재산법 제5조 제1항은 "누구든지 국유재산을 정당한 사유없이 사용 또는 수익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0조는 그 중에서도 "행정재산은 이를 대부, 매각, 교환, 양여 또는 신탁하거나 출자의 목적으로 하지 못하며 이에 사권을 설정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국가 또는 자치단체가 행정재산인 관공서를 언론사에 대해 기자실로 임차하는 계약은 강행규정에 반하여 무효이다.

그렇다면 기자실사용을 법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는 없을까. 물론 있다.
국유재산법 제24조는 "행정재산은 그 용도 또는 목적에 장애가 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그 사용 또는 수익을 허가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른바 행정재산의 목적외 사용을 허용하는 근거법규이다.

그리고 같은 법 제27조는 그 사용수익기간을 3년 이내로 제한하고 있고, 그 기간을 경신할 경우에도 3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리고 행정청은 행정재산의 사용수익 허가를 받은 자에 대해 일정한 위반사항이 있는 경우 그 허가를 취소하거나 철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국유재산법 제28조).

필자는 지금까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위 법규정에 충실하게 행정재산의 일부인 기자실을 설치, 운영해왔다고는 믿기 어렵다. 그렇다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기자실에 대한 가장 간단한 대안은 권력이 국유재산법의 관련 규정에 의거해 기성언론사에 대한 기자실의 사용수익허가를 취소하거나 철회하고, 이른바 개방형 프레스룸 등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필자의 사견으론 현재의 권언간의 세력균형으로 미루어 이를 실행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권력에 대한 감시역으로서의 기자실의 순기능을 고려한다면 꼭 바람직한 대안으로 보기도 어렵다.

더구나 이는 심각한 언론자유침해로 해석될 수 있어 언론의 거센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필자는 상당한 기간동안 이른바 개방형 프레스룸과 등록된 출입기자실 운영이라는 병행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등록된 기자들의 취재편의시설인 기자실의 운영에 대해서는 몇가지 법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행정재산인 기자실을 사용하는 언론사에 대해 사용료를 받지 않는 것은 국유재산법에 반하는 행정청의 위법, 부당행위라는 점이다. 둘째, 게다가 현재와 같이 기자실을 일부 언론사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출입하도록 제한하는 조치는 헌법 제21조 제1항 언론의 자유 및 헌법 제11조 평등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는 점이다.

기자실운영의 위법성

국유재산법시행령 제24조는 행정재산의 사용·수익의 허가를 할 수 있는 경우를 정하고, 그 경우에는 경쟁의 방법으로 사용·수익자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 시행령 제25조는 "관리청은 그 소관에 속하는 국유재산에 관하여 사용·수익허가부를 비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기자실 사용수익 허가에 관해 언론사간의 경쟁입찰이 있었는가. 만일 없었다면 이 또한 법령위반이 된다. 평등원칙의 한 내용인 기회균등의 원칙위반임에도 명백하다. 그리고 행정청이 사용수익허가부를 비치하고 있다면 이를 공개할 의무가 있고, 만일 이를 갖추고 있지 않다면 역시 법령위반으로 위법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국유재산법 제25조는 "행정재산의 사용 수익을 허가한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요율과 산출방법에 의하여 매년 사용료를 징수한다"고 정하고 있다. 법문언상으로 이는 기속행위로서 행정청은 매년 사용료를 징수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위법사유가 된다.

그리고 같은 법 시행령 제26조 제1항은 "연간사용료는 당해 재산의 가액에 1천분의 25이상(사용수익허가가 행정목적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또는 1천분의 50 이상(기타의 경우)의 요율을 곱한 금액으로 하되, 월할 또는 일할계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물론 국유재산법 제26조는 "행정재산의 사용 수익을 허가함에 있어서 일정한 경우 사용료를 면제할 수 있다"고 하나, 기자실의 사용수익허가가 사용료면제사유에 해당하지 않음도 법문언상 분명하다. 그리고 국유재산법시행령 제27조는 "사용료는 선납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행정재산의 사용 수익허가를 받은 자가 사용료를 체납하는 때에는 관리청은 관할세무서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위임하여 국세징수법에 따른 체납처분을 하여 이를 징수할 수 있다.

기자실출입제한의 위헌성

오마이뉴스기자를 포함한 인터넷신문 기자, 바른지역언론연대의 소속사 기자는 물론 모든 언론사의 기자에 대해 정부당국이 취재목적으로 제공한 기자실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적인 것이다.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의 자유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고, 언론자유에는 당연히 취재보도의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 물론 기자실의 운영주체인 행정청이 기자실의 출입을 허가하느냐의 여부는 재량행위이다. 그러나 만일 행정청이 다른 방법의 대안적 취재수단을 제공하지 않는 상태에서 기자실 공간의 협소함 또는 관리운영상의 애로를 들어 기자들의 기자실출입을 거부하는 것은 재량의 일탈, 남용에 해당되어 위법하다고 본다.

또한 행정청이 기자실에 대해 언론사의 각 출입기자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고 배제하는 조치는 헌법 제11조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 평등원칙은 자의금지의 원칙을 포함한다. 행정청이 합리적 이유 없이 매체사에 따라 기자들의 출입을 선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위헌적이라는 점에도 의문이 없다.

기자실출입제한의 위법성

기자실 출입제한의 주체가 누구이냐에 따라 법적 논리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 우선 행정주체가 등록된 기자 이외의 인터넷신문 기자 및 바른지역언론연대 소속 기자들의 출입을 거부하는 것은 일종의 행정상 거부처분에 해당하고, 그것이 재량권행사의 일탈, 남용으로 위법한지, 평등원칙 위반으로 위법한지 등이 문제된다.

둘째, 인천국제공항 사례에서와 같이 이른바 기자단이 등록된 기자 이외의 출입을 임의로 제한하는 것은 그들이 적법하게 행정청의 사용수익허가를 얻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따라 법적인 권리가 달라질 수 있다.

첫째의 경우라면 앞서 말한 대로 위헌, 위법임이 명백하다. 둘째의 경우에는 간단치가 않다. 만일 그것이 행정주체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인 아래 이루어졌다면 그 자체를 공권력의 행위로 보아 첫째 경우와 같이 해석할 수 있다.

행정청의 사용수익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에는 무권리자의 출입방해가 되어 당연히 위법하다. 그러나 만일 이른바 기자단이 사실상의 행정처분에 의해 행정청의 사용수익허가를 받았고, 그것이 적법한 권리라면 기자단은 등록된 기자 이외의 다른 기자에 대해 출입을 거절할 권리를 갖는다.

그 이유는 이렇다. 국유재산법 제24조 제4항은 사용·수익의 허가를 받은 자에 대해 당해 재산을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사용·수익하게 하여서는 안된다고 정하고 있다. 이 경우라면 결국 행정청을 상대로 법적인 구제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보공개청구 소송, 취소소송, 국가배상청구 등 가능

그렇다면 실제 법적으론 어떤 구제책을 강구할 수 있을까. 먼저 이미 김칠준 변호사가 제안한 대로 기자실출입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그 가처분의 상대방과 관련해서는 인천공항출입기자단을 상대로 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

물론 기자단이 대표자를 두고 있어 비법인사단으로 당사자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으나, 그 기자실의 실질적인 소유 및 운영주체는 인천공항관리공단, 결국 국가라고 할 것이어서 양당사자를 모두 가처분의 상대방으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 물론 원칙적으로는 공법인인 인천공항관리공단이 상대방이 되는 것이 법적으론 더 타당하다고 본다.

또한 행정주체의 기자실출입거부처분에 대해서는 그 자체가 위헌, 위법임을 이유로 행정소송법상의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취소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고적격의 인정 여부인데 만일 현재 출입사 기자 이외의 인터넷신문 및 바른지역언론연대 소속사 기자가 기자실을 출입해 취재하려는 행위를 거부하였다면 당연히 원고적격을 갖는다. 다만 일반 시민단체가 거부처분의 원고가 될 수는 없다.

그리고 행정주체의 기자실출입거부처분이 위법하다면,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를 할 수 있으며, 이에 협력한 기자 및 언론사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국가 및 기자, 그리고 언론사(사용자책임)의 공동불법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기관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기자실운영현황 및 지출명세 등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 물론 앞선 말한 대로 행정청이 법령상 작성, 보관해야할 의무가 있는 사용수익허가부에 대한 공개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 것은 취소소송과 달리 누구든지 청구할 수 있다.

국가는 언론사에 대해 기자실의 사용, 수익으로 인한 사용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국유재산법 제25조 제3항에 따라 국가는 사용료를 징수하기 위해 국세징수법상의 체납처분을 하여 이를 징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가 납세자의 이익을 위해 이를 실행할 가능성도 낮고, 또한 납세자들의 집단소송에 대한 입법도 없어 이를 기대하긴 쉽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국가의 기성언론사에 대한 사용료부과 처분 또는 체납처분 등을 요구하고(일종의 행정개입청구권), 국가가 이를 거부할 경우 이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뚜렷한 판례가 없다는 난점이 있다.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법적 구제수단이 없는 것으로 보아 행정청의 부작위를 이유로 행정부작위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21세기형 권력과 언론의 바람직한 좌표

기자실을 둘러싼 권-언간의 갈등, 언-언간의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한다면 매체시장구조개혁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기성언론의 입장에선 미디어대변혁의 시대에 취재시스템의 전면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언론모델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권력이 당근형 권언유착을 포기하도록 하여야 하고, 언론 스스로도 그 당근형 권언유착의 고리를 벗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국가권력과 언론권력의 분립은 국민의 기본권확대를 위한 필수적 장치이다.

필자는 양 권력 사이에도 상호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이 21세기형 권력과 언론의 바람직한 좌표라는 믿음이다. 따라서 헌법은 물론 모든 법률과 그에 따른 소권(訴權) 행사 등 시민권 행사는 권-언간의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는 무기가 되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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