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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지역 대학연극 이렇게 무너지나' 기사로 경제위기와 학교행정,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개 대학 순수극으로 소외당한 지방문화를 대중화했던 공로를 인정받은 각 대학 극예술연구회는 학기 초 염려했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꽁꽁 얼어붙은 경제 사정, 더욱 안이한 학교행정, 여전히 무관심한 학생들. 좀더 나아가도 어려운 상황에,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듯, 또 하나의 극예술연구회가 무너졌다.

무너진 극예술연구회 <적토마>

군산지역대학 극예술연구회는 총 6개의 단체가 있다. 군산대학교 극예술연구회 <마당>, 군산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극예술연구회 <해왕성>, 서해대학 극예술연구회 <적토마>, 호원대학교 극예술연구회 <한얼>, 군장대학 극예술연구회 <고도>, 마지막으로 개정간호대학 극예술연구회 <뜨락>이다.

전 기사에 논했던 바 개정간호대학 뜨락, 호원대학교 한얼, 군장대학 고도는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 됐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서해대학 극예술연구회 <적토마>는 현실의 역경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다.

'연극의 꽃' 배우

보통 연극이라고 하면, 우선 머릿속에 떠오르는 분야는 단연 무대 위에 선 배우이다. 실제 과거 대학 연극반이나 극단에 들어오는 사람 중 80% 이상이 배우지망생이다.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다. 결국 사람이 자기 몸으로 보여주는 예술이 바로 연극이다. 음악은 소리로, 문학은 언어로, 미술은 색과 공간으로 무언가를 전달하고 있는 거라면, 연극은 바로 사람 몸이 매개체가 된 예술이다. 배우야말로 "연극의 꽃"이다. 아무리 작품이 어떻고 연출이 어떻고 해도 결국 관객에게 보여지는 건 배우이다.

배우가 중요하기는 영화나 TV드라마도 마찬가지이지만, 연극에서처럼 중요시 되지 않는다. 왜냐 하면 극영화나 TV드라마는 배우의 연기가 그냥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게 아니라, 카메라를 통해서 전달되기 때문이다. 배우의 연기가 카메라라는 시선으로 걸러져서 전달된다는 뜻이다. 연극에서는 배우의 몸이 유일한 표현수단이 때문이다.

그러나, 배우가 없다(?)

학기 초, 기사를 쓰기 위해 서해대학에 갔다. 동방들이 모여 있는 학생회관은 많은 신입생들도 시끌벅적했다. 물론 <적토마>도 예외는 아니었다. 얼굴 모르는 신입생들이 좁은 동방을 메우고 있었다. 설마 동방 분위기가 어둡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낯선 신입생들의 환한 얼굴을 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군산 지역 극예술연구회의 모임을 갖고자, 3주일이 지난 후에, <적토마> 회원과 통화를 했다. 통화내용은 참석도 하기 어려운 것 같다는 얘기로 짧게 끝나고 말았다.

극을 올리려 했는데, 배우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10명이 넘어가는 수의 회원 중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몇 번의 회의로 계속 같은 내용이었고 기어코 신입생들은 전원 탈퇴를 했다.

신입생들이 배우를 꺼려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배우를 하려면, 많은 자기 시간을 동방에 소비해야 하고, 스탭보다 훨씬 하는 일이 많아 힘들다라는 것이다. 결국 한 달이 지난 지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젠 동방도 없다.

그렇게 원점으로 돌아간 <적토마>는 다시 재기하기 위해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재모집에 들어갔다. 노력 끝에 전처럼 많은 수가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몇 명의 신입생들이 <적토마> 동방에 문을 두드렸다. 한 달이 지나도록 신입생을 모집하느라 실제 작품활동이 없자 서해대학 총학생회에서 유령동아리에 적토마를 꼽았다.

작년 공연도 못 올렸고, 이번에도 활동이 없으니, 활동은 하고 있지만, 동방이 없는 동아리에 동방을 양보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공문은 벌써 통과되었고, <적토마> 지도교수도 어쩔 수 없는 단계까지 이르러 결국 동방까지 다른 동아리에 내주게 되었다.

울음을 터트린 연극쟁이 <적토마>

더 이상 갈곳도 없어진 몇 안 되는 적토마회원들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1999년 6월 제 14회 '자살' 공연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접었다.

극예술연구회 <적토마>는 1990년 10월 창단하여 1991년, 9월 군산연극 연합회 가입했다. 제1회 '귀부인'을 시작하여 '만선', '뮤지컬 돈키호테', '신기루의 성' 등 총 14회 공연을 올렸으며, 기존의 순수극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식의 실험극에 탈피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왔다.

위로의 박수를...

<적토마>에게 3월은 전쟁의 달이었다. 현실과 이상의 싸움에서 역전과 역전을 거듭하며, 끝까지 용기있게 싸워주었다.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이 결과적으로 이룬 것이 없으나, 문화와 연극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영원하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수고한 그들에게 위로의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 김정영 기자는 군산대학교 극예술연구회 해왕성에서 활동중이며, 시나리오 쓰기와 자유기고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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